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 유류분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규정합니다. 자본주의 체제인 우리나라에서 헌법이 규정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근본적인 가치라고 볼 수 있는데요. 평생을 피땀 흘려 이룩한 자기 재산은 당연히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열심히 일해 모은 재산이면 어디에 쓰든, 누구에게 쓰든 아무도 간섭할 수 없어야겠죠. 피를 나눈 가족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함부로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는 겁니다. 이러한 자유를 우리는 재산 처분의 자유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산 처분의 자유도 무제한으로 보장되는 건 아니고요. 재산 처분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상속유류분에 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승균 씨(40세, 학원강사)는 얼마 전 가족들이 오랜 기간 함께 다닌 교회 담임목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뜸 고맙다는 목사 말에 승균 씨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3년 째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얼마 안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고 있는 아버지가 며칠 전 모든 재산을 교회에 기부한다는 내용이 적힌 문서를 교회에 보냈던 것입니다. 어머니와 승균 씨 그리고 동생까지 가족 중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승균 씨는 정말 이래도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승균 씨랑 동생이야 아직 젊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건강이 좋지 못한 어머니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라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아버지 명의 재산이긴 해도 평생을 옆에서 함께 고생한 어머니 몫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가족이 아무리 물어도 아버지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 경우 승균 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대로 아무 재산도 받을 수 없을까요. 아버지가 사망하면 승균 씨 어머니는 사는 집에서 쫓겨나야 할까요. 승균 씨는 인터넷을 통해 상속유류분 소송이란 수단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자신들도 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피상속인(재산을 남기는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당연히 자기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습니다. 재산 처분의 자유를 누린다는 말입니다. 이 자유는 살아서는 증여 형태로, 죽어서는 유증(유언으로 하는 증여) 형태로 누리게 되는 게 일반적인데요. 그렇다면 재산 처분의 자유는 무제한으로 허용될까요. 사례처럼 고통받는 상속인들은 아무 대책도 없이 그저 울고만 있어야 할까요.
당연히 그렇진 않습니다. 피상속인에게 주어지는 재산 처분의 자유, 즉 유언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유족들의 생존권,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와 상속재산에 대한 정당한 기대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입법화된 제도가 바로 ‘상속유류분’제도입니다. 유류분이란 상속재산 중에서 상속인에게 반드시 남겨야 하는 최소한의 몫을 말하는데요. 유류분소송은 상속인 중 최소한의 상속분인 유류분만큼도 상속받지 못한 사람이 법원을 통해 그 부족한 만큼을 돌려받는 절차입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볼 때 유류분제도에 대응할 만한, 그러니까 이와 비슷한 제도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유류분이 인정되지 않다가, 1979년이 돼서야 비로소 유류분소송이 인정되었는데요. 이는 당시 피상속인이 딸들에게는 재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남녀차별 현상을 막으려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에 와서 유류분제도를 두고 여러 논의가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유언장으로서 효력이 있느냐도 다퉈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알아본 대로 승균 씨 아버지가 비록 전 재산을 종교단체에 기부한다고 했으나 가족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상속인들이 무방비로 당하는 상황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상속인들에게는 상속유류분 소송을 통해 자기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만큼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으니까요. 물론 정상적인 상속절차를 밟았을 때 얻게 되는 ‘법정상속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어머니가 맨몸으로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상속유류분 소송은 다른 소송에 비해 더 복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뤄야 할 쟁점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얼마나 집요하게 접근해서 증거를 찾아내느냐에 따라 반환받을 유류분 금액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류분소송 등 상속 분야에서 수많은 경험을 통해 비슷한 사례를 많이 접해 본 전문가 조언은 그래서 꼭 필요하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