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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짱 Mar 14. 2023

아참! 나는 퇴직했지..

퇴역 형사의 꿈

“야! 잡아! 그쪽으로 가면 안 되잖아..”

“예!”


“ 저 새끼 저리 간다. 김 형사! 뭐 하나? 빨리 따라가서 잡아!”

“ 안 보이는데요.”


“ 야! 씨발! 지금 뭐 하고 있어..”


문 여는 소리를 듣고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도망가는 범인을 따라가 잡어라고 소리를 치며 수배자를 뒤 쫓는 장면이었고 나는 발버둥을 쳤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왜 이리 발이 안 움직이지?’

버둥대다가 깨어 보니 꿈이었다.


“어휴! 꿈이니까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떴는데


‘아참! 나는 퇴직했지..’


퇴직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수배자를 쫓아다니는 꿈을 꾸고 있었다.


며칠 전 뉴스에 나온 범인 검거소식이었는지, 음주 뺑소니 친 경찰관 소식이었는지가 뇌리에 잠재되어 있다가 꿈에 나타나온 모양이었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 컴컴한 방을 둘러보다가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보니 날이 밝으려면 한참을 있어야 할 02:30이었다.


‘시간이 이렇게 밖에 안 되었나?’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내가 깰까 봐 살며시 일어나 휴대폰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TV를 켜서 소리를 낮춰 재방송 프로를 보지만 마땅치 않아 격투기 방송을 봤다. 야심한 밤에 치고받는 방송을 보기가 뭣하여 24시간 뉴스 방송을 보았지만 저녁시간에 방송이 되었던 내용이었다.


꿈을 꾸다가 일어나서 그런지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갤러리를 열어보니 현역 때의 사진들이 있어 잠시 기억을 되찾아 보는 여행을 떠나며 사진마다 있는 사연들을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퇴직을 했으면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을 하며 지내야 하는데 아직도 옛날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나는 바보인가?


1990년대 후반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거금을 주고 구입하여 자랑삼아 다니다가 휴대폰은 가지고 다니는 것을 기계도 비싸지만 통화료가 비싸 민폐가 되니 형사들은 소지하는 것을 금한다는 상사의 지시를 어기고 몰래 감추고 다니며 사용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부터 내 신체의 일부인양 목욕탕 들어갈 때도 비닐에 싸서 들어가는 등 몸에서 1M 이상 떨어지지 않고 지낸 습관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내야 하는 현 시점에서 무슨 미련이 남아 옆에 붙이고 있으니..


휴대폰을 왜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다녔는지 지금 생각하면 단순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당시는 언제, 어디서, 무슨 사건이 발생 할지 몰랐고, 또  연속이어서 제일 연락이 빨리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연락이 안 되어 현장에 안 나가던지, 늦게 알고 늦게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사건을 찾아다니는 것이 나의 운명이고 팔자라고 생각했으며 적성에 딱 맞았던 평생 직업이라 나에겐 그저 즐거웠을 뿐이었다. 

(사건 피해자들에겐 미안했습니다.)


집에서 잠을 잘 때 아이 우는 소리는 안 들려도 휴대폰 소리에는 잠을 깰 정도였었다.


이제는 모두 지나간 일들이니 누구를 쫓아 다니는 꿈이 아니고 즐겁고 행복한 꿈을 꿨으면 좋겠고,  휴대폰 벨소리에 태연해 줬으면 좋겠다.


- 써니 생각  -



#형사 #퇴직 #휴대폰 #꿈 #미련 #기억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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