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사체 발견 ◆
지방 소도시의 점심시간이 지난 경찰서는 조용했다.
조용하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한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상 위 경비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따르릉렁’
“여보세요?”
“과장님! 낙동파출소장입니다,”
“아! 예! 뭔 일입니까?”
“낙동강 변에서 변사체가 발견되었는데 시일이 지나 신원 확인이 어렵습니다.”
”뭐라고요? 사체는 어디 있나요? “
”현장에 그대로 있고 직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현장을 발견하고 사체를 옮기기 전까지 경비를 서지 않으면 야생 동물들이나 비, 바람에 훼손, 변형되기에 보존을 바르게 하지 않았다가 유족이나 언론에서 알게 되면 엄청난 질타를 받는다.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타살 혐의가 있습니까? “
바쁜 마음에 속사포같이 물었다.
“남자 같은데 성별 구분이 힘들고, 타살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과학수사팀하고 같이 나갈 테니 현장보존을 잘해주시고 서장님한테 보고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러는 사이 당직 형사가 파출소에서 보고를 받았는지 헐레벌떡 뛰어와 노크를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과장님! 낙동 파출소에서 강변에 변사체가 발견..”
“알았다. 금방 보고 받았는데 과학수사팀 준비시키고 형사팀장하고 당직 형사들은 나랑 같이 출발하자, 그리고 형사들 비상 걸어서 낙동파출소로 집합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형사 기동차량이 준비되면서 바로 출발하여 경찰서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낙동강 변에 도착했다.
현장은 농가하고 멀리 떨어져 한적한 곳이었는데 발견 경위를 알아보니 농부가 자신의 논 벼 발육상태를 보고 강둑을 걷다가 물가 백사장에 못 보던 물체가 있어 확인하니 사람 같아서 신고했다고 했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걷다가 보니 현장에 도착하였고 강가에 변사체는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
현장에는 파출소장과 경찰관 2명이 있었다.
“과장님! 여기입니다.”
“남, 여를 구별할 수 없다니 얼마나 오래되었기에.. “라며 보자기를 들쳐보니 엄청난 냄새가 나면서 구석구석 구더기가 보였고 신체 일부가 훼손되어 가고 있었는데 차림새로 봐서는 남자 같은데 엉망이었다.
변사체가 발견되었지만, 사인은 아직 모르고 물결에 떠밀려 강변으로 나온 것 같았고, 시일이 지난 뒤라서 모든 게 미확인이었다.
남, 여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부패되어 지문으로 신분 확인은 어려운 상태였다.
조금 있다가 시내에서 00 정형외과를 하는 의사가 왔다.
대도시에는 법의학자나 검안 전문 의사가 있지만, 지역에는 없다.
특히 전국에서 매일 발생하는 변사사건마다 국과수(국립과학연구소) 에서 현장에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변사사건 처리를 안 할수 없어 전국 각 경찰서에는 소속 검안의가 따로 없고 평소 섭외하여 둔 정형외과 등 의사들이 경찰의 요청에 한 번씩 변사체 검안을 하러 나온다.
경찰이 지급하는 검안비는 많이 부족하지만 추후, 유족을 찾게 되면 사망진단서 발급을 해주면서 출장비를 만회(?) 해 준다고 할까?
사람이 사망하였어도 의사면허증 있는 분이 사망 확인을 해줘야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경찰도 검찰에 변사사건 보고 및 종결을 위해서는 꼭 검안의의 검안서와 사망진단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사체는 부검해야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지만, 사건, 사고 현장의 검안은 특정 부분을 전공한 의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젊은 의사들은 병원을 비워 두고 나오기가 거북하여 기피하지만 나이가 지긋한 의사분들은 경찰의 요청에 기꺼이 나오시기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평소 변사 현장에 자주 나오시는 00 의원 의사 정 00은 변사체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명확한 의견을 쉽사리 내놓지 못했다.
“원장님! 우선 성별이 어떻게 되나요?”
성질 급한 내가 먼저 질의를 했다.
“글쎄요. 시간이 너무 지났는데.. 체격으로 봐서는 남자 같습니다.”
“나이는?”
“신체에서는 모르겠고 치아 상태로 봐서는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 같습니다.”
“사인(死因)은 뭐라고 보십니까?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타살후 물에 넣은것인지, 실족으로 익사 한것인지 물었지만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의사가 모른다는데 우린 들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일단 부검을 해서 정확한 자, 타살과 사인도 알아야 하고 변사체 특징을 찾아 유족을 찾아야 했다.
난감한 일이었다. 한, 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엉킨 실타래를 풀 듯이 하나씩 짚어 나가며 수사를 해야 했다.
“성 팀장! 우선 상황실과 여청계에 가출이나 행방불명 신고 된 것 있는지, 관내뿐만 아니라 낙동강을 끼고 있는 경찰서에 공조 수사 통보하고 경찰청 강력계에 협조 요청해 봐 “
“알겠습니다. “
“그리고 검사 입회할 것인지 알아봐. “
“안 그래도 나오면서 검찰 당직에 보고하니까 현장에 나갈 검사가 없어니 경찰에서 변사 보고서를 올리라고 했습니다. “
“그럼, 의사 검안하고 나면 과수팀에서 신원을 확인할 게 있는가 찾아보고 끝나면 현장 촬영 후, 변사체를 적십자병원 영안실로 옮겨 정밀감식 하고 부검 하도록 하자. “
“알겠습니다.”
변사체 발견 현장에서의 정밀감식은 야외라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실내로 옮겨서 실시하는 것이다.
변사체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빨리 옮기기로 하였다.
변사체를 적십자병원 영안실로 옮기는 동안 낙동파출소에 가니 비상소집된 형사들이 집합해 있었다.
당직을 제외하고 집합된 형사 10여 명에게 변사 발생에 대한 상황 설명을 하고 각 조별로 수사할 내용을 지시했다.
당직조는 변사보고서와 부검 의뢰서 작성하여 부검일자 조율하고, 나머지 조는 팀장이 발견 현장 주변 수색과 주민 상대 탐문, 가출신고나 미귀가자가 있는지 여부, 타살에 의한 사체 유기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시작하도록 지시 했다.
우선은 변사자의 신원 확인이 최우선이었다.
사회이목이 집중된 사건은 서울 국과수로 가지만 어지간한 변사사건은 부검시설이 되어 있는 곳으로 가는데 우리는 대구 경북대학교부설 법의학과에 의뢰를 했지만 사체의 부패가 너무 많이 진행되어 있어 사인 불상으로 나왔다.
우리나라는 만 17세 (보통 고등학교 2학년인데 만 17세가 되는 달의 다음 달 1일부터 12개월간) 성인이 되면 본인이 직접 읍면동사무소를 방문하여 규정에 맞는 사진과 발급 신청서를 작성해서 지문 날인 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도록 되어 있다.
지문은 만인부동(萬人不同), 종생불변(終生不變)이라는 대원칙이 있어 신원확인에 이용되고 있어 주민등록증을 할 때 지문 채취를 하여 둔다.
즉,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같은 지문은 있을 수 없고, 죽어도 변치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하지만 지문이 안 나오는 변사체는 신체 일부를 채취하여 국과수에 보내면 생물의 유전 정보가 담겨 있는 DNA(사람의 전체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통 털어 유전체(genome)라 부르는데, 이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모든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규명하는 인간게놈 연구 결과 사람은 약 4만 개 정도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뢰를 한다.
특정인을 대조하는 검사는 1 – 2 일 정도 빠르게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2주일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결과 기다린다고 넋을 놓고 있을 수가 없어서 다른 부분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방송과 신문 보도를 통하여 낙동강 변사체 발견 뉴스가 나가자 신고,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화가 오면 당사자의 인상착의와 나이를 물어보고 비슷하면 오라고 하여 적십자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변사체를 확인시켰다.
훼손된 변사체라도 가족들은 옷이나 신체의 특징으로 쉽게 알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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