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데이트
지난 여름 일기
요즘 엄마는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하고 계신다.
이번 주말에는 연극을 보러 서울에 오셨다.
혜화에서 만난 우리는 무더운 날씨엔 시원한 커피가 좋겠다며 카페로 향했다.
엄마는 직장 생활과 방송통신대 공부를 병행하며 혜화에 자주 오셨다고 하셨다.
그 시절 엄마는 방송통신대 친구들과 해외여행도 다니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 보았다.
맞다. 엄마도 청춘이었지.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활기찬 청춘을 보냈겠구나
당연한 사실이 무척이나 새삼스럽게 다가 왔다
시원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난 후,
우리는 연극장으로 갔다
그 작은 공간이 만석인 것이 신기했다.
연극이 끝난 후, 엄마는 버킷리스트를 이뤘다며 기뻐하셨지만, 배우들의 에너지에 기가 빨린다며 연극이 본인의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다시는 연극을 보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던 차였다
역시 인프피 엄마와 인프제 아들
연극 후에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즉석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치즈를 좋아하셔서 치즈 떡볶이를,
김말이를 좋아하셔서 김말이를 추가했다.
즉석 떡볶이의 묘미인 볶음밥도
참기름과 김가루를 뿌려 추가했다.
우리의 첫 끼니는 꽤나 근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까지 3시간이 남았다.
고속터미널로 바로 가기엔 아쉽고,
걷기엔 34도의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어떻게 남은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버스를 타고 가자고 제안했다.
143번 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로 향하며
나는 서울 일일 가이드가 되었다.
버스를 타고 창경궁을 지나가는데
엄마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하셨다.
나는 여러 번 갔던 곳인데,
좀 모시고 가볼 걸 그랬나 싶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단풍 구경하러 창경궁에 가기로 했다.
가끔 생각만 했던 서울 고궁 투어를
올해는 꼭 잊지 말고 가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종묘, 세운상가, 명동, 해방촌을 지나
이촌 용산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와 역사 이야기를 전해드리다 보니
금방 잠원에 가까워졌다.
반포 대교를 넘어갈 때
창밖을 보는 엄마의 옆 모습을 보니
엄마의 눈가에 세월이 보였다.
언제 이렇게 주름이 많이 생기셨지?
아, 엄마랑 내 시간은 함께 흐르고 있구나.
나이 들수록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엄마를 보니 더 체감이 된다.
엄마아빠한테 더 잘해야겠다고 느꼈다.
엄마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역시,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말 안 해도 아는 건 내 나이 밖에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