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영화 리뷰
사실 내 평점과 리뷰는 그리 믿을 게 못 된다. 평가를 하는 기준이 수시로 바뀌고 바뀌는 기준에 따라 평점을 새로 쓴다. 이전에 봤던 영화에 2.5점을 남기고는 다시 봤을 때 4.5점으로 수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그렇다. 딱히 영화를 보기 전 확인하는 리뷰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영화를 그리 많이 본 사람도 아니거니와 평도 감을 따른다. 내가 좋게 본 영화 밑으로 혹평이 줄줄이 달릴 때가 있다. 내가 졸면서 본 영화 밑으로 댓글 알바인가 싶게 찬양하는 글들 또한 많다.
그럼에도 리뷰를 남기는 건 단순 기록용. 몇 년이 아닌 몇 달, 짧게는 며칠만 지나도 내가 봤던 영화의 내용을 잊어버린다. 왓챠피디아에 기록된 영화 시청 시간은 800시간이 훌쩍 넘어 버렸고 평가한 영화도 400개를 넘은 지 오래지만 기억에 확실하게 남은 영화는 몇 없다. 이 영화 좋았지. 근데 왜 좋았지? 맞아, 이 영화는 조금 별로였어. 내용이 뭐였길래? 아깝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라도 보는 영화들의 리뷰를 남겨 보자 싶었다. 난 일기장을 매년 사서 3월까지 쓴다. 업무가 계속 생겨나지만 나의 업무용 노트도 이미 몇 년 전에 멈췄다. 내가 그런 인간상이다. 이것 또한 패기롭게 시작했지만 얼마나 갈지는 나 역시 잘 모른다.
아무래도 첫 리뷰라 서론이 길었다. 오늘 쓸 영화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세네 송이의 꽃으로 만든 다발을 이 영화의 평점으로 남긴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사람은 나의 육성을 들을 수 없다는 것에 감사하며 지금이라도 뒤로 가기 버튼을 클릭하길 바란다. 영화를 다 본 뒤 여운을 즐기기 위해 다시 찾아와 준다면 감사 인사를 전할 이는 내가 되겠다. 물론 애초부터 나의 글을 클릭할 당신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지만… 혹시나. 난 떠벌리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하지만 기적과도 같은 현실판 판타지를 영화 내내 보여 준다. 시작부터 두 주인공인 무기와 키누의 이별을 스포 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서로 다른 생활을 하던 무기와 키누의 만남은 우연히 시작되었다. 막차를 놓친 네 남녀가 함께 첫차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급 첫차 그룹을 결성하는데, 그곳에 무기와 키누가 있었다. 무기와 키누를 제외한 다른 남녀는 둘만의 세계에서 대화를 하다 눈이 맞아 떠나 버린다. 남은 우리 주인공들은 어색하게 인사를 하며 헤어진 뒤 이 영화는 초반부터 막을 내릴 뻔했지만, 키누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는지 무기를 불러 세운다.
그 뒤로는 순조로웠다. 굉장히 부드러웠다. 첫차까지 시간을 같이 보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서로는 서로를 닮아도 너무 닮아 있었다. 서로 신고 있는 신발조차 같았다. 무기와 키누의 관심사와 사상은 일반적인 것들이 아니었다. 이는 바위가 보자기를 찢어 버리는데 어떻게 보자기가 이기냐는 대화에서도 보였다. 이렇게 자신을 비추는 것 같은 사람이 무기는 키누가, 키누는 무기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둘은 둘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사랑을 이어갔다. 해가 지난다고 해서 사랑이 시들지 않았다. 사계가 지나도 여전했다.
생활비가 끊겼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무기의 말에 무기의 아버지는 생활비를 끊었다. 둘은 커피값도 카페가 아닌 편의점에 지불해야 했다. 전철에서 내려 30분을 걸어야 집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래도 둘의 행복은 시들 줄 몰랐다.
무기는 이 행복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이 미친 자본주의 세상에서 무기는 꿈과 희망보단 자본이 중요하단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매일 밤 잠을 줄여 자소서를 작성했고, 해가 뜨면 면접을 보러 갔다. 크리스마스, 새해가 지나도 무기는 여전히 취준생이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하듯 무기는 다섯 시 칼퇴로 계약을 하며 취준생을 벗어났다.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평일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 반납 출장으로 그림은커녕 키누와 대화도 나누기 어려워졌다. 무기는 사회로 발을 뻗음과 동시에 키누와의 세계에서 점점 발을 빼기 시작했다. 물이 부족했던 꽃다발은 점차 마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이별의 시작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판 판타지라 칭한 이유가 이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무기의 현실과 키누의 판타지엔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끝에는 평범한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적당히 자르고 감상을 붙이자면, 나는 이 영화가 뻔한 해피 엔딩이 아닌 무기와 키누의 이별로 마무리가 되었다는 것에 적지 않은 점수를 준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두 사람을 몰래 훔쳐본 기분이 든다. 나는 나의 것을 느끼고 싶지, 대리 설렘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둘을 통해 감정을 느끼게 되며 나의 설렘을 돌아본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 먹으며 연애라는 대화 주제는 결혼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친구들을 만나 아침에 일어나면 8년을 함께한 연인에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눈다. 주로 액션과 스릴러를 즐기던 내가 로맨스 영화를 눈에 담기 시작한다. 이와 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하길 바란다.
그리도 이상을 바라며 현실을 따진다. 시간이 흐르며 쉽던 만남에 스스로 제약을 걸어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꽃다발은 여전히 아직인데도. 나는 무기일까, 키누일까. 어쩌면 둘 모두에게 속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영화를 볼 때면 나이가 차며 빡빡해진 나의 가슴에 남모를 이상을 몰래 품어 본다. 시들지 않는 나만의 꽃다발을 찾길 바라며 오늘도 하루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