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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짱 Aug 16. 2023

변사자는 남편이 아니었다.- 2 -

◆ 내 남편이 틀림없어요 ◆

변사체가 발견되고 나서 3일째 되는 날이었다.  


50대 여인이 형사계로 와서 자신의 남편이 집을 나간 지 보름정도 되는데 확인차 왔다고 했다.   


신고를 접수하고 담당인 장 형사가 신고자와 같이 영안실로 가서 사체를 확인을 시켜 주니 자신의 남편인 최국수(가명 당시 51세)가 맞다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리둥절한 장 형사는 울음을 그치지않는 여인을 달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될게 아닙니다. 진정하시고 다시 한번 자세히 보세요”

“무엇을 자세히 보라는 말인가요?” 


"무턱대고 울면서 남편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믿을 수가 없으니 언제 어떻게 집을 나갔으며 나갈 때 어떤 옷을 입었었는지 알려주세요.”

“내 남편이 맞다는 데 왜 이러십니까?”            


“아이고! 아줌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고 우리에게 남편이라는것을 보여 주셔야 남편 되시는분을 인계해드리지요. 같이 경찰서로 갑시다.”

“알았어요.”   

       

“신분증 가져오셨나”

“아니 집에 있습니다.”   

      

“사체 인수증이랑 소지금품 인수서를 작성해야되니 집에 가셔서 신분증과 도장 그리고, 다른 가족 한, 두 명 있으면 같이 오세요. 우리가 시키는대로 해야 빨리 처리가 됩니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장 형사가 제보자를 집에 갔다가 오라 하고 경찰서로 돌아와 보고를 했다. 


“과장님! 신고자는 곶감 생산을 하는 최국수 처 진영미(가명)라고 합니다.“

“뭐! 최국수! 내 중학교 1년 선배 말이지? 저 위 00동에서 곶감하는?“     

“예. 그분이 맞는 것 같습니다.”    

 

“뭐를 보고 최국수로 단정하나?“     

“처되는분이 영안실 사체를 보자 말자 울고불고하면서 자기 신랑이라고 하던데요.“   

  

“부부라면 제일 잘 아는 사이니까 틀림없겠지? 뭐 옷을 보고 알았나? 뭐를 보고 최국수라고 하던데..”

“무얼보고 그런는지 모르지만 변사체를 보자말자 무조건 자기 남편이라고 하던데요.”  


“이 사람! 형사 처음하나?”

“뭐 신체 어디 흉터를 확인했다던지, 옷 어느 부위가 찢어져 있었다던지.. 뭐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하고 나서 확인을 했어야지..”   

       

“아내가 자기 남편이라는데 안 믿을 수가 있습니까? "

 “알았다. 내가 볼때는 최국수가 아닌데.. 이상하다..다시 확인해 보면 알겠지..”    


조금 뒤 최국수의 처 진영미가 친정 남동생을 데리고 형사계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유족 조서를 받기 전 먼저 한, 두 가지 알아보기로 했다.  


형사계에 가보니 팀장옆 소파에 앉아 있는 최국수의 처가 보였다. 


최국수의 처는 안면이 있어 인사를 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예! 과장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진짜! 영안실 그 사람이 국수 선배가 맞습니까?”

“맞지요. 어째 신랑을 못알아 보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 나는 아닌 것 같은데..어떤 점이 국수선배라고 생각합니까?”

“아니! 25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사람 형체를 보면 당장 알 수 있지요. 옷이 흙탕물에 묻고 조금 찢어졌지만 집에 있던 옷이랑 같아요.”  


“그렇습니다만, 옷이나 몸에 흉터나 뭐 이런거요.”

“아이고! 참 진짜..”          


“알았습니다. 그럼 국수 선배는 언제 무엇 때문에 집을 나갔습니까?”

“뭐 부끄럽지만..”     

“말해 보세요.”          


◆ 티켓다방 아가씨와 바람난 가출 ◆          


최국수는 곶감 생산을 하는 1년 중학교 선배였다.  

        

1년 선배지만 학교 다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선배라 내가 수사과장으로 왔다고 하여 저녁에 만나 술을 한, 두 번 했기에 그의 처와도 알고 있었다.          


곶감을 생산하여 시중에 판매하고 있지만, 자신이 재배하는 감나무가 얼마 되지 않았고, 농민들이 심어 놓은 감나무를 산 뒤 생감을 채취하여 곶감 생산을 했었다.     

      

봄이 되어 감꽃이 피게 되면 그때부터 곶감 생산자들은 감나무 한 그루 당 얼마씩 주고 구입하여 농약을 치고 거름을 줘가면서 키우다가 10월 중순 가을이 되면 생감을 따서 곶감으로 가공하여 건조를 시킨 후 판매를 한다.          


구정 설이 지나면 곶감은 다음 해 추석때 판매를 위하여 냉동창고로 들어가고 감꽃이 필 때까지 곶감 생산자들은 농한기라 할 수 있다.     


약을 치면서 관리를 하다가 곶감 철이 되면 남자들은 생감을 나무에서 딴뒤 가공장으로 운반하고, 여자들은 감 깍는 기계를 이용하여 껍데기 박피를 해서 건조대로 옮겨 자연의 힘을 빌어 건조, 생산하는 노동집약적 농산물이면서 단기간에 벌이가 좋은편이다.  


선배는 곶감 생산을 위하여 봄이 되면 감나무를 보러 가고 약을 뿌리기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아내는 감 깍기 하기 전에는 할 일이 없어 소일거리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최국수는 감나무 약도 매일 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근처 다방에 가서 아가씨들과 시간을 보내며 즐긴다고 했다.         

 

할 일도 없으면서 식당일을 도와주지 않고 가끔 외박을 하여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던 최국수는 처의 미행에 다방 아가씨와 즐기는 장면을 잡히고 말았다.    

      

부부싸움을 대판하고 난 뒤 처가 식당에서 일하는 사이 가방을 싸서 가출을 했는 데 알고 보니 다방에 있던 여자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떠난 것이었다.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다가 남들이 알까 싶어 참고 일주일 정도면 돌아올 줄 알았던 남편이 10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알고 지내는 경찰관에게 물어보니 우선 가출신고를 해놓고 있어야 사건, 사고 발생 시 빨리 연락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식당 옆 00 파출소에 가출신고를 해놓았다고 했다.   


사랑의 도피 행각을 나갔는데 왜 죽은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었냐고 하니 최국수의 성질을 잘 아는데 10여 일이 지난 뒤부터는 집에는 못 들어오고 미안해서 낙동강에 몸을 던진 게 아닌가 생각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믿고 있었다고 했다.      

    

나도 알고 있던 선배라서 어지간하면 알겠지만 변사자가 최국수라고 생각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 치아는 변하지 않는다 ◆   

       

얼굴에 교통사고로 다친 상처가 크게 있다고 하였지만 부패되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는 상태라 다른 곳은 없느냐고 하니 이빨 치료를 받은 게 있다고 했다.   


처음 검안의도 치아를 보고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남자라고 했듯이 신체중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는 치아가 생각나서 누구에게 언제 치료를 받았냐고 하니 중학교 동창이며 치과 의사인 00 치과 원장 김 00에게 작년에 충치와 신경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최국수라고 확정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치과의사인 김 00를 불러 사체를 보이자고 했다.        

  

치과의사 역시 학교 선배라 잘 알고 있던 차에 전화로 최국수 이야기를 하니 자신이 치아를 치료한적이 있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하여 변사체가 최국수 인지 아닌지 좀 봐달라며 같이 적십자병원에 가서 변사체를 보여주니 치과의사가 큰소리로 웃으면서          


“아이참! 뭐를 보고 국수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국수가 아니야. 내가 치료한 사람들은 내가 다 알고 진료차트에 기록도 해 두는데 국수는 왼쪽 위 어금니를 덮어 씌었는데 여기는 없잖아.. 국수 아니다”

“뭐라고? 아이 아빠가 아니라고? 원장님! 진짜 아닌 겁니까?”    


“이제 신랑이 바람나서 집을 나갔다고 영 죽이는구먼.. 하하하”

“뭣이라고요?”          


“정신 차리고 빨리 국수나 찾아봐요. 이제 진짜 영원히 도망간다.”

“......”        


“아니! 어찌된 것 입니까? 아이 아빠라며 울고불고 난리를 쳐 놓고.. ”

“글쎄요..분명히 맞는 것 같았는데..”


진영미를 다그쳤지만, 시체 안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치과 김 원장의 말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김 과장도 국수를 알면서 그렇게 판단을 못해? 엉터리 수사과장이네..”


괜히 옆에 있는 나까지 불통이 띄어 조금 멋쩍었다. 

    

“나도 의심스러워 확실히 국수 선배가 맞느냐고 몇 번을 물어봤는데 같은 이불 사용하는 사람이 틀림없다는데 난들 어떻게 합니까?”

“하기야 워낙 부패가 심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치아를 보니 국수 아닌 것이 확실해..”     


하마터면 있어서도 안될 일이 벌어져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뻔 했다.


“우리 형사들은 이제 사무실로 들어가서 다시 수사를 해보자. 해외 토픽에 나갈 뉴스다.”라며 나는 치과원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같이 간 형사들과 쓴웃음을 지으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변사자 인적사항을 빨리 찾아야 해결할 것인데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다른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낙동강 상류쪽에서 낚시하던 사람이 없어져서 실종 신고를 했는데 혹시 변사자가 그 사람 아니겠느냐고 해서 관계인들을 불러서 보여 주고 DNA검사로 결정하자고 했다.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특정인과의 대조하는 DNA 결과는 빨리 나왔다.      

 

변사체 발견 사건은 타살이 아니고 강 낚시를 하다가 실족사 한것으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고 변사체는 유족에게 인도하면서 변사사건은 내사 종결했다.      

    

한바탕 헤프닝이 끝난 후, 며칠 뒤 최국수는 멀쩡하고 싱싱하게 귀가를 했다.      


그동안 난리가 났는데 대하여 모르는 최국수는 잔소리하는 마누라 없이 혼자(?) 제주도에서 질펀하게 놀다 왔다고 자랑을 했다.


말도 안하고 없어졌다가 나타난 최국수는 아마 처와 전쟁을 대판 치뤘을것이라 상상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조용했다. 아마 최악의 남편이라도 없어지는것보다는 옆에 있는게 좋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 후에도 농담 삼아 물어보면 그저 웃어 넘길뿐이고 죽었던 사람이 돌아와서 인지 금슬은 더 좋아졌다고 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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