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이 기어코 부서지네요.
쨍그랑
아무 일이 없는데도 산산이 부서졌어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긴 한데
그 생각은 금세 잊힙니다.
공기 속의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유리를 매일매일 두드리며
침식작용을 일으켰을까.
내가 한번 내 던진 날 멀쩡했던 그때 미세한 금이 생겼나.
애초에 겉만 멀쩡하게 잘못 만들어진 것일지도 몰라요.
지난밤 식기건조기 속 영롱하게 반짝이던 한 방울 유리알이
아마도 마지막 인사일까요.
아무도 이유는 모르는데 사실 그다지 궁금하지 않을지도요.
날카롭고 모서리 진 음파가 너와 나의 귀에
부딪히면 단지 시끄러울 뿐이에요.
그리고 잠시 놀랐답니다.
평온한 오후에 말이에요.
날카로운 소리를 잡아먹는 잠시의 정적이 지나면
유리 파편을 치우는 나 그리고 다시 예쁜 유리잔을
검색하는 네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또 물결 같은 평화가 이어집니다.
규칙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