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대기업 총수들이 재판에서 감형을 받을 때 흔히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특별한 기여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민법에도 유사한 취지가 반영된 제도가 있는데, 바로 기여분 제도입니다.
민법 제1008의2는 기여분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기타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에는 이를 상속분 산정에 고려한다.”
즉, 단순히 함께 살아왔다는 정도를 넘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 그 공로를 반영해 상속분을 더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혼인 전부터 특별한 직업이 없던 남편 대신, 아내 S는 밤낮으로 일해 10년 만에 어렵게 식당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늘 기죽어 있던 남편의 기를 살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식당 명의를 남편 앞으로 해두었습니다. 남편은 이후 지방에서 친구의 게임방을 돕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 명의로 남은 재산은 바로 S가 힘들게 마련한 식당이 전부였습니다. 자녀가 없는 상황이라 법적으로는 시부모와 S가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그러나 식당을 전적으로 마련한 것은 S였습니다. 생활비조차 남편에게서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S는 시부모님까지 부양해왔습니다. 그렇다면 S는 이 식당을 온전히 자신이 상속받을 수 있을까요?
기여분 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특별한 기여’**입니다. 단순히 자녀로서, 배우자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한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판례는 이렇게 말합니다.
“특별한 기여라 함은 본래의 상속분에 따라 분할하는 것이 기여자에게 불공평한 것으로 명백히 인식되는 경우여야 한다.”
예를 들어, 여러 아들 중 한 명이 장기간 아버지 사업을 위해 무보수로 일했다면 이는 특별한 기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가사노동은 원칙적으로 부부 상호 간 부양의무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기여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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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다음 사정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식당은 전적으로 S의 노력으로 마련된 재산
남편은 생활비조차 제대로 주지 못함
시부모까지 S가 부양해옴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단순한 생활비 보조나 일반적인 가사노동을 넘어선 특별한 기여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S가 식당 전부를 기여분으로 인정받아 단독 상속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기여 정도와 상속재산 규모, 시부모의 생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법원이 판단하게 됩니다.
공동상속인 간 합의>
먼저 상속인들끼리 협의로 기여분을 정할 수 있습니다. S가 시부모님과 원만히 협의한다면, 식당을 단독으로 소유하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가정법원의 심판>
협의가 어렵다면 가정법원이 기여분을 결정합니다. 이때 법원은
기여의 시기
기여의 방법 및 정도
상속재산의 규모
기타 사정
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입증 책임: 기여분을 주장하는 사람이 스스로 특별한 기여를 증명해야 합니다.
증거 준비: 영수증, 통장 거래 내역, 진술서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합리적 주장: 단순히 “내가 다 했다”는 주장이 아니라, 기여의 특별성과 불공평성을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기여분 제도는 “공로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른다”는 법적 장치입니다. 그러나 그 요건은 까다롭고, ‘특별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위해 마련된 제도
인정되려면 반드시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 함
협의가 어려우면 법원이 심판
입증 자료와 전문가 조력이 필수
S의 사례처럼 억울한 상황을 피하려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여를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권리는 없습니다. 내 기여는 내가 입증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