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 보리밭의 푸른 숨결이
골짜기마다 차오르던 계절,
뒷산의 뻐꾸기가 목 놓아 울던 그때
당신은 말없이 내 곁을 떠났습니다.
잔잔한 미소 뒤에 감추어 두신 말씀들을
철없던 저는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세월이 파도처럼 스쳐가
당신의 모습은 흐릿해져 가지만
뻐꾸기 울음은 여전히 귓가에 맴돌며
지워지지 않는 그 미소를 데려옵니다.
바래지는 얼굴,
황금빛으로 번지던 보리밭, 메마른 보리 냄새.
저 뻐꾸기는 어쩌면 그날을 붙잡고 사는
오래된 친구인지 모릅니다.
당신이 서 계시던 자리는
이제 잡초만이 지키고 있습니다.
여치 집을 만들던 나를 보며
“솜씨가 있구나.” 칭찬하셨지요.
그 격려는 남아 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는 세월 속에 묻혀,
다시는 불러낼 수 없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귓전에 머무는 뻐꾸기 울음뿐.
나는 그 울음 속에서
당신이 남긴 가르침을 더듬어 찾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찾은 그 하나,
“세상사람 모두를 품는 가슴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