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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May 28. 2022

『프시케와 큐피드』: 진정한 사랑의 의미

“당신은 내가 나에게 겨누는 칼입니다. 이게 사랑입니다. 이것이, 그대여, 사랑입니다.”   (카프카가 밀레나에게 보내 편지에서)



   해마다 밸런타인데이가 오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연인들의 날을 상징하는 사랑의 큐피드입니다. 큐피드란 이름은 라틴어로 “욕구하다,” “바라다”란 뜻으로 그는 “사랑의 신,” “욕망의 신,” 그리고 “열정의 신”입니다. 큐피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귀여운 아기 모습에 등에는 날개가 달려있고  손에는 활과 화살을 쥐고 있습니다. 이 아기는 벌거벗은 상태이거나 천으로 민망한 부분을 가린 정도입니다. 이 이미지는 사랑의 본질을 상징합니다. 사랑은 아기의 피부와 숨결처럼 부드럽고 달콤합니다. 사랑하게 되면 그 감정은 벌거벗은 아기의 속살처럼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감출래야 감출 수 없다는 말입니다. 또한 사랑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순수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또 아프고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아기의 손에 쥐고 있는 활과 화살이 이를 상징합니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으면 예외없이 사랑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정복당하는 거죠. 그 순간 연인의 달콤한 사랑을 꿈꾸며 열병을 앓습니다. 사랑의 가슴앓이로 고통의 시작입니다. 그러다가 사랑을 이루기도하고 실패하기도 합니다. 실패 시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습니다. 큐피드의 화살이 너무 깊숙이 박히거나 신체의 급소에 맞은 탓이겠지요. 그러나 사랑을 이루었어도 고통이 계속되기도 합니다. 달콤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쓴 맛만 남습니다. 사랑의 아픔이 이제 후회막급한 괴로움으로 변합니다. 내가 왜 하필 이 남자(여자)를 택했을까? 큐피드의 화살은 이래저래 고통의 상징입니다. 활을 손에 쥔 아기의 모습으로 그려진 큐피드는 이처럼 사랑의 양면성을 상징합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주로 아이돌 급 미모의 젊은 신의 모습으로 그려지던 큐피드(그리스 이름은 에로스)는 로마시대가 도래하면서 아기, 소년, 청년 등으로 그 이미지가 다양해집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습은 변했지만 족보는 변함이 없습니다. 큐피드는 전쟁의 신인 아버지 머큐리(마스)와 사랑의 신인 어머니 비너스(아프로디테)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큐피드가 사랑과 전쟁의 이미지를 같이 갖고 있는 유전적인 이유입니다.  그는 그리스 신화에서 조연급으로 주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역할입니다. 카르타고의 여왕 다이도의 가슴에 화살을 쏘아 그녀를 아니아스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정도의 마이너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주연으로 나오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풀레이우스가 서기 200 년 경에 쓴『변신』에 삽입된「프시케와 큐피드」입니다. 큐피드는 프시케(미국 이름은 사이키)와 사랑에 빠지는 역으로 아기가 아닌 젊고 잘 생긴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어릴 때 누구나 한 번 쯤은 읽은 이야기입니다.『변신』은 현존하는 로마 유일의 소설로 알려졌으며 오비드가 쓴 서사시 『변신』과 제목이 같아 이를 구별하기 위해『황금 당나귀』라고도 불리웁니다. 호기심 많은 주인공 루키우스가 마법에 걸려 당나귀로 변한 모습 때문에 성 오거스틴이 붙인 제목이라고 합니다. 당나귀로 변한 주인공이 이곳저곳을 끌려다니며 겪는 여러 가지 소동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황금 당나귀』 4 권에서 주인공 당나귀의 임자가 된 강도들이 돈 많은 젊은 여성을 납치합니다. 한 나이든 여성이 포로가 되어 울고 있는 이 여성을 위로해주기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프시케와 큐피드」입니다.  오늘은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백설공주』그리고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영감을 주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로 평가 받는 「프시케와 큐피드」를 읽어봅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를 먼저 간략하게 소개 하겠습니다. 옛날 한 나라에 왕이 살았는데 그는 슬하에 세 딸을 두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그저 그렇게 생겼지만 셋째 딸의 미모는 장난이 아닙니다. 그녀의 이름은 여 주인공 프시케입니다. 그녀가 아름답다는 소문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왕의 성은 그녀의 얼굴을 먼발치에서라도 보려는 사람들로 항상 인산인해였습니다. 그녀의 미모에 대한 명성은 이제 이웃 나라에까지 퍼졌으며 사람들은 프시케가 비너스보다도 더 이쁘다는 말까지 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언니 둘이 동생을 시샘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의 여신 비너스도 샘이 나서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자신의 제단은 이제 파리 떼만 날라 다닙니다. “내가 인간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이쁘니?”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비너스는 프시케에게 예쁘게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노라고 다짐을 합니다.  비너스는 아들 큐피드를 부릅니다. 그리곤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아들아, 지금 네 엄마가 한 계집 때문에 수모를 당하고 있단다.

       가서 그녀의 가슴에 활을 쏘도록 해라. 그래서 노숙자, 술주정뱅이

       생 양아치 같은 놈을 사랑하도록 만들어라. 그녀가 지금 맛보는 기쁨과

       맞먹는 고통을 주도록 해라.  (「큐피드와 프시케 이야기」, 6)      



엄마의 명에 따라 프시케에게 간 큐피드는 그녀를 보자마자 숨이 멎는 듯 했습니다. 그는 화살을 자신에게 쏩니다. 프시케에 대한 사랑의 맘을 간직한 채 큐피드는 돌아갑니다. 이쁜 막내딸의 삶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셋째 공주는 여전히 나라 제일 미모의 핫한 셀레브리티이지만 비너스의 눈 밖에 난 그녀를 사랑하려는 남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그러던 중 언니 둘은 시집을 갑니다. 프시케는 여전히 싱글입니다. 셋째 딸의 미래를 걱정한 부모는 아폴로에게 찾아 갑니다.  아폴로는 프시케는 장차 신이건 인간이건 누구도 거절 못하는 몬스터에게 시집을 갈 거라는 신탁을 내립니다. 아폴로는 프시케 부모에게 딸을 산에다 갖다버리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괴물이 와서 그녀를 신부로 삼을 거라고 말합니다. 『미녀와 야수』가 연상됩니다. 부모와 딸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신의 명령을 따릅니다. 결국 산에 버려진 프시케. 그때 마침 불어오는 서풍이 그녀를 싣고 산꼭대기로 데리고 갑니다. 거기에는 멋진 성이 있었죠. 성에 들어와 보니 뜰에는 온갖 아름다운 꽃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가득한 정원이 있었습니다. 성 안은 각종 럭셔리 가구와 장식품 예술품 그림 등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프시케는 성 안에서 보이지 않는 하인들에 의해 미세린 5 성급 산해진미를 대접받고 라이브 뮤직 공연까지 즐깁니다. 그날 밤. 그녀의 침대에 신랑이 찾아옵니다. 신부는 너무 어두워 신랑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둘은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프시케는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 신부는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밤에만 오고 낮에는 늘 혼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언니 둘을 이 성에 초대하자고 조릅니다. 그러나 언니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아는 신랑 큐피드는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사악한 언니들을 조심하지 않으면 당신은 위험에 빠질 거요. 그들은 당신을

     잡기위해 덫을 놓을 겁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내 얼굴을 보도록 부추키고

     설득을 할 것이요. 그러나 당신이 나를 보는 순간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게

     됩니다.  (「큐피드와 프시케 이야기」17)    



큐피드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면 엄마의 명령을 어긴 게 드러나 자신과 프시케ㅂ

곤란해지 걸 원치 않았을 겁니다. 큐피드는 아내로부터 자신의 명령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받은 후 언니들의 성 방문을 허락합니다. 언니들은 동생이 사는 성에 오자마자 눈이 돌아갑니다. 이렇게 명품에 둘려 쌓여 살고 있었는지 몰랐다며 남편이 누구냐고 집요하게 캐묻습니다. 프시케는 남편은 미남이며 낮에는 일이 바빠서 퇴근시간이 늦노라고 둘러대지만 언니들은 믿지 않습니다. 언니들은 아폴로의 예언을 상기시키며 네 남편은 몬스터일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램프와 칼을 준비하고 침실로 가서 남편이 잠들 때 까지 기다렸다가 남편의 정체를 확인한 후 괴물이면 죽여야 한다고 다그칩니다. 이 말을 듣자 프시케는 남편에게 했던 자신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그녀는 이제 남편의 얼굴을 보겠노라고 결심을 합니다. 사실 그녀도 궁금했을 겁니다. 그날 밤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에 램프를 들이대는 순간 프시케는 화들짝 놀랍니다, 남편이 너무도 잘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램프의 오일을 남편의 피부에 떨어뜨리게 됩니다. 깜짝 놀라 잠이 깬 남편은 램프와 칼을 들고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격노합니다. 그는 아내에게 다시는 나를 보지 못할 거라고 말하면서 창문 밖으로 날아갑니다. 그러자 아름다운 궁전은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큐피드는 성을 떠나면서 언니 둘을 산꼭대기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죽게 만듭니다. 시샘 많은 신데렐라의 두 언니의 운명이 생각납니다.

  



    또 다시 혼자가 된 프시케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남편을 찾기 위한 고난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의 엄마인 비너스를 만난 프시케. 그러나 허락 없이 아들과 살림까지 차렸던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 비너스의 악감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너 때문에 내 소중한 아들이 화상을 입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데 하며 난리를 부립니다. 사랑의 여신은 프시케에게 정말 내 아들을 원한다면 네가 큐피드의 아내가 될 가치가 있는 여자인지를 증명해 보라고 합니다. 비너스는 네 가지 미션을 주며 이 일을 다 완수하면  너를 며느리로 인정하겠노라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산더미처럼 쌓인 혼합 곡식(쌀, 보리, 콩, 밀 등)을 종류별로 골라내라는 거죠. 그것도 오늘 밤 안에 다 완수하라고 합니다. 프시케는 개미의 도움으로 일을 완수합니다.  두 번째 임무는 강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들에게서 황금털을 골라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번에는 강의 갈대들이 도와주어 임무를 마칩니다.  세 번째 임무는 인간이 올라갈 수 없는 높은 산에 가서 물을 크리스탈 병에 담아 오도록 시킵니다. 이번에는 독수리가 도와줍니다. 이렇게 초자연 적인 세력들이 여주인공을 도와주는데 이들은 신데렐라의 특급 도우미 할머니 요정의 선조들입니다. 이렇게 임파서블 미션을 파서블로 바꾸자 비너스는 그건 네가 한 게 아니라면서 역정을 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임무를 부여하는 데 이 일은 살아있는 인간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하세계로 가서 플루토의 아내인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을 박스에 담아가지고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더러 죽으라는 말인가? 프시케는 의아해 하지만 큐피드를 다시 만나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하는 심정으로 절벽에서 몸을 던집니다. 그때 큐피드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지옥을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지옥의 여왕을 만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렇게 지옥에 들어간  그녀는 지옥의 여왕인 페르세포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이 담긴 박스를 받아 지상으로 올라갑니다. 그때 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절대로 박스를 열어 보지 말라. 그러나 가진 건 호기심 뿐인 프시케는 박스를 열어봅니다. 상자는 텅 비었고 그녀는 백설공주처럼 죽은 듯 잠이 듭니다. 이 모든 게 다 비너스의 계획이었습니다. 하늘에서  이 과정을 지켜본 큐피드. 그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프시케의 행동에 감동을 받아 주피터에게 간청을 합니다. 주피터는 비너스를 설득한 후 머큐리를 시켜 프시케를 하늘로 데려오게 합니다. 프시케는 하늘에서 신들의 음료 앰브로샤를 마시고 여신이 됩니다, 마침내 프시케와 큐피드는 재회하고 딸도 낳습니다. 천상의 부부는 딸을 기쁨이라고 부릅니다.  

    

 「프시케와 큐피드」는 세 가지의 숨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시케는 일차로 사랑을 상징합니다. 그녀의 캐릭터는 사랑의 상징인 큐피드의 어린아이의 모습입니다. 이야기 전반부 즉 남편을 떠나보내기 전까지의 프시케는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순수합니다. 그저 아무생각이 없이 남의 말을 너무 쉽게 믿고 따릅니다. 언니 말을 들으면 언니가 맞는 거 같고 또 남편 말을 들으면 남편이 옳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일도 없습니다. 늘 수동적이란 말입니다. 너무 착하지만 또한 너무 잘 속아 넘어가는 바보입니다. 낯선 사람을 절대로 따라지 말라고 수없이 일러도 아이스크림 하나에 넘어가는 어린아이와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프시케는 호기심에 진심입니다. 한번 궁금하면 해결할 때 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역시 어린아이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엄마들이 잠시 방심하면 아이들은 곧장 사고 칩니다. 아이의 호기심 때문입니다. 프시케의 캐릭터는 어린아이를 닮은 사랑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큐피드가 손에 쥐고 있는 활과 화살이 나타내는 아픔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후반부인 프시케가 남편을 찾아나서는 여정은 바로 이 활과 화살이 상징하는 고통을 표현합니다. 프시케는 이때부터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현명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고통이 선사하는 선물입니다.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사랑을 얻으려면 네 가지의 미션을 완수하라고 합니다. 각기 다른 네 단계 임무의 공통분모는 노동입니다. 육체적으로 힘 드는 일들이죠. 또한 상장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이 임무들을 보면 곡식, 황금 털, 물, 죽음에 관계된 미션입니다. 이를 각각 인생의 네 단계 (탄생, 청년의 육체적 모험, 정신적 성장기, 그리고 죽음) 로 보기도 하지만 저는 그리스 철학자 엠피도 클레스의 4 원소 이론을 생각해봅니다. 그는 모든 물질이 흙, 불, 물 공기라는 4가지 원소들의 합성물이며 이 원소들은 사랑에 의해서 물질을 만들어 내지만 미움은 물질을 분리한다고 주장을 했죠. 곡식은 흙, 황금 털은 불, 그리고 죽음 이후의 육체는 실체가 없는 공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녀의 사랑은 이 네 원소를 자연의 힘(땅 위의 개미, 강에 서식하는 갈대, 독수리, 신)과 함께 움직입니다. 사랑의 힘이 연주하는 정신과 물질, 인간과 자연의 하모니요 오케스트라입니다.  이 모든 임무를 완수한 후 프시케는 마침내 큐피드와 재결합하고 딸 (사랑의 기쁨)을 얻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고통과 고난의 산물입니다. 사랑은 큐피드처럼 항상 달콤함과 쓰라림, 기쁨과 아픔의 양면성이 공존합니다. 혹시 아픔 없는 달달한 사랑을 꿈꾸고 계시나요? 그런 사랑은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어린아이와 칼의 조화를 이룬 후에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프시케와 큐피드」는 또한 종교적인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이 작품이 탄생한 시기가 서기 200년으로 예수님이 재림하신지 167 년이 지난 후입니다. 당시 기독교는 아직 로마 당국의 박해를 받고 있었던 때이지만 성경은 이미 로마의 지식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던 시기입니다. 종교적인 의미로 보면 프시케는 영혼을 상징합니다. 사실 프시케는 영어로 “정신,” “영혼”이란 뜻입니다. 그 영혼은 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신의 사랑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본인의 끝없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신의 은혜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프시케와 큐피드의 사랑이야기는 바로 이 과정입니다. 우선 프시케가 처음 신랑을 만난 장소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프시케에게 허락된 아름다운 성은 성경의 에덴동산을 연상케 합니다. 아름다운 정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먹고 살기위해 노동이 필요 없는 장소입니다. 이 성에서 새 신부에게 허락된 즐거움을 유지하는 길은 단 한가지 큐피드 즉 신의 명령을 따르는 길입니다. 그건 신의 얼굴을 절대로 보려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이 말은 하나님께서 아담과 이브에게 금단의 열매를 절대로 따먹지 말라고 내리신 명령과 비슷합니다. 에덴동산에 사탄이 있듯이 큐피드의 성에는 사악한 언니들이 있습니다. 프시케는 이브와 아담처럼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낙원에서 추방됩니다. 이때 신의 은혜에서 멀어진 프시케는 유약해진 인간의 영혼을 상징합니다. 그 후 그녀는 잃어버린 낙원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고난과 역경을 감수합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시련을 겪은 후에서야 다시 큐피드와 재회를 합니다. 프시케가 신과 재회하는 과정은 영락없는 구도자의 길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프시케 즉 한 인간의 영혼이 마침내 신을 영접하는 그 순간은 신이 내린 은혜요 축복임을 분명히 합니다. 큐피드와 주피터 그리고 비너스의 허락에 의해 가능했다는 말입니다. 천상에서 프시케와 큐피드의 결혼은 영혼과 신의 결혼입니다. 그 결과는 영원한 기쁨입니다.

   

  마지막으로 「프시케와 큐피드」는 본질적인 인간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플라톤의 철학서 『심포지움』에 아리스토파네스가 에로스의 기원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는 모든 남녀는 원래 한사람이었다는 거죠. 신은 인간들이 교만하여 한 사람을 둘로 나누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남녀는 늘 원래의 상태였던 하나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데 이걸 사랑이라고 표현 한다는 거죠.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여 하나가 될 때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남녀는 서로 떨어지면 불행하고 혼자는 불완전한 상태이기 때문이죠. 그리스 희극작가의 인간 기원에 대한 유머스러운 접근이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도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태아가 처음에 자궁에 착상 될 때 남녀의 구별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 남녀로 갈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프시케는 큐피드와 헤어진 후 그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프시케와 큐피드의 결혼은 단순한 재결합 이상입니다. 둘이 하나 됨은 감정과 이성의 조화를 의미합니다. 프시케는 마음, 감정을 대표합니다. 그녀는 충동적인 성향이 강해 이성의 적절한 제어를 필요로 합니다. 큐피드는 이성입니다. 감정을 다스리고 컨트롤하는 역할입니다. 이성이 없는 감정은 낙원에서 살 자격이 없습니다. 감정과 이성이 서로 분리되었을 때 불행하고 불완전한 상태라는 말과 같습니다. 결국 둘이 하나가 되어 하모니를 이룰 때만 천상의 기쁨을 이룰 수 있다는 말입니다.「프시케와 큐피드」에서 다루고 있는 “사랑의 즐거움과 아픔의 조화,”  “영혼과 신의 만남,” “감정과 이성의 화합”은 한결같이 길고 긴 시련과 고통의 산물임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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