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자녀의 유류분 청구에 맞서는 현명한 대응법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년이 지난 지금, 전처 자녀들이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우리 엄마가 받은 재산이 ‘특별수익’이라며 유류분을 돌려달라고요.”
얼마 전 저희 법무법인으로 찾아온 의뢰인의 사연입니다.
재혼 가정, 특히 배우자가 생전에 기여한 부분이 큰 가정에서는 이런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불쑥 등장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실제와 유사한 사례를 통해, 배우자에게 증여한 재산이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람이 사망하면 남긴 재산은 기본적으로(유언이나 사전증여 등이 없다는 전제하에) 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평하게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공평한 상속’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데요.
어떤 자식은 평생 효도하며 부모 곁을 지키고, 어떤 자식은 연락조차 끊고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부모가 마음에 드는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는 일도 흔합니다. 그래서 법은 상속인들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해뒀습니다. 그게 바로 ‘유류분’입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생전 증여나 유언으로 일부에게만 재산을 몰아준 경우, 다른 상속인이 “최소한 내 몫은 받아야겠다”며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상속인들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을 말합니다.
경기도 안성에서 농장을 운영하던 김태호 씨(가명, 75세)는 오랜 병환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전처와의 사이에 자녀 둘을 두었고, 이혼 후 재혼하여 현재의 부인 정미화 씨(가명, 68세)와 사이에서도 딸 하나를 낳았습니다. 태호 씨는 재혼 후 오랜 세월 동안 전처 자녀들과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고, 재혼한 배우자 미화 씨는 그의 병간호를 5년 넘게 도맡아 하며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태호 씨는 사망 전, 미화 씨에게 감사의 의미로 시골 땅과 상가 건물 한 채를 증여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시골 땅은 병원비 마련을 위해 팔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처 자녀들이 나타나 미화 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합니다. “건물과 땅은 우리 몫을 빼앗은 거니 돌려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유류분을 계산할 때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특별수익’입니다. 특별수익이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생전에 미리 받은 재산 중, 일종의 상속분 선지급처럼 간주되는 재산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생전 증여가 단순한 ‘선상속’인지, 아니면 기여에 대한 ‘보상’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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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자산 상황, 수입, 가족관계, 생활수준, 상속인 간 형평 등을 고려해 장차 상속분 중 일부를 미리 준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대법원 2014.11.25. 선고 2012스156 판결)
또한, 배우자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기준도 제시합니다.
“배우자가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오며 가정경제에 기여하고, 피상속인을 간호하며 가족을 지켜온 경우라면, 그에 대한 증여는 기여에 대한 보상,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부양의무 이행의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그 증여는 특별수익에서 제외된다.”
정미화 씨는 남편의 오랜 병간호를 혼자 도맡아 했고, 생전 증여받은 땅은 병원비로 처분된 상황입니다. 상가 건물은 남편이 미화 씨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의 생활을 위한 기반으로 남긴 자산입니다. 이런 경우, 법원이 이 증여를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처 자녀들은 단지 법적 권리만을 주장할 뿐, 사실상 가정에 기여한 바도, 병간호를 한 기억도 없기 때문이죠.
법정상속분: 배우자 3/9, 자녀들 각 2/9 (자녀가 3명일 경우)
유류분율: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1/2, 배우자는 1/2
따라서 전처 자녀 한 명의 유류분: 2/9 × 1/2 = 1/9
하지만 여기서 특별수익이 인정되지 않거나 감액된다면, 그 유류분 반환 청구는 기각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삶은 숫자로만 계산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 곁을 지키며 헌신했지만, 누군가는 ‘피 한 방울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정에 나타나 부당해보이는 권리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그 자체로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지만, 기여와 희생이 무시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마주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맞서는 것보다는, 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기여와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