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에 관한 문제를 미리 고민해야 하는 이유
“잘 살다 갔다.”
이 한마디를 남기며 떠나는 인생을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나 그 평가는 오로지 살아 있을 때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 즉 삶이 끝난 후 남겨지는 것들—특히 ‘재산’이라는 무형의 흔적—이 어떤 갈등을 남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말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살던 강진호 씨는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던 의사였습니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했던 그는 가족들에게도 신뢰받는 아버지였죠.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의 세 자녀는 상속재산분할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서로 평생을 의지했던 형제들이 “누가 더 많이 받았는가”를 두고 다투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그렇게 훌륭하던 분이 왜 마지막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상속이 갈등으로 번졌을 때, 우리는 종종 남은 가족들에게만 책임을 묻습니다.
“자식들이 재산 욕심에 눈이 멀었네.”
“형제 간 우애는 다 어디 갔나.”
하지만 정말 그들만의 문제일까요?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피상속인, 즉 재산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도 그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 해도, 그 과정에서 감정에 휘둘리고 충분한 준비 없이 재산을 분배하게 되면,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상속재산분할 갈등은 남겨진 가족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강진호 씨처럼 사랑과 신뢰를 받던 사람도 자녀에 대한 애정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자녀는 병간호를 맡았고, 또 다른 자녀는 오랫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런 이유로 특정 자녀에게 더 많은 유산을 남기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민법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인정하니까요.
하지만 그 ‘차별’이 납득 가능한 근거 없이 이뤄질 경우, 남은 가족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게 됩니다.
“왜 나만 적게 받았지?”
그 질문 하나가, 오랜 가족관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개념이 ‘유류분’입니다.
유류분은 상속인에게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몫입니다.
설령 한쪽 자녀에게 대부분의 유산을 주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유류분을 침해하면 나중에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유류분 청구가 들어오면 그때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곧 가족관계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
특히 유류분 청구 소송은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대표적인 법적 절차 중 하나입니다.
가능하다면, 그 불씨조차 만들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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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의 재산과 의무는 자동으로 상속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상속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남겨진 상속인들이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합의하거나, 필요하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비로소 상속이 ‘완료’됩니다. 상속재산분할이 상속의 완성인 겁니다.
상속재산을 나누지 않고 오랫동안 피상속인 명의로 두는 것도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예컨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반드시 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며, 공동명의로 인해 부동산 활용에 제약이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재산 분할에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존재합니다.
지정분할: 피상속인이 미리 유언 등으로 재산 분할 방식을 정해두는 방법입니다. 갈등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꼽힙니다.
협의분할: 상속인들이 서로 합의해 재산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의가 어려워진 경우가 많습니다.
강제분할(심판분할):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여 법원의 결정에 따라 나누는 방식입니다.
강진호 씨의 자녀들은 협의에 실패해 결국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법적으로는 공정했지만, 감정의 균열은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상속 갈등을 미리 방지하려면, 유언장 작성에 더 많은 고민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아무개에게 얼마를 남긴다”는 내용을 넘어서,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누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를 고려해 근거를 남겨야 합니다.
특정 자녀에게는 미리 재산을 증여했다면 그 사실을 유언에 명시하고, 남은 재산 분배 기준을 명확히 해야 후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상속은 단순히 ‘누가 얼마나 받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산의 종류, 세금 문제, 각자의 상황과 감정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입니다.
더구나, 이 모든 상대는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법적 다툼보다 감정적으로 얽히기 쉽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유언장 작성부터 분할 전략, 분쟁 대응까지 반드시 상속 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삶이 존경 속에서 끝맺음을 맺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