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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을 위한 '황금탑'

미얀마 양곤

by JU

미얀마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는 자본주의로 점철된 국가에 사는 내겐 큰 충격이었다.

미얀마 현지 경제전문가는 진짜 황금 금박을 붙인 이 대형 탑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가난한 이들도 다음생의 평안을 위해 수개월치 월급(약 40만원)에 해당하는 금박을 사서 기부한다'고 했다.

이들이 기부한 껌 종이만한 금박을 수 없이 붙인 대형 탑의 가치는 금전적으로는 환산불가라고 했다.

저 금박이 안 떨어지나요? 내 질문이었다.

쉐다곤 파고다 주변엔 일정한 공간이 있고, 그곳은 승려만 출입가능하다고 했다.

혹여나 금박이 떨어져도 승려만이 수거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부처의 머리카락을 모셨다는 파고다의 종교적 의미를 뒤로 하고,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질문했다.

내세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재의 행복을 미래보다 더 먼 내세로 미루는 건 아닐까.

미얀마에서 빈번한 쿠데타에다 군부 독재까지 가능한 건,

혹시 현세의 고통을 참고 행복한 내세를 비는 수동적 태도 때문은 아닐까.

곤 시내를 뒤덮던 오토바이가 군부의 지시로 하루아침에 도심에서 사라졌다고,

군부 독재자의 이런 지시는 자신의 호랑이꿈 때문이었다는 소문을 현지인들에게서 전해들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는 폭탄 테러가 우려된다며 최고급 호텔에 묵는 게 낫다는 추천을 따랐고

호텔 입구에서 다른 투숙객과 함께 안전을 위해 소지품 검사를 받았다.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숨진 이가 5만명이 넘고 2만 6500명이 수감됐고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1800만명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사회 정의마저 내세로 지연되는 건 아닌지 안타까웠다.

현세의 고통은 개인의 탓 뿐 아니라 사회구조적이고 저개발 경제의 탓도 있을 테니, 내세보다는 당신의 후세에 물려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개혁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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