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재생할 수 있을까?

도시재생과 빈집 재활용

빈집이 사회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됐다. 인구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방도시에서 빈집은 도시쇠퇴의 상징적인 지표가 되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 위기시대에 빈집은 꼭 풀어야 할 숙제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와 다르게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중소도시는 빈집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


국토연구원은 2017년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축소도시의 증거들을 내놨다. ‘축소도시’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방치되는 빈집 등의 부동산이 증가하는 도시를 말한다. 연구에 의하면, 최근 40년간 최대 인구에 비해 25% 이상 줄어든 곳을 축소도시로 분류했다. 영주, 경주, 동해, 공주, 익산 등 20개 지역 도시들이 축소도시로 꼽혔다. 2017년 연구 결과이니, 2022년 현재 시점에서는 축소도시들이 더 증가했을 것이다.


빈집은 도시쇠퇴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도시쇠퇴의 원인은 무엇인가? 국가 차원의 신도시는 물론 지방도시들도 외곽 지역을 신도시로 개발하여 원도심 거주 주민들이 신도시로 많이 이주하였다. 원주민 주민들의 신도시 이전이 지방도시 쇠퇴의 한 요인이다.


사례를 들자면, 전주·군산의 경우 에코시티, 만성지구, 효천지구, 디오션시티 등의 신규택지개발로 인해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당연히 전주, 군산 원도심 지역의 빈집 수가 늘어났다. 이러한 외곽 개발로 인한 원도심 공동화는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도시쇠퇴의 또 다른 원인은 이러하다. 원도심 및 노후주거지역의 생활SOC 및 주민이용시설의 여건이 열악하여 젊은 사람들이 새로 이사오지 않기 때문이다. 원도심과 노후주거지는 2030세대에게는 문화 등 놀자리가 없는 곳이고, 3040세대 입장에서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동네가 아닌 것이다. 새로운 인구의 유입 없기 때문에 빈집은 채워지지 않고 늘어난다. 또한 도시재개발사업이 낮은 사업성 등의 이유로 장기 지연되어 원도심이나 주거지의 빈집이 계속 방치된다.



빈집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빈집은 동네 경관을 망치는 흉물스러운 폐가가 아니라 도시재생의 자원이다. 빈집은 개인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도시재생 징겨에서는 중요한 사회주택 등 부담가능한 주택공급의 자원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빈집이 부담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자원은 아니다. 어떤 빈집은 마을정원이나 마을주차장의 자원일 수도 있다.


흔히들 빈집은 버려진 집, 폐가라고 생각한다. 빈집은 여러 이유로 기능과 용도를 잃어버리고 방치된 주택이다. 자원으로써 빈집은 버려진 집이 아니다. 재생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유보상태'의 공간이다. 빈집은 자원으로써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다양한 용도로 개발(재생)될 수 있다. 공유주택, 게스트하우스, 주민이용시설, 마을정원, 마을주차장, 텃밭 등의 장소로 변신이 가능하다.


빈집은 쇠퇴지역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노후한 주택이 많은 마을에서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빈집을 공유주택으로 재생하여 도시의 회복력을 되찾을 수 있다. 노후하고 방치된 4인 가구 중심의 기존 주거공간을 1인 가구 중심의 새로운 주거 형식인 공유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다.


노후하고 방치된 빈집을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마을에 공급함으로써 지역재생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빈집 활용 공유주택 사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경제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될 것이다.


마을정원으로 활용방안도 있다. 도시에서 녹지공간은 필수요소이다.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모든 도시는 '정원도시'여야 한다. 도보 생활권(15분도시) 내에 앞마당 같은 정원이 있는 도시가 이상적인 도시이다.


만약 빈집을 정원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마을의 빈집을 지자체가 수용하여 철거하고, 마을정원으로 바꾸면 주거환경개선은 물론 정원도시로 도시의 비전을 만들 수 있다. 금천구는 시흥동에서 빈집을 철거하고 마을정원으로 만들 재생 사례가 있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안에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 계획수립, 정비, 수용 등 법적 정비는 다 되어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지의 문제다. 정책적 의지는 예산으로 표현된다.

dLnkxZgnXdTyItMWugkIwOtCWYzdvFkV.png 금천구 시흥동 빈집활용 마을정원 / 자료 사진 : 서울시


부산시 매축지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서 방치된 빈집을 활용하여 지역을 재생한 사례가 있다. 성북구 장수마을에서도 동네목수라는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카페, 순환형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익창출은 물론 마을재생에 기여한다. 두꺼비하우징 공유주택 '공가'도 빈집을 활용해서 청년주거 문제의 해결은 물론 마을재생에 기여하는 사례로 손꼽힌다.


한국보다 먼저 빈집을 사회문제로 겪고 있는 일본도 빈집을 지역재생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경시 세타가야구의 '지역공생의 집'이다. '지역공생의 집'은 빈집 소유자가 세타가야구에 주민들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장소로 제공하면, 행정부가 전문가를 파견하여 건축물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 공간이다.


전국 빈집의 30%는 30년 이상 된 주택이다. 2015년 현재 빈집 106만9,000가구 중 약 30%에 달하는 31만4,000가구 30년 이상 된 주택이다. 이런 주택들은 개보수 수준으로는 재생하여 활용하기 어려운 집이 많다. 지자체가 매입하고 철거한 후 마을정원을 조성하거나, 매입 후 정비(소규모 재건축)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된다. 빈집 활용하면 청년주택, 신혼부부 주택, 홀몸어르신 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도시재생도 이루면서 저렴한 임대주택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도 LH공사나 SH공사 등 공기업이 다세대주택을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현재의 매입방식은 도시재생과 연결되지 않는다. LH공사 등 공기업이나 지자체가 빈집 등을 집단 매입하여 정비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시 운영관리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게 맡겨야 한다. 사회경제기업에게 위탁 관리 방식은 입주자들에게 효율적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공공의 운영관리 부담을 덜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 (주)두꺼비하우징의 장위동 사회주택

또한 빈집 등을 LH공사 등 공기업이 매입하여 토지를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게 장기임대하면 토지임대주 사회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이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도시재생지역에서 SH공사의 땅을 장기 임차하여 토지임대주 사회주택을 완공하여 운영하고 있다.


빈집은 도시쇠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사고를 가지고 창조적 발상으로 바라보면, 빈집은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무궁무진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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