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300일이내 태어난 아이 생부가 출생신고하려면
친생부인허가청구 또는 인지허가청구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오늘은 이 두 개념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019년 2월 동훈 씨(37세, 프로그래머)와 지은 씨(34세, 카피라이터) 사이에서 예쁜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지은 씨는 승규 씨(35세, 사업)와 2012년 3월 결혼했는데 혼인 초부터 계속된 승규 씨의 도박과 외도를 견디지 못하고 결혼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별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승규 씨는 별거 이후 계속된 지은 씨의 이혼 요구를 시종일관 무시했고 급기야 연락마저 끊어버렸습니다. 주변 친지와의 연락조차 모두 차단해버려 지은 씨는 승규 씨와 연락할 길이 없었습니다. 지은 씨는 어쩔 수 없이 2016년 12월 가정법원에 재판상 이혼을 청구했고 2년여 법정 공방 끝에 2018년 말 이혼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주변 친지들이 많이 도와준 덕에 소송 기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은 씨와 동훈 씨는 회사 동료로 만났습니다. 지은 씨가 별거를 시작한 후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면서 동훈 씨와 부쩍 친밀해졌고, 3년 정도 연애를 하다가 2016년 7월 정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지은 씨는 동훈 씨와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승규 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는데 승규 씨는 오히려 지은 씨가 외도를 한 유책배우자라며 이혼에 응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지은 씨와 승규 씨 이혼 재판이 오래 걸린 이유였습니다.
이혼소송이 한참 진행 중이던 2018년 중순 즈음 지은 씨는 동훈 씨 아이를 가졌고, 이혼 신고를 한 후에 아이를 출산하였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출생신고를 하려고 하니, 구청에서는 승규 씨와 이혼한 지 300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출산하였기 때문에 동훈 씨를 아버지로 하여 출생신고가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아이의 출생신고가 급했던 동훈 씨와 지은 씨는 구청 직원이 알려준 대로 인터넷에서 친생부인허가청구, 인지허가청구를 검색한 후 변호사사무실에 도움을 구했습니다.
민법에는 ‘친생추정’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아내가 낳은 아이가 그 남편의 아이라는 점을 무조건 확신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등장한 것인데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신 분도 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은 머리카락 몇 가닥만 있으면 며칠 내로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유전자 감정기법이라는 것이 없었죠.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단 아내가 낳은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법률상 추정을 해버리겠다는 것이 친생추정인 겁니다.
일단 친생추정이 미치는 아이에 대한 추정을 부인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친생부인의 소라는 소송을 해야 합니다. 이 소송은 반드시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방으로 해야 하는 정식 소송입니다. 상대방이 모르게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해외에 있었거나,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거나, 부부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서 도저히 아내가 남편 아이를 임신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한 경우까지 친생추정이 미쳐서는 안 되겠죠. 이런 경우 (친생부인의 소보다는 요건이 덜 까다로운)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친생추정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우선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한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추정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임신했거나, 임신 초기 이혼을 한 경우인데요. 이때에도 친생추정이 미쳐야 할 필요가 있겠죠. 민법은 혼인이 성립한 날로부터 200일 이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을 하고, 혼인이 종료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 역시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서 살펴본 대로 친생추정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친생부인의 소는 2년의 제척기간이 있고, 또 보통은 전남편이 소송 피고가 되어야 하므로 여간 불편하고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죠. 이 친생부인의 소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18. 2. 1.부터 친생부인허가 또는 인지허가청구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인지허가청구는 사례에서 지은 씨처럼 아이 엄마가 전남편과 이혼한 지 300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아이를 출산한 경우, 아이 친부가 가정법원에 전남편의 친생추정을 배제해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친생부인허가 청구는 친모가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두 제도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정식소송이 아닌 비송절차이므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관할법원은 아이 주소지를 관할하는(아직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보통은 아이 모친 주민등록상 주소) 가정법원입니다.
인지허가청구를 위해서는 반드시 친부와 아이 사이 유전자 감정이 필요합니다. 이 심판청구를 한 후에 법원 명령을 받아 유전자 감정을 하기보다는 미리 감정 결과를 받아두는 편이 훨씬 빠른 결과를 볼 수 있겠죠. 유전자 감정 결과와 아이 모친이 이혼 후 300일 이내에 아이를 출산하였다는 증빙을 제출하면 가정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지허가청구로 전남편에 대한 친생추정을 배제하여야 아이 친부와 친모를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로 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미혼부 출생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아이 엄마를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친생부인허가청구나 인지허가청구를 해야 하고, 전남편 없이 아이에게 엄마만 있는 것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 청구는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지금 바로 변호사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