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양고전 다이해스트를 시작하며

머리말

by 유꼭또

혼자서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물을 감상한 적이 있나요? 그랬다면 전시실을 옮기는 순간 조금 전 분명 뭘 보기 보았는데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는 그런 느낌 경험했을 겁니다. 수없이 많은 소장품 중 하나의 전시물을 제대로 감상하는데도 그 유물이 탄생한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 등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전시물에 관한 아무런 가이드 없이 주마간산 격의 감상은 시간낭비요 에너지 소모일 뿐입니다. 물론 세계에서 방문자 수 1 위의 박물관을 갔다 왔다는 이력을 자랑할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인류 문화유산 급 고전명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가이드 없이 고전을 읽는다는 건 인내심 테스트요 극기 훈련에 불과 합니다. 본 작가 역시 학창시절 서양고전 앞에서 수없이 많은 좌절을 겪었습니다. “이런 작품이 고전이야? 이런 걸 왜 읽으라고 하는 거야?” 끝까지 읽은 책은 별로 없고 대부분 시작부분에서 헤매다 끝 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무 가이드 없이 혼자서 달랑 책만 읽은 결과였지요. 서양 고전에 대한 여러 의문들은 늘 마음 한편에 자리했고 이는 결국 나를 미국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귀국하여 대학에서 문학을 연구하고 학생을 가르치다가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남은 시간을 세계 고전 가이드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고전 “다이해스트”(다이제스트+이해) 즉 책을 기본적으로 다이제스트하고 그 작품의 이해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작품을 즐기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이 가이드 고전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사회를 분열시키고 많은 국민들을 열 받게 하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도덕적 이슈들이 있습니다. 우리사회 공정의 문제, 페미니즘으로 인한 젠더 갈등 문제, 권력을 가진 자의 오만과 횡포, 경제적인 양극화의 문제, 사회 계층 간의 갈등 문제, 인간의 분노, 욕정, 탐욕 등의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금부터 거의 2천 8백년 전 호메로스도 『일리아드』나 『오딧세이』에서 같은 문제를 토로하고 있음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인류가 생긴 이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고전 속에 나타난 적나라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고 우리는 분노하며 욕하고 웃고 슬퍼하며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깨닫고 치유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고전을 읽는다고 우리의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고전은 늘 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던 문제들을 상대방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남녀의 갈등, 계층의 갈등, 노사의 갈등 결국은 모든 문제를 내 시각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고전을 읽으면 바로 선현의 눈을 통해 우리를 보다 객관적인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기게 됩니다. 바로 이 제 삼의 눈이 우리를 지혜롭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바로 고전의 위대한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