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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짱 Sep 07. 2023

시골 형사, 도시 형사

형사

 

◆ 이솝 이야기 ◆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로 ‘시골 쥐 도시 쥐’가 있다.     


시골 쥐와 도시 쥐는 서로 친한 친구였다.      


어느 날 도시 쥐가 시골 쥐의 집에 놀러 왔는데, 시골 쥐가 대접한 음식이 너무 별 볼 일 없어서 탐탁치 않아하며 시골 쥐를 자기의 집(쥐구멍)으로 데리고 갔다.     

 

도시 쥐는 시골 쥐에게 도시 구경을 맘껏 시켜줬으며, 맛있는 음식도 대접했다. 시골 쥐는 자신이 사는 시골보다 멋진 도시에서 살고 싶어 했고, 도시 쥐를 부러워했다.  

   

도시 쥐와 시골 쥐가 식탁에서 함께 음식을 먹고 있을 때 고양이가 들이닥쳤고, 둘은 간신히 쥐구멍으로 달아났다.      


고양이가 돌아간 것을 확인한 후 둘은 안심하며 다시 나와 음식을 먹다가 이번에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시 쥐구멍으로 꽁무니가 빠지게 줄행랑쳤다.    

 

보리나 땅콩, 밀 같은 초라한 것들만 먹어오다가 도시에 온 이후로 화려한 삶과 맛있는 음식을 부러워했던 시골 쥐는 하루하루가 무섭고 위험한 도시에서 삶을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하찮은 것들만 먹더라도 시골에서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하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 경찰서 급지 ◆     


전국에 분포된 경찰서는 모두 257곳인데  

   

1급지(대도시형) -   특별시, 광역시, 도청소재지 경찰서

                    인구 25만 명 이상 시에 소재한 경찰서

                    인구 25만 명 이상 관할 경찰서

2급지(중소도시형) - 인구 25만 명 미만 시에 소재한 경찰서

                    인구 15만 명 이상 25만 명 미만 관할 경찰서

3급지(농어촌형) -   인구 15만 명 미만 군에 소재한 경찰서     


경찰서장을 경무관[일반직으로 본다면 부이사관(3급)]으로 보하는 전국에 12개 경찰서를 특1급 경찰서라고 할 수 있다.  

   

전국 경찰관 인원수는 2020년 말 기준 총 126,227 명이다.


그중 30%가 수사 분야(형사, 경제, 지능, 여성 청소년, 질서, 과학수사)에 근무하고 있다.  

   

주민들 인구수에 따라 경찰서 급지에 변화가 있듯이 경찰관 인원도 각  다르다.      


경찰서장의 계급이 같은 총경이라도 치안 수요가 많은 1급지 서울의  송파 경찰서는 1천명이 넘고,  관악, 강서 같은 곳은 9백명이 넘는다.


 시골 2급지 경찰서는 2~3백명, 3급지 중 주민 수가 적은곳은 1백여 명밖에 안 되는 곳도 있다.     


물론 형사도 경찰서 급지 인원에 따라 백여 명이 가까운 곳도 있지만, 시골엔 4~5 명 되는 곳도 있다.   

  

이글을 작성하게 된 동기는 내가 1급지만 있는 대구에서 형사를 하면서 승진하여 고향인 2급지 경찰서 과장으로 갔는데 이솝이야기같은 치안 환경이 다른 부분이 있어 예로 들면서 작성했습니다.


어느 급지 형사를 폄훼하거나 무능하다고 비판하려는 것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경감으로 승진하고 나서 우여곡절 끝에 2급지 경찰서인 상주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갔다. (지금 2급지 수사과장은 경정임)     


경북 상주는 내가 태어나고, 배우며 26년간 자란 곳으로 대구에서 경찰 생활을 하면서 꿈에도 가고 싶은 고향이었다.     


수사하는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자신과 연고가 없는 곳을 찾아가는데 나는 경찰 하면서 떠난 고향을 26년 만에 형사반장을 하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고향으로 갔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3대 도시 중 하나인 대구에서 (지금은 인천에 주민 수와 경찰관 수에 밀려 4대 도시로 전락했고 대구청장은 치안감인데 인천청장은 한 계급 더 높은 치안정감임) 형사 하면서 여러 번 특진했고, 경찰청 강력계, 폭력계, 광수대를 거쳐 나름대로 도시 형사로서 열심히 했기에 고향에 가서는 조금만 활동해도 평온한 치안이 유지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도시와 시골 경찰서는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아침 보고서를 보니 매일 같은것은 아니지만, 간밤에 주취자 한 명 즉결 보낸 것과 폭력 1건, 교통사고 2건, 음주운전 단속 1건 등 이 전부였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순찰을 열심히 다니면서 범죄 예방에 최선을 다한 효과도 있겠지만,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젊은이들이 줄어들어 해가 지면 시내 번화가에 있는 몇 군데의 상점과 주점 외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어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니 신고 들어올 것이 없었다.    

 

대구 10개 경찰서중 2급지인 달성경찰서(지금은 1급지)를 제외하고는 밤새 울리는 112신고 전화에 밤새워 근무하는 파출소와 형사계 경찰관들은 초주검이 되는 것과 비교를 하니 이래도 되는가 싶은 정도로 너무 조용했고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


대구는 경찰서 마다 형사가 많게는 6-70 명, 적게는 50여 명이 되늗데 상주는 형사 4개조 8명, 계장 포함 9명이다.

 

형사 인원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시골과 도시는 장, 단점이 다 있다.


‘설날 전후 강, 절도 검거 ’, ‘봄철 강, 절도 검거 ’‘하계 휴가철 빈집 털이 예방 및 검거 ’, ‘기소중지자 일제 검거 ’, ‘마약류 자진신고 및 특별 검거 ’, 추계 강, 절도 검거 ‘, 조직폭력배 소탕 ’, ‘연말연시 특별 단속’ 등 전국적으로  1년 내내 특별 단속기간이나 소탕 기간을 정하여 놓고,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특별승진을 걸어 경쟁을 유도 시키는 정책으로 전국의 형사들은 서장 및 지휘관들 등쌀에 도시 형사는 숨돌릴 여유가 없다.     


하지만, 시골 형사들은 위와 같이 ‘일제 단속 기간’이라고 해도 별다른 액션을 취할 수가 없고 신경 쓰는 이가 없어 조금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아주 특별한 사건이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특진하기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봐야 한다.    

(요사이는 소수의 인원이지만 급지별로 특별승진 경쟁을 붙인다.)

 

발생이 없는데 어떻게 검거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무고한 시민들을 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이솝이야기와 같이 도시 형사들은 도시 형사 나름대로 사건, 사고에 파묻혀 여가활동을 못 하다가 큰 사건이 터지면 그야말로 가족들을 멀리하면서 극한 직업이 된다.    

  

'범죄 도시'에 나오는 마동석 배우 같이 과도한 액션은 할 수 없지만 매우 비슷한 상황으로 조직폭력배들을 상대하면서 검거한다.


강력사건은 발생 현장의 여러 가지 요인들을 수사하여 검거하지만, 인지 사건 경우에는 정보원의 제보가 제일 중요하다.


인지 사건을 많이 하는 베테랑 형사가 되려면 정보원이 많아야 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정보원이 있으야 인지 사건 즉, 마약, 조직폭력, 가짜 휘발류, 도박등 사건을 할수 있다.   


금품을 노린 주택, 상가 상대 절도 등 모두 계획적이라 수사의 어려움이 있고, 폭력 사건은 모르는 사람끼리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많아 합의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시골 형사는 지역이 좁다 보니 혈연, 학연, 지연으로 인하여 서로 얼키고 설키어 형사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끔 가다가 지역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이 있어 조직폭력배로 둔갑을 시키기도  하는데 실상은 도시의 변두리에 기생하는 양아치들을 묶어 놓은것이라 할 수 있다.


절도사건은 논, 밭에 있는 농산물이 절도가 대다수이거나 간혹, 생계형 잡법들이 많다.  

폭력사건은 형제나 선, 후배, 친구끼리의 사소한 다툼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처벌을 원치 않고 합의가 쉽게 이루어진다.   

  

대신에 따로 정보원을 두고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 서로가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대구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면 신고 접수 즉시 전파되고 형사들이 비상 소집되어 사건에 몰두는 하는데 시골은 사건이 발생해도 신고 접수가 늦고 또, 그에 대응하는 수단이 늦었다.  

     

예를 들자면, 도시 형사는 2022. 5. 20 연재되었던 ‘하늘의 심판(노래방 살인)’ 사건은 신고 즉시 비상 소집되어 수사를 개시한다.

(피해자 아들이 13년 뒤 형사 되어 검거하였음)     


시골 형사는 2022. 7. 14 연재되었던 ‘부부끼리 왜 이래?’ (남편이 부인을 살해 후 논두렁에 유기한 살인사건) 사건을 보더라도 급박한 사건 대처가 늦었던 기억이 있었다.   

  

도시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동원된 많은 형사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수사에 임하지만, 시골에서는 인원이 적은 대신에 지방청이나 인접경찰서지원을 받지만,  한 사람만 건너도 아는 사람들이 즐비하여 수사하기는 조금 쉬울 경우가 있어 강력 사건 발생하여도 해결이 쉬운 편이라 하겠다.     


최근에는 시골이나 도시, 어디에도 형사를 하고자 하는 희망 경찰관이 거의 없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불의를 징계하는 정의의 사도 같이 시원하고 통쾌해 보 기교육을 마친 젊은 혈기의 경찰관들이 일선 경찰서에 배치 된뒤에 형사를 하겠다고 지원한다.


하지만, 막상 발령을 받고 와서 조금 지나면, 생각보다 다른 형사 생활에 후회한다.


출, 퇴근이 일정치 않고, 휴일을 제대로 보낼 수 없어 가정생활이 엉망이고 승진이 다른 부서보다  1~2 년 늦어 다른곳에 보내 달라고 보직 변경을 요구하고 있어 과, 계장들이 온갓 방법으로 모셔 오기 바쁘다.

    

부정, 부패가 사라진 요사이 경찰공무원 어디를 가나 똑같은 봉급을 받고 활동하는데, 왜 굳이 자기 돈을 쓰면서 욕먹고, 여유시간이 없이 고생하는 곳에 가느냐는 MZ 세대의 사고방식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급지에 따라 지급되는 형사들 활동비와 수사비가 다르다.   

   

현금으로 활동비와 수사비가 지급될 때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었지만, 요사이는 모든 지출이 카드로 이루어지고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다.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자기 돈으로 수사하는 일은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도시에서의 한 끼 식사 대금이 적게는 7-8 천 원, 많게는 일만 원이 훌넘는데 턱없이 부족하고, 사건을 수사하거나 조사할 때 피의자를 두고 형사만 먹을 수 없으니 피의자 밥도 사줘야 하는데 그런 경비 지출은 없다. (금액은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이솝이야기와 같은 시골과 도시의  상황이 다르지만,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고생하고 있는 시골 형사, 도시 형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협조를 부탁합니다.      


#이솝이야기 #도시 형사 #시골 형사 #사건처리 #경찰서 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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