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전문분야 등록제도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어느 분야에나 전문가는 있게 마련인데요.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전문 분야 변호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률수요자들의 요구에 적합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 상호 간 자유경쟁을 통해 각 업무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는 상속전문변호사나 민사, 형사, 부동산, 교통사고 등 63개 분야를 정해 전문 변호사가 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문분야 등록은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분야에 대해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자신감도 중요하겠으나 무엇보다 객관적인 지표가 확인돼야 합니다. 변호사라면 당연히 해당 분야 사건을 직접 다뤄 본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대한변호사 협회에서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전문 분야 변호사 타이틀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상속전문변호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수십 건의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뤄봤어야 합니다. 사건을 직접 수임한 사실만으론 부족합니다. 그 분야에 관해 협회에서 실시하는 일정한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적지 않은 시간입니다. 쉽게 말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야만 전문분야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굳이 전문분야 등록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꼭 틀렸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그 분야 사건을 직접 다룬 경험이 풍부하다면 형식적인 전문분야 등록 여부가 크게 문제 될 이유가 없으니까요. 다만 그 경험은 검증 가능해야 합니다. 상속전문변호사 아닌 이에게 상속 사건을 맡길 때는 반드시 그에 맞는 근거를 확인한 후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들이 ‘등록 필요성’을 말한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한 일입니다.
한 분야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수십 건을 다뤄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책 속에만 있던 이론이 실제 사건과 함께 비로소 ‘체화’되는 과정입니다. 한 건, 두 건만 쌓여도 체화의 정도는 강력해집니다. 소소한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자연스레 사건 처리 시간이 줄어듭니다. 그렇게 수십 건을 처리하다 보면 불필요한 쟁점을 걷어내고, 꼭 필요한 곳에만 집중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요즘 프로야구 인기가 대단한데요. 뛰어난 선발 투수는 1회부터 전력을 다하진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완급조절’이란 걸 하는데요. 적당히 체력을 아끼다가도 주자를 내보내는 등 위기가 오면 온 힘을 다해 던집니다. 그렇게 실점 위기를 벗어납니다. 3회를 완벽히 틀어막고 지쳐서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는 것보다 위기를 좀 겪더라도 9회까지 버텨 주는 게 선발 투수에게 주어진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상속전문변호사도 같습니다. 꼭 필요한 쟁점에 온 힘을 다합니다. 무작정 많은 쟁점을 주장한다고 판사가 들어주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뿐입니다. 핵심에 집중해야 합니다. 전문가란 그런 존재입니다. 그 분야 소송에서 깊이 다뤄져야 할 쟁점을 정확히 파악할 줄 알고 실무적으로 인정되는 지점을 집요하게 공략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소송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절박하지만 한편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상속 사건은 갈등 대상이 가족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길어져서 좋을 게 없습니다. 상속전문변호사는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절박하고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일으킬 시간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법률수요자) 요구에 적합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