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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몬스터 Nov 08. 2021

변화란 이토록 두려운 일이다

# 변화란 이토록 두려운 일이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판의 경계에서 지각 변동이 가장 활발하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바로 그런 판의 경계들이 모여 이루어진 곳이다. 모든 지진의 90%, 매우 큰 규모 지진의 80%가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발생하며, 전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이 지대에 몰려있다. 때문에 이 대륙판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태평양 한쪽에서는 지진을, 다른 한 쪽에서는 해일을 걱정해야 한다. 놀라운 사실은 고체지구의 겉부분 약 1000Km를 차지하는 규산염질층의 암석권을 움직여 커다란 재해를 가져오는 것이 연악권의 유동성으로 인한 매우 느린 변화라는 것이다. 견고한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이 사소한 유동성이라는 사실은 변화가 끔찍하게도 두려운 것이라는 그의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은 그에게 퍽 중요한 일이었고. 그에 대한 믿음의 일환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지난 수년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그의 유일한 노력이었다.



변화를 끔찍하게도 두려워하는 그가 지질학에 매료된 이유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역동성에 있었다. 거대하고 고요한 이 땅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알아가는 과정이 마치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예민하고 우아한 소녀의 향기로운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과 같은 스릴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증상이었다. 공황장애가 꼭 이와 같았다. 사소한 유동성이 커다란 지진과 해일을 몰고 왔다. 짧은 진동이 남긴 흔적을 지우기 위한 길고 고통스러운 복구과정이 필요했다.



사실 그는 어제도 그 지진을 겪었다. 짧은 지진은 잦은 여진과 끝을 알 수 없는 다채로운 재난들을 가져왔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이 따위 것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것이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한참 괜찮다가도 갑자기 몰려와 순식간에 그가 그 동안 이뤄낸 모든 것을 박살내고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해지는 이 망할 땅덩어리는 얌전할 때 조차 앞으로도 그가 이 변덕스러운 사건에 대한 어떤 것 도 알 수 없을 것 이며, 그 알 수 없음으로 인해 평생 이 지진이 초래할 어떤 것 도 대비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비웃는 것 같았다. 그로 인해 그는 나날이 불안정해 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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