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상속세와 상속재산 분배 문제로 사회적 논쟁이 커진 적이 있는데요. 이때 막대한 상속세도 관심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야 하는가”입니다.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사람)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증여를 할 수도 있고, 사망 이후를 대비해 유언으로 분배 방법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반드시 상속인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줄 의무는 없는 겁니다.
대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던 김 씨가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와 1남 2녀가 있었습니다. 김 씨는 생전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공정증서 유언을 남겼습니다.
상속재산: 아파트(15억), 상가 건물(75억)
유언 내용: 상가는 아들에게, 아파트는 배우자에게, 두 딸에게는 현금 2억씩 지급
유언집행자: 아들
공증증서유언이므로 검인 절차도 필요 없고, 아들은 유언집행자로서 곧바로 부동산 등기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두 딸이 아무리 억울해도 유언장의 효력은 강력합니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딸들은 그냥 억울함을 참아야만 할까요.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찾기 위한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요?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상속인을 최소한 보호하기 위해 유류분 제도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유류분: 상속인에게 반드시 보장되는 최소한의 상속분
인정 요건: 상속인 신분만 있으면 됨 (효도 여부·불효 여부 불문)
청구 방법: 유류분반환청구소송 제기
민법이 정한 유류분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우자·직계비속(자녀):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형제자매: 법정상속분의 1/3
즉, 아무리 유언으로 재산을 몰아주더라도, 이 비율만큼은 상속인이 반드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딸들이 받은 몫이 유류분에 미치지 못한다면 딸들은 그 차액만큼을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김 씨 가족의 경우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총 상속재산: 90억(아파트 15억 + 상가 75억)
법정상속분: 배우자 3/9, 아들 2/9, 딸 각각 2/9
딸들의 법정상속분: 각 20억 [(90×2/9)]
→ 유류분: 각 10억 (법정상속분의 1/2)
→ 실제 받은 건 2억이므로, 나머지 8억을 청구 가능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30억 [(90×3/9)]
→ 유류분: 15억
→ 이미 15억(아파트)을 상속받았으므로 추가 청구 불가
즉, 두 딸은 각각 8억씩 추가 청구 가능하고, 어머니는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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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생전증여까지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특정 상속인에게 이미 상당한 재산을 넘겼다면, 그 금액도 유류분 산정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단순히 유언의 내용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생전 재산 처분 내역
증여·편법 증여 여부
실제 재산 규모
까지 철저히 따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류분 제도를 둘러싼 여러 논쟁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지난 2024. 단순위험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요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조항 : 단순위헌
(2) 패륜적인 상속인에 대하여 유류분상실조항, 기여분을 두지 않은 민법 조항 등 : 헌법불합치(2025. 12. 31.까지 법개정 요구)
헌법재판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류분제도가 가족간의 연대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아직은 남녀평등이 완전히 실현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유류분제도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위 결정으로 유류분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나, 그 동안 많은 논란이 되었던 부양의무를 저버리고 자녀 또는 부모의 상속재산만을 챙기는 패륜적인 상속인에 대하여 유류분을 제한하는 한편, 피상속인과 가족간 연대를 유지하면서 재산 형성 등에 기여한 상속인의 기여분을 유류분에서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위 결정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씨 사례의 두 딸처럼 억울한 상속인이 되는 경우,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입니다.
유언의 자유는 강력하지만,
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권리는 반드시 지킬 수 있음
다만 청구 금액은 어떻게 계산하고 어떤 증거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짐
따라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적극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