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을 준비한다.
말로는 하지 않아도
눈이 마주친 순간,
홍채에 담긴 피사체가 흔들린다.
각자의 내일이 생겨난다.
휴대폰
매끈한 액정이 바닥을 마주한다.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진동,
몸은 점점 감각을 잃어가고
이비인후과를 간다.
대화의 길이는 열 줄에서 세 줄로,
마지막엔
마침표 없는 한 단어만 남는다.
친구의 다정함이 새삼스러워지고,
부모님의 잔소리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빨간 열기가 사라진 무채색 도시
온풍기의 바람이 얼굴을 스쳐간다.
바람이 남은 얼굴 위엔 건조주의보,'
그 바람이 거세지고
피부에 한 줄 붉은 실금이 가기 시작할 때
계절은 조용히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