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 손해 안 보려면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 또는 그때의 어스름한 빛을 황혼이라고 합니다. 사람 생애나 나라 운명 따위가 한창인 고비를 지나 쇠퇴하여 종말에 이른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요. 보통은 자식들을 키워 사회에 진출시킨 60대 혹은 70대 정도 나이를 황혼기라고 합니다.
요즘 황혼이혼, 졸혼이 화두입니다. 그 나이에 무슨 이혼, 이별이냐며 타박하는 이도 있으나 많은 사람은 그들의 늦은 고민에 응원을 보냅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혹은 가족들을 돌보느라 잠시 미뤄두었던 자기 삶을 찾겠다는 노력은 그 시기가 언제든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모든 이혼소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쟁점은 재산분할입니다. 결혼생활을 정리한다는 건 홀로 선다는 말입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기 삶을 자기 힘으로 꾸려나가야 한다는 걸 가리키는데요. 그러나 평생 가족들과 함께 살다가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황혼이혼이라면 그 어려움은 더하겠죠. 황혼이혼재산분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합리적인 재산분할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삶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올해 예순에 접어든 성자 씨는 며칠 전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습니다. 이미 오래전 마음먹은 일입니다.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에 성공하면 미련 없이 남편과 헤어지겠다고 다짐해왔습니다. 며칠 전 막내는 방송국 취직 턱이라며 가족들에게 삼겹살을 샀습니다.
평생 교직에 몸담은 남편은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이고 예민한 성격인 남편은 성자 씨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했습니다. 나이 육십에도 매월 생활비를 받아 가계를 꾸려야 했습니다. 마치 학생을 대하듯 여전히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이제 더 참을 마음이 없습니다.
성자 씨는 자기 앞으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혼을 통보하긴 했으나 남편이 충분한 재산을 줄지 알 수 없습니다.
황혼이혼재산분할에서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은 무엇일까요. 혹시 부부 공동명의인 재산만 나눌 수 있을까요. (가끔 이런 질문이 들어온답니다) 재산분할 대상인 재산은 ‘부부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입니다. 답을 들었는데 뭔가 공허합니다. 무슨 재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협력으로’라는 부분에 대해 부부 사이 의견이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협력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그 정도를 낮게 인정해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협의가 안 돼 소송까지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누구 명의인지는 불문합니다. 부동산 물론 현금, 예금자산도 포함되며 누가 관리했는지도 묻지 않습니다. 어느 한 사람 이름으로 취득했어도 그 재산이 공동노력으로 취득, 형성, 유지된 때는 분할대상이 됩니다.
그 ‘협력’에는 아내의 가사노동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그러므로 사례에서 S는 일단 남편 명의든 아니든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에 대해 황혼이혼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남편의 사회생활과 달리 아내의 가사노동을 당연시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집안 재산을 이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로 여겨 아내 역시 당당히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황혼이혼재산분할에서 분할비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기여도’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바지한 만큼’ 나누라는 건데요. 문제는 실무적으로 이 기여도가 어떻게 산정되느냐일 겁니다. 기여도는 형성기여도와 유지관리 기여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산을 마련하는 데 이바지한 정도와 그 재산을 유지하고 관리하여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 정도를 따져서 재산분할 비율에 참작하는 겁니다.
황혼이혼재산분할은 이 기여도에 부양적 성격, 그러니까 부부가 헤어지더라도 최소한의 삶은 유지할 수 있도록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살면서 이바지한 면을 참작하되, 앞으로 살아갈 길도 따져 재산분할을 해야 하는 겁니다.
황혼이혼재산분할에는 많은 쟁점이 숨어있고, 얼마나 치열하게 다투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소송 준비단계부터 반드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셔야 빈틈없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