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과 유류분, 어디까지 인정될까?

by 오경수 변호사
aoNL1sgmOt.png


상속과 유언의 자유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상속세와 상속재산 분배 문제로 사회적 논쟁이 커진 적이 있는데요. 이때 막대한 상속세도 관심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야 하는가”입니다.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사람)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증여를 할 수도 있고, 사망 이후를 대비해 유언으로 분배 방법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반드시 상속인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줄 의무는 없는 겁니다.




사례: 김 씨 가족의 갈등


대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던 김 씨가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와 1남 2녀가 있었습니다. 김 씨는 생전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공정증서 유언을 남겼습니다.


상속재산: 아파트(15억), 상가 건물(75억)

유언 내용: 상가는 아들에게, 아파트는 배우자에게, 두 딸에게는 현금 2억씩 지급

유언집행자: 아들


공증증서유언이므로 검인 절차도 필요 없고, 아들은 유언집행자로서 곧바로 부동산 등기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두 딸이 아무리 억울해도 유언장의 효력은 강력합니다.




유언의 자유와 상속인의 권리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딸들은 그냥 억울함을 참아야만 할까요.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찾기 위한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요?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상속인을 최소한 보호하기 위해 유류분 제도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유류분: 상속인에게 반드시 보장되는 최소한의 상속분

인정 요건: 상속인 신분만 있으면 됨 (효도 여부·불효 여부 불문)

청구 방법: 유류분반환청구소송 제기




유류분 비율


민법이 정한 유류분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우자·직계비속(자녀):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형제자매: 법정상속분의 1/3


즉, 아무리 유언으로 재산을 몰아주더라도, 이 비율만큼은 상속인이 반드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딸들이 받은 몫이 유류분에 미치지 못한다면 딸들은 그 차액만큼을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사례에서의 계산


김 씨 가족의 경우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총 상속재산: 90억(아파트 15억 + 상가 75억)

법정상속분: 배우자 3/9, 아들 2/9, 딸 각각 2/9


딸들의 법정상속분: 각 20억 [(90×2/9)]
→ 유류분: 각 10억 (법정상속분의 1/2)
→ 실제 받은 건 2억이므로, 나머지 8억을 청구 가능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30억 [(90×3/9)]
→ 유류분: 15억
→ 이미 15억(아파트)을 상속받았으므로 추가 청구 불가


즉, 두 딸은 각각 8억씩 추가 청구 가능하고, 어머니는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https://www.youtube.com/@%EC%83%81%EC%86%8D%ED%8F%AC%EC%BB%A4%EC%8A%A4




실무상 쟁점: 생전증여와 유류분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생전증여까지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특정 상속인에게 이미 상당한 재산을 넘겼다면, 그 금액도 유류분 산정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단순히 유언의 내용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생전 재산 처분 내역

증여·편법 증여 여부

실제 재산 규모


까지 철저히 따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류분 제도 논쟁


유류분 제도를 둘러싼 여러 논쟁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지난 2024. 단순위험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요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조항 : 단순위헌

(2) 패륜적인 상속인에 대하여 유류분상실조항, 기여분을 두지 않은 민법 조항 등 : 헌법불합치(2025. 12. 31.까지 법개정 요구)


헌법재판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류분제도가 가족간의 연대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아직은 남녀평등이 완전히 실현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유류분제도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위 결정으로 유류분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나, 그 동안 많은 논란이 되었던 부양의무를 저버리고 자녀 또는 부모의 상속재산만을 챙기는 패륜적인 상속인에 대하여 유류분을 제한하는 한편, 피상속인과 가족간 연대를 유지하면서 재산 형성 등에 기여한 상속인의 기여분을 유류분에서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위 결정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권리는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김 씨 사례의 두 딸처럼 억울한 상속인이 되는 경우,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입니다.


유언의 자유는 강력하지만,

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권리는 반드시 지킬 수 있음

다만 청구 금액은 어떻게 계산하고 어떤 증거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짐


따라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적극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가사상속_번호배너4-3.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여분 제도, 정당한 내 몫을 지키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