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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몬스터 Jul 02. 2021

'스쳤다' 현상에 대한 고찰 [짝사랑 실험보고서]

'스쳤다'현상과 짝사랑의 상관관계

짝사랑 실험 보고서

짝사랑의 경험을 실험 보고서의 형식으로 써낸 글 : 모든 순간, 감정은 실험으로 담겼습니다.

     

<실험 목적 : 글 소개> 

  책 '사피엔스'는 현대 인류가 새로운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관찰을 수집한 뒤,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그것으로 새로운 힘을 획득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연구를 통해 새로운 힘을 획득할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기술적 실패, 기술적 문제에는 기술적 해답이 있기 마련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술적 실패의 원인이었던 기술적 문제의 기술적 해답을 찾기 위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당면한 짝사랑이라는 문제의 본질. 즉 사랑의 본질을 알면. 사랑의 힘을 측정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힘의 본질적인 특성을 알아내면, 그 특성에 적합한 공식을 적용해 사랑의 힘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측정값을 알면 그에 알맞은 나의 대응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긴 짝사랑을 이루기 위해 들여야 할 노력의 양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그 과정을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했으며, 결국 그를 통해 짝사랑이라는 문제를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글은 사랑이라는 힘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진행되었던 장기간의 실험 보고서이며, 그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진행되었던 생각의 과정을 서술한 글이기도 합니다. 문제 풀이를 위해 각 생각의 단계에서 도출되었던 사랑이라는 힘에 가장 적합한 공식을 찾아내고 그 공식에 감정(사랑) 요소를 적용해보았으며,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오류를 수정해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실험이론 : 목차 소개>

  처음에는 내가 쓸 수 있는 힘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터리가 충전되고 방전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내가 가진 힘을 다 소모하면 저절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끝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끝낼 수밖에 없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나는 끊임없이 소모하기만 하다 알았습니다. 나는 혼자서는 멈출 수 없겠구나. 누군가 멈춰줄 때까지 멈출 수 없겠구나.       


  좋아하는 힘의 총량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마음은 관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상태. 내가 계속 소모하기만 하려는 상태.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인 관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관성이니까. 그러니까 내가 멀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를 밀어내야 했습니다. 부딪혀 아파서라도 멀리멀리 튕겨져 나가야 했습니다. 아픈 것을 싫어하는 내가 많이 아플 각오를 하고 한 결심이었습니다.

      

  아니 사실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많이 아팠었습니다. 많이 튕겨져 나갔었습니다. 그를 향해 가는 길의 어려움이 나를 계속 밀어내 나는 계속해서 튕겨져 나갔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계속해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아직도 여기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것 또한 아니라면 좋아하는 마음은 진자운동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가 계속 부딪혀 튕겨나가도 같은 속도로 돌아와 다시 아파야 하는 운명인 진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가진 에너지를 다 소모하고 나면 멈출 줄 알았는데, 튕겨져 나가더라도 그게 한 번이면 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모두 소모해 떨어지다, 어려움에 아프게 부딪혀 튕겨나가도 다시 돌아오는 진자이기 때문에. 끝없는 충돌을 내 힘으로 멈추지 못할 진자이기 때문에. 나를 이렇게 움직이는 좋아하는 마음은 진자운동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고정되어 매달려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고정되어서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던 것일까요.      


  진자운동의 전제가 중력의 영향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좋아하는 마음이 중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이. 내게는 너무 큰 너와 네 앞에서는 작아지는 나 사이의 중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내가 너에게 끌려가게 하는 중력이었습니다. '당기는 힘만 있고 밀어내는 힘은 없는 중력이어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끌리기만 하나보다. 내 심장이 쿵쿵 떨어지기만 하는 게, 그 때문이었나 보다.' 이러한 생각 끝에 나는 이제야 너와 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기력하게 너에게 끌려가는 것뿐이라는 것 또한 알았습니다.      


  나의 오랜 시간을 너에게서 멀어지려고 그렇게 고민하는 것에 보냈는데, 좋아하는 마음을 조각내려고 잘라내려고, 다 소모해 없애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그것들은 모두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지구를 탈출하려는 작은 새의 날갯짓처럼 무의미한 일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벅찬데 공허함과 억울함이 순식간에 밀물처럼 밀려들었습니다. 그 파도에 휩쓸려 자책하기를 오래     


  나는 다시 너를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마음껏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죄책감 없이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가기만 하기로 했습니다. 내 마음이 계속해서 커지면. 아주 많이 커지면. 달보다 지구보다 더 커지면. 내 질량에 네가 끌려올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네가 나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나는 하염없이 좋아하기만 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나의 질량에 끌려올 너를 기다리며. 그래서 나는 아직 여기 그대로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계속해서 짝사랑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끊임없는 노력의 근거입니다. 나의 짝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언젠가 달보다 지구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 사람이 되어 멋지게 고백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실험 장치 및 방법/실험 결과 : 목차 1>    

1. 총량 : 계속해서 마음을 소모하기만 하는 나

  1-1. 이게 사랑이라면. 

  1-2.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1-3. 충전이 필요해

 

2. 관성 :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는 마음

  2-1. 너의 말이 나의 습관을 만들었다. 

  2-2. 나는 너와 같은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2-3. 내 손이 차가우니 나는 당연히 너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3. 진자운동 : 자꾸 나를 밀어내는 너, 그럼에도 다시 너에게 달려갈 수밖에 없는 나

  3-1. 이깟 와플이 뭐라고

  3-2. 나는 고작 그만큼의 사람이었다.

  3-3. 항상성과 지진

   

4. 중력 : 너를 밀어내지 못하는 나. 나에게 달려올 너를 기다리는 나

  4-1. 상한 마음이 아픈 가슴을 만든다.

  4-2. 구겨진 마음을 펴는 일

  4-3. 내가 네게 가는 길은


<토론/결론 : 목차 2>

5. 에필로그 

  5-1. ‘스쳤다’ 현상과 짝사랑의 상관관계

  5-2. 내가 공주가 아니라 마녀라는 것이

  5-3. 사막여우의 마음

  5-4. 좋아한다는 말

  5-5. 나는 아직 여기 있어


<참고문헌 : 짝사랑 중 작성했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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