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때려.

새천년국민학교 6번째

by 아지song

“야, 오은수. 일루 와 봐.”


소리는 멈추지 않고 가까워졌다.

“야.” 어깨가 잡혔다.

돌아섰다.

태형이가 오락기를 들고 있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고, 멀쩡해 보였다.

“이거 물어내.”

“아까 멀쩡했는데.”

태형이가 웃었다.

“수업이라 참았거든.”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어떻게 할래.”

입을 열기도 전에,

툭. 머리가 옆으로 밀렸다.

잠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태형이가 다시 다가왔다.

철봉대 옆이었다.

발이 들렸고, 숨이 막혔다.

입이 벌어졌는데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몸이 앞으로 꺾였다가 다시 세워졌다.

시간이 천천히 지나갔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옆으로 사람이 지나갔다.

은지였다.

눈이 마주쳤다.

잠깐 멈춘 것 같았다.

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뒤를 보지 않았다.

뒷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짧은 순간이었는데 길었다.

운동장 끝에서 선생님이 달려왔다.

“야, 너네 뭐 하는 거야.”

태형이가 바로 손을 내렸다.

선생님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고장 난 거 아니면 그냥 넘어가.”

잠깐 멈췄다가, “너도 발로 찬 거, 은수 엄마 알면 가만 안 있을걸. 그러니까 여기서 그만하고 집에 가.”

태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끝났다.

집에 와서 엄마를 봤다. 엄마는 소여물을 수레에 옮기고 있었다.

옆에 서 있다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엄마.”

엄마가 나를 봤다.

“누가 나 때렸어.”

엄마는 잠깐 나를 보더니 말했다.

“너는 왜 가만히 있어.”

여물을 더 올렸다. 나는 옆에서 같이 옮겼다.

조용히 움직이다가, 엄마가 다시 말했다.

“너도 때려.”

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수레를 밀고 축사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깨진 술병이 박혀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갔다. 아빠가 누워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다. 익숙한 까만 냄새가 난다.


나는 또 그대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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