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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동시에 감는 것

서울 연세대 박물관 양자컴퓨터 모형

by JU

양자컴퓨팅 주식을 샀다가 널 뛰는 주가에 지옥과 천당을 몇 번은 오갔다.

양자역학이 뭐기에 절정의 기대를 받았다가 실망으로 바뀌기를 수차례 반복하나.

문과 출신 중년 아저씨는 대체 모르겠어서 유명 과학자들에게 묻기를 수차례,

'과학은 명쾌하고 확실한 답이 있다'는 환상이 이해 실패의 원인이었다.

내 과학적 상식과 다른 얘기들을 나열하자면

1. 전자는 핵 주위의 궤도에 있는 게 아니라 확률로서 분포한다.

2. 물질은 파동이면서 입자다.

3. 양자는 0이면서 동시에 1이다. 슈뢰딩거는 이를 고양이가 눈을 뜨는 동시에 감고 있는 상태로 설명했고, 이후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상징처럼 됐다. 채은미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동전이 회전하는 상태로 설명한다. 손으로 탁 치면 앞면이 나올수도 있고 뒷면이 나올 수도 있지만 회전하는 지금의 동전은 앞면인 동시에 뒷면이다.

4. 양자를 서로 얽히도록 만들면 서로 다른 국가에 이들 양자를 흩어놓아도 결과 값은 모두 같다. 각국에 있는 동전 중 하나를 손바닥으로 쳐서 앞면이 나오면 다른 국가의 동전들도 동시에 앞면으로 멈춘다.

이런 것들은 고교 시절 배운 과학이 아니다.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상한 현상에 대한 관찰기에 가깝다.

그래서

양자역학의 선구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탈리아 과학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저서 '나 없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나가르주나(인도 2세기 철학)를 인용해 '스스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고양이는 자는 동시에 깨어있지만, 우리는 고양이를 관찰하는 시점에 자거나 혹은 깨어 있는 고양이를 보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는 동시에 깨어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인생은 즐거운 동시에 슬프거나, 아픈 동시에 행복한, 아름답지만 시린, 복잡하고 동시다발적이다. 우리는 삶속에 과학 공식 같은 하나의 답이 있는 것처럼 단순화하지만 인생의 변수들은 전자처럼 확률로서 분포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다가온다. 공부를 잘 하면 돈을 많이 번다 등 앞선 시대의 공식을 답습하다 무너진다. 인생 공식은 본래 확률일 뿐이다.

삶 밖에서 객관적인 관찰이 가능하면 그나마 삶을 이해하기 쉽겠지만 나는 삶의 주인공이고 나를 둘러싼 환경을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삶 속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던 로또 같은 기적이나 병마와 같은 비극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이해를 위해 이유에 집착하지만 자의적인 분석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내가 괴로워하지 않으면, 본래 별 문제가 아니었던 걱정들도 있다. 일례로 나에 대한 직장 동료의 험담에 괴로워하지만 알고 보면 나를 장기간 집요하게 욕할 정도로 내게 관심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래서 한 지인은 걱정이 생기면 우선 다. 한밤 심연 속 고민은 아침 해가 뜨면 잊힐 때가 적지 않단다.

다른 지인은 산책을 한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강 주변 길 산책을 좋아했는데 '강을 수집한다'며 주의를 돌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이유를 찾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원인 찾기는 자책으로 괴로움만 가중시키거나 남탓으로 끝나곤 한다. 그보다 한강을 뛰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원인 분석은 충격을 받은 그 때가 아니라 건강한 정신일 때, 교훈이 되고 발전적인 결과를 낳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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