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을 한 후 아파트 재건축이 된 경우
그런데 부동산등기의 실무에서는 결론이 다릅니다. 결론은, A아파트와 B아파트가 동일하다는 증명이 가능하다면 즉 A아파트가 B아파트로 변환되었다는 것이 증명가능하다면, A아파트에 대한 유언으로 B아파트에 대한 유증등기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내 재산을 누군가에게 남기고 싶을 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언으로 남기는 방법입니다. 더 쉽게 풀어쓰자면, 지금 재산을 줄 것인가 아니면 내가 죽은 후에 받아가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지금 재산을 주는 구체적인 방법은 정말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에 증여등기를 하거나 계좌에 있는 돈을 이체하여 줄 수도 있죠. 아니면 재산을 받는 사람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취득자금을 대신 내주는 방식, 재산을 법인에 현물출자를 하여 재산을 받는 사람에게 지분을 양도하는 방식, 재산을 받는 사람에게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려주면서 되돌려 받지 않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내가 죽은 후에 재산을 받아가게 하는 방법으로는 사인증여와 유언이 있는데, 오늘의 주제는 유언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효한 유언을 해 두면 내가 사망한 후에 내가 원하는 대로 재산을 남길 수 있습니다. 물론 유류분제도라는 것이 있어서 나의 의사가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유언을 남겨두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죠. 유언으로 상속인이 되지 못할 사람에게 재산을 남길 수도 있고, 상속인 중에서 일부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줄 수 있다는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유언에 강력한 효력이 있기 때문에, 유언의 내용은 명확해야 하고 법률적으로 실현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들에게 지구를 돌고 있는 달을 물려주겠다는 식의 유언은 형식적으로는 유효할 수는 있어도 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효입니다. 또한 내가 아파트를 2채 가지고 있는데 아들에게 아파트를 물려주겠다고 유언을 하면 아파트 두 채를 모두 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 중 어느 한쪽만 주겠다는 것인지 해석에 문제가 생겨 유언 집행이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유언은 누구나 명확히 그 뜻을 알 수 있게 분명하게 작성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혹시 몰라 유언을 미리 작성하면서 자녀 중 한 명에게 아파트를 주겠다고 유언을 해 놓았는데 그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어 다른 아파트가 되었다고 하면 아파트를 물려주겠다고 하는 나의 유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유언장을 작성할 때 유언자가 A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고, 그래서 A아파트를 아들에게 준다고 유언을 했다면 유언장만 봤을 때 유언의 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A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서 B아파트가 되었고 유언을 한 후에 B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한 상태에서 내가 죽으면, 내 유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A아파트를 물려주겠다는 유언장 자체의 내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 A아파트가 지구상에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 B아파트에 대한 유언을 다시 남기면 되겠지만, 그걸 안 했을 경우, A아파트에 대한 유언을 가지고 B아파트를 물려받을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입장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유언자가 A아파트가 없어진 이후에 새로 생긴 B아파트에 대한 별도의 유언이 없으므로, A아파트에 대한 유언은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견해입니다.
다른 하나는, 유언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유언으로 남기고 있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A아파트는 비록 철거되고 없지만, B아파트가 A아파트를 대신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A아파트에 대한 유언의 효력은 B아파트에도 미친다는 견해입니다.
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유언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이유는 이 유언의 효력을 유언자에게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언을 하신 분은 이미 돌아가셨으니까요. 그래서 형식논리로 보면 이 유언장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A아파트와 B아파트가 동일한 물건으로 볼 수는 없어 유언장은 결국 휴지와 다름없다로 결론 내리는 것이 맞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부동산등기의 실무에서는 결론이 다릅니다. 결론은, A아파트와 B아파트가 동일하다는 증명이 가능하다면 즉 A아파트가 B아파트로 변환되었다는 것이 증명가능하다면, A아파트에 대한 유언으로 B아파트에 대한 유증등기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다음 등기 실무례를 보시죠.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이후에 유증의 목적물인 구분건물이 멸실되고 재건축으로 동일 지번에 새로운 구분건물이 신축되어 유증자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진 상태에서 유증자가 사망한 경우, 유언공정증서상의 부동산의 표시(멸실된 구분건물)와 소유권이전등기의 대상이 된 부동산의 표시(새로이 건축된 구분건물)가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정증서를 첨부정보로 하여 유언집행자 또는 상속인은 수증자와 공동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유언공정증서상의 구분건물(종전 구분건물)이 소유권이전등기의 대상이 된 구분건물로 변환되었음을 소명하는 자료(관리처분계획서 및 인가서, 이전고시증명서면 등)를 첨부하여야 할 것이다.
( 유증의 목적물인 구분건물이 재건축으로 인하여 새로운 구분건물로 변경된 경우에 유증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가능한지 여부 제정 2014. 3. 13. [등기선례 제9-246호, 시행 ])
그렇다면, 내가 아들에게 A아파트를 주겠다고 유언을 했는데, 이 A아파트가 재건축이 되어 B아파트가 되었고 내가 B아파트의 소유자가 된 상태에서 내가 세상을 떠나면, 내 아들은 이전의 유언으로 B아파트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유언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결론이네요. 다만 이렇게 유언이 집행되었을 경우, 유언을 받지 못한 다른 상속인들과의 법률 분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유언을 받은 사람이 결국 승소를 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래도 법률 분쟁은 매우 피곤한 일이죠.
그래서 돌아가신 분께 아파트 유언을 받았는데 그 아파트가 재개발된 사례라면 포기하지 마시고, 유언자가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는데 기존의 아파트가 재개발되었다면 훗날의 법률분쟁을 막기 위해 유언을 다시 남겨두시는 방법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