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스타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형사들은 항상 잠바에 운동화를 신고 나온다.
멋있는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나오는 형사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형사 콜롬보’에 나왔던 바바리 차림 형사가 제일 멋진 패션이었다.
정장 차림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전부 사장이나 사기꾼, 정치인들이며 여름에는 반팔의 티셔츠, 겨울에는 가죽잠바가 국민들이 바라보는 형사들이다.
형사들 룩은 왜 잠바를 입고 다니는지에 대하여 실무부서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으로서 글을 작성해보았다.
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파출소 근무 2년이 지난 즈음에 형사계로 발령을 받았다.
파출소에서 경찰서에 발령을 받게 되면 경찰서장부터 경찰서 각 과장들과 선배 형사들에게 신고를 해야 함으로 결혼식 때 입었던 양복을 손질하고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경찰서로 출근을 했다.
서장님과 각 과장, 해당과장, 계장, 반장과 선배들에게 전입신고를 한 다음 한숨을 돌릴까 했는데 조장으로 만난 신 형사가 담당 파출소에 나가보자며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파출소 근무할 때 구입하였던 오토바이를 타고 갈려고 가는데
“어이 봐라 김 형사! 어디가나?”
“오토바이를 가지러 갑니다.”
“오토바이는 됐고. 그냥 온나. 걸어가자.”
“예? 걸어서요?”
첫 조장의 말이 떨어지고 나는 오토바이를 경찰서 후정에 세워두고 넥타이를 푼 체 걸어서 조장 뒤를 따라 가는데 얼마나 빨리 걷는지 거의 경보 수준이었다.
형사 조장의 말은 곧 ‘법’이었다.
2 Km 넘는 북부정류장까지 걸어서 가는데 구두를 신어 많이 불편했다.
북부 정류장에 있는 신고 센타에 들려 상황을 살펴보고는 다시 파출소로 가자고 하여 골목길을 지나 염색공단내에 있는 파출소에 갔다.
파출소에서 소장님과 직원들 상견례를 하고 차를 한 잔 마셨는데 또 따라 오라고 해서 걷기 시작했다.
비산7동 파출소는 북부경찰서와 금호강을 사이에 두는 경찰서간의 경계 지역이었고 관내에 폐수종말처리장을 만들고 있다면서 가보자는 것이었다.
관내 끝자락에 있는 폐수종말 처리장에서는 기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염색을 마친 폐수를 모아 정화 후 금호강에 방류를 한다고 했다.
공사장을 본 후 관내 지인들을 만나보고 퇴근 시간이 되어 사무실에 들어왔다.
출근하자, 말자 전입신고 후 10 Km 는 족히 걸었던 것 같았다.
발바닥이 아리었지만 참았다가 집에 들어가니 양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다.
파출소에서 순찰을 돌아도 그 정도 걷지 않았고 신고 출동을 해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하루 종일 걷고 나니 발바닥이 난리가 났다.
그 다음 날 부터는 간부가 되기 전까지 잠바에 발바닥이 편한 운동화 내지 케주얼화만 신고 다녔다.
형사들이 일을 할 때는 몇 날 며칠을 밤, 낮 없이 일을 하지만 일이 없을 때는 사우나를 가기도 한다.
하루는 사우나를 하고 나오는데 구두 닦는 사람이
“김 형사님!”
“왜 ?”
“김 형사님은 옷이 그것 밖에 없어요?”
“왜 그러는데?”
“항상 가죽 잠바에 운동화만 신고 다닙니까?”
“자네가 왜 그러는데?”
“아무리 형사지만 맨날 가죽 잠바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니까 우리같이 구두를 닦고 사는 사람은 뭘 먹고 사는가요?” 웃으면서 농담을 하기에
“돈이 없으니까 잠바에 운동화지..”
그렇게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사실 정장보다는 잠바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게 훨씬 편했고 피로감이 덜 하였다.
때로는 양복이 잠바보다 비싸서 박봉의 형사들에게 양복 정장은 무리였다.
형사들이 양복을 입는 날에는 표창을 받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날만 입는 것이었다.
표창을 받는 날 행사를 주관하는 경무과에서 양복을 입는 게 예의라며 양복이 없으면 양복 차림으로 근무를 하는 정보과에 가서 잠시 빌려 입고 오라고 할 정도였다.
형사들 중 누가 양복을 입고 나오면 그 형사는 그날 무슨 날인 줄 주변 사람들이 다 알 정도였다.
승진을 거듭하여 간부가 되어 지방경찰청 강력계 외근 반장 할 때였다.
지방청 외근 반장이면 대구 시내 500 여명의 형사들 중, 제일 우두머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24시간 출동 대기 상태로 시내에서 발생하는 강력 사건을 물론이고 사회 이목을 집중하는 사건이면 언제든지 현장 임장을 해야 한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청 단위에 근무를 한답시고 과장이 바뀌어 넥타이는 매지 않았지만 콤비 양복에 구두를 신고 구속영장 결재를 받으러 들어갔다.
과장이 나의 복장을 아래위로 살피더니
“김 반장 복장이 그게 뭐냐?”
“예?”
“형사가 웬 양복을 입고 결재 들어와?”라며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속으로‘와 이 양반 앞에서는 결재 받을 때 양복을 입으면 안 되는 것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운동화 신고 다시 결재 받으로 들어 와”라는 소리를 뒤로 하면서 물러 나왔다.
요사이로 말하면‘갑질’이라고 했겠지만, 감히 대항할 생각을 못 하고 뒤돌아 나와서 책상 밑에 두었던 운동화로 갈아 신고 후배 형사의 잠바를 빌려 입고 다시 결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과장이 나 보다는 나이가 많았으므로 보수적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요사이 형사들은 머리에 염색도 하고 복장도 자유로워 예전 같은 형사들 폼이 안 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계장이 되고, 과장이 되고 난 뒤에는 후배형사들에게 ‘일할 때는 몰라도 평상시에는 멋있는 옷을 입고 다녀라’고 외쳤다.
“형사들이 매일 잠바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니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형사는 당연히 잠바 스타일로 나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도 평상시 잠바와 운동화가 편한지 고쳐지지 않고 있고 여전히 영화와 드라마에 형사는 후줄근한 패션인 잠바와 운동화 신은 모습으로 나온다.
사실 의복이 날개라고 하지만 잠바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활동을 하면 엄청 편하다.
형사들은 보통 사람들과 같이 나이나 주변에 맞는 옷을 입고 잠복이나 활동을 해야 표시가 안 나서 사복을 입는데 왜 하필이면 잠바냐고 한다.
하지만, 흉기에 찔려 피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살인사건의 현장, 많은 재산과 생명을 빼앗아간 검게 불에 탄 화재 현장, 귀중품등 각종 도난사건 현장, 마약범들의 거친 언행에 맞서는 격투 현장, 조폭들의 난투극 현장 등과 위, 탈법자들의 검거 때 등 어디를 가더라도 부담이 없고 범인 검거할 때 편하기 때문에 잠바와 운동화를 고집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옷이야 어떻게 입더라도 “형사(刑事)”그 단어가 멋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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