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할 권리를 지키려는 발버둥
#1
적막에 가까운 고요함 때문에 미술관을 사랑한다.
타인에게 신경 쓸 필요 없고 타인의 관심에 부담스러울 것도 없다.
특히 평일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에 미술관을 찾는 건 행복한 일이다.
오전 11시만 되어도 학생 단체 관람이 시작되기 쉽다.
물론 짐짓 고상한 체 시크한 척 작품을 훑어보는 학생들은 귀엽고 멋지고 정감도 가지만
몇몇 개구쟁이들의 지나친 고성을 피하려면 오전 10시가 좋다.
오전 10시 미술관은 큐레이터나 경비가 나다닐 필요도 없을 정도로 도서관보다 조용하다.
백화점 화장실 앞 의자에 둘러 앉아 부인의 쇼핑이 끝날 때까지 각자 스마트폰만 노려보는 아저씨 집단처럼,
오전 10시의 관객들은 철저히 개인이 되어 침묵과 함께 작품을 감상한다.
작품 앞에서 생각에 골몰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는 사람이 없는 고요함에서 나온다.
#2
AI가 일반화된 지금, 미술은 가장 어렵고 번거로운 형태의 창작 방식 중 하나다.
생각하고, 탐구하고, 형태로 표현하는 과정은 일종의 구도와 같아 보인다.
빈센트 반 고흐는 "나는 내 그림에 나 자신을 쏟아 붓는다"고 했고,
마크 루스코는 "나는 색을 그리는 게 아니라 감정을 그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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