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마지막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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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이상 증상이 시작되고 의식을 잃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차로는 10km를 갈 수 있고,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마실 수 있는 시간.

그 짧은 10분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날,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가슴에서 이상한 느낌이 올라왔다.

통증이라기보다는

무언가가 안에서부터 눌러오는 압박감이었다.

‘뭐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물을 한 컵 마시고, 헛기침도 해봤다.

괜히 주변 눈치도 보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 압박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왔다.

나는 옆에 있던 동료를 바라보며

밖으로 나가자는 손짓을 했다.

“왜 그래?”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식당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겨우 말을 꺼냈다.

“119 좀… 불러줘…”

그때부터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해졌고

숨이 점점 짧아졌다.

마치 가슴 위로

무거운 것이 올라앉은 느낌이었다.

숨을 들이마셔도 충분히 들어오지 않았고

내쉬어도 시원하게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 순간,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아… 잘못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생각.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복잡해졌다.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고,

정리하지 못한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무엇보다도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나는 결국 길바닥에 쓰러졌다.

차가운 바닥 위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웅크렸다.

숨을 쉬는 것 자체가

버티기였다.

주변 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의식도 흐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입에서 한마디가 나왔다.

“주여… 저의 허물과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열흘이 지난 뒤였다.

병명은 대동맥 박리.

심장에서 나오는 큰 혈관이 찢어진 상태였다.

혈압은 63까지 떨어져 있었다.

조금만 더 낮았어도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다행히 그날,

다른 환자를 위해 준비된 수술실이 있었고

나는 곧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다.

6시간의 수술.

중환자실에서의 보름.

그리고 51 봉지의 수혈.

그 모든 과정을 지나서

나는 다시 살아났다.


10분.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죽음과 마주했던 시간.

그날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불과 몇 분 전까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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