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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young Mar 08. 2022

마침표, 워크보트

2021년의 마지막 워크보트          

연대와 협력을 붙잡고 있는 연대와 협력.   

       

 한 해를 정리하며 1월1일 요이땅하고 시작한 다이어리의 첫 문을 다시 열어본다.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30대를 맞이하며 나름대로 포부가 컸고, 목표도 많았다. ‘일(work) 의 우선순위’에는 사업의 성공이라는 단어가 단호박처럼 적혀있고, ‘1년 동안 꼭 해야 하는 일’ 1번에는 운동이 2번에는 영어공부가 적혀있다. ‘개인(Personnel) Life의 성취’를 위해 해야 할 일의 리스트에는 ‘코로나를 극복하고 관계를 촘촘하게’라는 외로운 문구를 적어놓았다.     


 ‘코로나를 극복하고 관계를 촘촘하게’ 무슨 생각으로 이러한 메모를 남겼을까? 생각의 노선을 돌이켜본다. 추측하건대 2020년도에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외부와의 만남 단절. 그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과, 일했던 현장에서 겪은 연대의 붕괴를 회복하고 싶었던 것 같다(오래전 1번 글을 참고). 더불어, 여기저기 문서에서 난무하는 ‘연대와 협력’이라는 단어 속 나의 존재와 역할을 엮어내고자 했을 것이다. 결론을 먼저 내린다면, 아직 코로나는 극복이 안되었고, 관계 또한 여전하다. 그러나 단 하나, 연대와 협력이라는 단어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 노선을 이어가기 위한 워크보트의 연대와 협력은 이어오지 않았는가? 위안을 얻는다. 

    

 처음에는 연대와 협력의 정의를 알아서, 어떠한게 연대인지 협력인지 구분해 낼 수 있다면, 그리고 경험들을 가지런히 정리해서 실패한 연대. 성공한 연대. 혹은 실패한 협력. 실패한 연대를 분류하고 원칙을 찾아낸다면 보다 나은 연대와 협력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으며, 사무실에서 만나는 연대와 협력은 현장에서 만나는 연대와 협력과 다르고, 동료와 부딪히며 겪은 연대와 협력은 협력기관과 만들어가는 연대와 협력과 달랐다. 번개를 하며, 모임을 하며 주고받은 이야기들, 책의 한 구절을 뒤적이며 정리한 나의 마지막 연대와 협력은 결국 일상의 관계로 마침표를 찍었더랬다(11월 글을 참고).     


 넷플릭스에서 빨간머리앤을 봤다. 몇 번이고 시즌1 – 1화를 재생했다 창을 닫았다를 반복했었다. 소녀스러운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1화에서 앤이 수다스럽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기분이 축 가라앉은 어느 날, 1화를 무사히 넘기고 정주행한 빨간머리앤은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겼다. 관계. 공동체. 그리고 연대와 협력. 처음 앤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조금은 다른 외모와 격한 성격 때문에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도 어려웠지만, 앤은 한 명의 친구(다이애나)와 관계를 맺고, 점점 공동체로 연결의 망을 확장해나가며, 결국은 공동체의 문제를 연대하며 풀어가는 주인공이 된다. 비단 빨간머리 ‘앤’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시즌 2, 시즌 3을 지나며 추가로 등장하는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도 공통적인 흐름을 가진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관계를 맺어가며 공동체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본인의 자리를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는 끊임없이 낯선이를 받아들이고, 도움을 주고, 함께 해간다.


 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본다. 이 구조. 매우 낯이 익지 않은가.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또다른 넷플릭스의 스토리에서도 보았던 내용들이다. 심지어는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본다. 얼마 전 읽은 ‘마음극장’ 이라는 책은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이야기인데, 별동네 같은 곳이라 여겨지지만 결국은 그 안에서도 낯선이를 받아들이고 관계를 형성해가는, 결국은 힘을 합쳐 서로의 아픔을 쓰다듬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모든 창작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지 않은가? 이게 다 우리의 이야기이고, 나의 삶의 이야기이다.   

   

 21년, 여전히 제자리 걸음하는 일상이지만, 연대와 협력을 함께 고민하는 공동체가 연대하고 협력하여, 나의 연대와 협력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2022년 다이어리가 곧 도착할텐데, 그 첫장에 무엇을 적게 될까? 연대와 협력을 이어나가는 문구나 다짐을 적어볼 수 있을까? 내년에 나의 연대와 협력을 붙잡고, 누군가의 연대와 협력을 지지해 줄 수 있는 동아줄은 어떻게 그려야 할까? 내년 12월. 나의 글은 어떻게 또 마침표를 찍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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