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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짱 Apr 19. 2023

"형사님! 도와주세요"

배은망덕


나릇 한 봄날의 오후가 되어 사무실에서 춘곤증을 느껴 졸고 있는데 누군가 사무실 노크 하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누구십니까? 들어오세요.”

덜컹 문을 열고 들어서는 50대 중반의 남자였다.


“안녕하십니까?”

“누구신지요?”


“아! 저는 과장님 친구 오정석(가명)과 나이트클럽을 동업하고 있는 박상윤(가명)이라고 합니다.”

“그러세요. 여기 좀 앉으시지요.”


예전에 강도사건 발생 후 여관 검문검색을 하다가 만난 고향 동창생 이야기를 ‘니가 왜 거기서 나와(동창생)’글로 소개를 했던 적이 있다.


아마 고향 친구인 내가 형사과장을 하고 있다고 자랑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 친구는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시작하여 물장사(주류판매)를 하면서 돈을 모아 동업으로 대구에서 이름난 나이트클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웬일이신지?..”

“부탁을 하나 할까 싶어 왔습니다.”


“말해 보세요.”

“실은 제가 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꾐에 빠져서 사기 도박꾼들에게 걸려 오 사장과 동업하던 지분을 전부 팔게 되었습니다.”


“아니 동업 지분이면 돈이 꽤 될 텐데.. 얼마나 됩니까?”

“어~~~~”


“말해 보세요.”

“약 10억 원 정도 됩니다.”


“아니 그렇게 많이요? 누구하고 어떤 도박을 했기에 그렇습니까?”

“공(골프)을 치다가 알게 된 사람들인데 처음에 조금씩 하다가 보니 그렇게 되었고 나중에 제가 꾼들에게 당한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여 주면 됩니까?”

“저도 도박 한 것으로 처벌을 받을 테니 그놈들을 처벌해 주이소.”


“어떻게 하여 당했다고 생각을 하나요?”

“제가 돈을 자꾸 잃게 되어 알고 있는 꾼들에게 물어보니 상대편에서 작업을 한 것 같다며 도박이 끝나고 나서 사용하였던 카드를 가지고 와보라고 하여 끝나고 나서 카드 몇 장을 모르게 가지고 나와서 보여 주었더니 이리저리 살피다가 ‘당했다’고 하면서 다시 할 때는 판이 끝난 후 사용한 카드를 절반 잘라 반반씩 나눈 후 감정을 해보자고 하면서 가져오라고 해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가져온 카드를 감정해 봤나요?”

“꾼들에게 보였더니 확실하다고 하여 제가 꾼들의 농간에 당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박 사장님은 도박으로 처벌을 안 받을 것이니 우리에게 협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요?”


“예 박 사장님은 사기의 피해자가 되니 걱정 마시고 처음부터 차분하게 진술을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 사건은 제가 직접 조서를 작성하는 게 아니고 유능한 형사에게 사건을 처리하라고 지시를 하겠습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깔끔한 사건 처리를 위하여 되도록 고참에게 사건을 맡겨야 될 것 같아  1팀에서 선임 조장을 하고 있는 반 형사를 불러 자초지종 설명을 하고 사건 처리를 지시했다.


반 형사가 박 사장을 데려가 진술을 들어 보고 보낸 후 꾼들의 소재를 찾기 위하여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수사를 하였다.


반 형사가 잘하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었는데 예전 같이 근무를 하였지만  사건 당시에는 다른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던  장 00 형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상시 일은 잘 안 하고 그저 입만 가지고 형사를 하던 놈이라 탐탁지 않았지만 전화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과장님! 잘 계십니까?”

 형사 오랜만이야. 웬일이냐?”


“그냥 안부 전화를 했지요”

“그럼 시간 날 때 사무실로 놀러 와”


“알겠습니다. 그런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뭔데?”


“나이트클럽 사장 도박사건 하고 있습니까?”

“어~~ 자네가 그것 어떻게 알고 있어?”


“손바닥만 한 동네에서.. 다 압니다.

“어떻게 알았냐니까?”


“그거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봐줄 수 없습니까?”

“뭘 봐줘.. 피해자 진술을 다 받아 놨는데..”


“에이 그러지 마시고 과장님만 봐주시면 다 되는데요”

“야! 무슨 소리 하고 있어? 괜히 중간에 끼어 고생하지 말고 너는 빠지는 게 좋겠다.”


“피해자만 조용히 시키면 되겠습니까?”
 “안돼!” 단호하게 뿌리쳤다.


“하여튼 알았습니다.”

“너 중간에 끼어서 수사방해 하면 가만 안 둔다. 감찰에 보고 할거다!


“나중에 한번 찾아뵐게요.”

“오지 마!”


그렇게 전화가 끝나고 나서 사건 담당자인  형사를 불렀다.


“야! 반 형사! 그 나이트 박 사장 사건 어찌 되어 가고 있나?”

“박 사장이 자세한 진술은 다음에 한다고 하면서 저의 이름과 연락처를 받아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지금 수사를 하고 있나?”

“박 사장이 나간 후 연락처를 알려 준다고 하였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서 몇 번 전화를 했는데도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있으면 어떻게 해? 빨리 수사해 봐”

“알았습니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벌써 정보가 흘러 나간 모양이더라”

“예? 정보가 샜다고요?”


“자네 00서  형사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놈이 어떻게 알고 봐달라는 연락이 왔어, 빨리 박 사장을 만나 확인해 봐. 알았지?”

“알았습니다.”


반 형사만 믿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팀장을 다시 불렀다.


“어이! 조 팀장! 반 형사 믿고 일을 맡겼는데 어째 일을 그렇게 하고 있나? 다른 조를 붙여서 박 사장 잡아서 확인해 봐.”

“알았습니다.”


일이 시작되면 무조건 피해자 진술부터 확보하고 나서 시작하는 게 순서인데 어디서 무엇을 배웠는지 안타까웠다.


낭패가 났다.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정보가 새어 나가서 증거들이 날아가게 생겼다.


일을 안 하면 몰라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다쳐도 다치는 게 수사형사들의 비애다.


며칠이 지나고 조 팀장이 팀원들과 같이 움직여 수소문을 한 끝에 박 사장을 만나 ‘왜 연락이 되지 않느냐’며 추궁을 하니 경찰서에 이야기를 하고 나와서 상대편에게 경찰서 갔다가 나온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상대편에게 전부가 아니더라도 절반 정도 피해변제를 해주면 경찰서에서 한 이야기는 무마한다고 했고 상대편에서는 알고 지내는 형사들을 통하여 우리가 내사에 들어갔는지 확인 후 며칠 전 변제를 받았다며 수사를 원치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형사라는 놈이 나한테 확인 전화가 왔던 것을 알았다.


“이런 개 같은 새끼들..” 입에서 절로 욕이 뛰어나왔다.

형사에게 사건을 할 것 같이 해놓고 넌지시 흘려 자신이 손해 본 것을 받아냈던 것이었다.


일반 민간인들이 경찰을 이용하여 자기의 속셈을 차리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데 내가 속고 말았던 것이었다.


우리가 하는 사건들은 꼭 상대가 있기 마련인데 순진하게 받아줬던 내가 후배 형사들에게 부끄러웠다.


도박을 같이 한 사람과 시간, 장소를 이야기한다고 해놓고 도박으로 손해 본 자신의 실속만 차린 후 진술을 안 해서 강제로 수사할 방법이 없어 그냥 넘어갔지만 도박꾼은 언제라도 다시 할 것이니 그때 보자며 냉가슴을 앓고 말았다.


모든게 나의 실수 였다.

수사의 3대 원칙중 하나인'급속 착수의 원칙'

이라는것이 있는데 내가 간과를 해버린것이 었다.


상담 즉시 영상녹화를 하면서 조서를 받았더라면  합의를 하던 말던 상관이 없었는데..


하지만, 도박에 중독이 된 자라 언젠가는 다시 도박을 할것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알린 후, 1년이 지난 즈음 정보원을 활용하여  내사를 하다가 주택가 사무실에서 박 사장을 상습도박사범으로  검거 후 괘씸죄를 플러스 하여 구속 시켰고 나에게 로비를 하였던 사이비 장 형사의 사연은 다음에 연재하기로 하겠다.


#동창생  #나이트클럽 #도박 #사기 #형사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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