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2025.10.14 완독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406P
반전의 충격 너머, 아득해진 시선
추리소설은 대개 범죄의 논리 뒤에 숨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해부하는 과정이 피로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다. 큰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라기에 두 권만 추천해 보라니 권해 준 책 중 한 권..
추리소설로는 드물게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 고전적이고도 숭고한 테마 때문에 400여 페이지를 멈추지 못하고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한 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정말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온 것인가?’
나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반전의 무게가 너무나 커서, 앞서 읽었던 모든 장면을 완전히 재해석해야 하나? 그 충격은 실로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의 타격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자기 소멸'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수식의 세계에서만 살던 천재가 삶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사랑’이라는 빛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 의미를 지켜내기 위해 그는 어떤 선택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었던 걸까.
그가 보여준 선택을 단순히 ‘사랑을 위한 희생’이라 부르기엔 그 표현이 너무나 작게 느껴진다. 단순히 정서적 교감을 넘어선, 자신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자기 소멸적 헌신’ 이라서. 그나마 ‘헌신’이라는 단어를 빌려와야만 그의 선택에 대한 순도를 간신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을 덮으며 인간을 가장 아름답고도 위험하게 만드는 것
창조주는 인간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결코 빼앗길 수 없는 두 가지를 심어두신 모양이다.
-누군가를 향한 지독한 ‘사랑’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선함의 의지인 ‘양심’
인간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장 위험한 선택으로 내몰기도 하는 두 가지. 그의 헌신은 그 경계 어디쯤에서 타오르고 있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떠 오르는 시
그 서늘하고도 뜨거운 마음이 아마 이런 심정이었을까?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목숨의 노래, 문정희-
*개인적인 독서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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