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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리 May 31. 2024

교사는 어디까지 친절해야 하나요?

부모입장: 베풀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갑질이라니!

친절한 선생님이 되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 친절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이라도 다 빼줄 거처럼 오버스러운 친절함이

요즘은 마냥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육도 서비스다.

그리고 보육교직원은 감정노동자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최대한의 외향적인 면을 끌어내서 최대한 밝고 씩씩한 모습만 드러내면서 친절을 가장하여 만들어 내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그런 교사이자 원장이었다.

억양은 한층 끌어올려서 솔보다 높은 라 톤으로

"어머, 어서 와. 우리 **이 보고 싶었어.

오늘 이쁘다. 선생님 안아줘~"

이런 오버스러움을 보여주었고,

이런 교사가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오버스러운 등원맞이를

지속했던 것 같다.

원장이 이런 모범?을 보이니...

교사들은 한층 더 요란스러운 등원맞이를 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이런 등원맞이의 부작용을 점점 겪게 되었다.

성향상 이런 외향적인 인사가 안 맞는 교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모든 교사가 E 성향일 수 없으니...

그러면 부모들로부터

"그 교사 좀 차가운 거 같아요."

"** 선생님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으신가 봐요?"

혹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안 예뻐하시는 거 거 같아요."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 반을 바꾸어 달라는 부모도 있었다.

교사가 아이마다 그 환영의 강도? 가

달라진다면 그건 진짜 차별일 수 있다.

환영을 받는 사람은 좋겠지만

덜 받는 사람은 서운하게 하는 친절이 될 수 있다.

(아이가 가진 외모로 칭찬을 한다면

칭찬은 덜 받은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겠는가?

아이가 입고 오는 옷으로 칭찬을 한다면

아이는 편안한 옷을 입고 등원을 하려고 하겠는가?

공주 드레스가 없는 아이는 또 어떤 감정을 느끼겠는가?

그래서 칭찬을 할 때도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칭찬을 하면 안 된다. )


등원 시에 아이들을 하나하나  무나 환영해 주는 느낌을 표현해 주는 교사가 있었는데, 부모는 아이가 그 교사에게 등원맞이를 받기 위해서 현관에서 아이들 신발 벗고 정리하는 것 도와주어야 하는데 줄 서서 그 환영을 받기 위해 멀뚱히 기다리는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기에 이러한 오버스러운 극 E성향의 친절을 가장한 등하원 시간이 사들에게는 곤욕스러운 시간이 되기도 했다.

나의 친절함이 평가받는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친절한 교사는 부모들이 있는 곳에서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교사이기보다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교사이다.

교실 내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상호작용했던 교사는

오히려 요란스러운 등하원 맞이가 필요 없이 미소띠며 안녕, 잘 가라는 한 마디에도 애정을 느낄 수가 있다.


환영받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부모입장에서도 어떤 교사는 너무나 잘 환영해 주는데

우리 담임선생님은 그렇게 환영하는 등원맞이를 잘해주지 못한다면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등원맞이를 할 때 누구나 평등하게 친절하게 환영받는 느낌이 들도록 등원인사를 하자고 했다.

우리 반 아이들 한 명도 빠짐없이 같은 톤과 매너로

일 년 내내 같은 톤과 매너로 할 수 있을 만큼 하자 했다.

억지로 쥐어짜지 않을 만큼

내가 힘들지 않을 만큼...

하지만 한 명 한 명 환영받는 느낌이 들도록.

참 어려운 조절능력과 눈치가 요구되기는 하다.


그럴 때 내가 옷가게에 갔을 때

어떤 매장에서 직원이 친절하다고 좋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너무 이쁘시다며 칭찬 가득해주며 오버스러운 직원보다는 반갑게 눈 마주치며 인사해 주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며 편안하게 내가 옷을 고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직원이 편안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내가 요구하거나 질문하는 것에 금방 대처해 주는 직원.

어린이집 교사도 딱 그 정도의 친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환영받는다는 느낌으로 눈 마주치며  인사해 주고, 기다려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즉각적인 도움을 주는 교사.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등원맞이 시에 베푸는 친절한 태도 이외에

다른 예로

아이들이 변을 볼 때마다 물로 닦아준다거나

목욕을 시켜주는 교사도 있었다.


아이가 심하게 변을 보아서 몸에 묻었을 경우

물로 닦아줄 수 있겠지만

매번 그렇게 해주고,

하루에 한 번은 물샤워를 시켜주는 교사가 있었다.

교사는 친절을 베푼다고 한 행동이었지만 다른 반에도 그러한 요구가 생기게 되었다.

혹은 오늘 샤워를 시켜주셨냐며 역으로 교사가 할 도리를 안 한 거처럼 요구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친절한 행동이 당연시되고, 더 나아가 그러한 행동이 요구되면 그땐 교사들도 기분 나쁘다고 말한다.

그래서 원칙이 중요하다.

저희 원은 이렇게 합니다.

저희 반에서는 이렇게 합니다. 하는 일관된 원칙과 규칙.

그게 서로 편하다.

제한을 두어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도 마구 베풀어줄 땐 언제고

안 해줘서 해달라 하니 이젠 갑질이라 하네 하며 답답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다른 예로 여자 아이의 머리를 너무 예쁘게

묶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봐도 너무 이쁘게 변신을 시켜줘서

하원할 때마다 부모님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아이들도 그래서 머리를 못 감게 한다며 다음날에도

그 머리로 그대로 등원하기도 수차례이고,

일부러 머리를 안 묶고 와서 선생님께 요구하기도 한다.

혹은 어떤 부모는 오늘 어디 가야 하므로 특별히

잘 묶어달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이거 갑질 아니냐고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머리를 묶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인 선생님의 잘못이라고 했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친절, 두에게 똑같이 되돌아가지 않는 친절이라면 교실에서는 안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므로 과잉친절은 처음부터 하지 말자.

일관된 원칙과 규칙으로 대하자.

그게 서로 편하다.




질문 1. 교사는 왜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하나요?

질문 2. 어느 정도가 과한 친절이라고 생각하나요? 적절한 친절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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