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boot sale 후기
새벽 6시 일어나 김밥 17줄을 쌌다.
한 묶음에 열개가 들어있는 안이 잘 보이는 포장용기를 사서 한 줄로는 부족해서 여분으로 더 넣었더니 꼬다리를 제외하고 3줄 정도가 남았다.
만두는 기름을 두르고 에어프라이어에 굽고 떡볶이는 전날 만들어놓은 양념장과 떡, 어묵, 달걀을 준비해서 아이스박스에 넣었다.
준비하는 게 번거로울 뿐 한국 음식은 분명 잘 팔릴 것이다.
아이들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주는 날이면 친구들이 하나씩 달라고 해서 주고 나면 먹을 게 몇 개 안 된다고 아이들이 말하곤 했다.
그만큼 김밥의 인기는 상당하다.
예상대로 준비해 간 음식은 모두 매진되었다.
물건들은,
이것저것 사는 사람들에게 덤으로 연필과 액세서리 같은 것들을 챙겨주면서 인심 좋게 장사했고 남은 옷들은 버낸시에게 줄 옷 조금을 남겨두고 L의 기사에게 모두 주었다.
팔릴까 싶었던 해먹은 L의 조언대로 가방에서 꺼내 풀어헤쳐 놓으니 금세 팔렸다.
이 무거운 해먹을 뭐 한다고 한국에서부터 싸매서 가져왔는지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제일 아깝다고 생각했던 물건은 ‘Great War’라는 레고책이다.
이 책은 작년에 전쟁에 꽂힌 아들이 고른 건데 남편이 처음으로 사준 레고로 무려 70유로를 주고 해외배송을 시킨 레고, 아니 책이었다.
아들은 표지만 보고 레고라고 생각하고 산 것이다.
그 책이 왔을 때 매우 무거워서 모두가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다.
아들은 당황한 게 뻔히 보이는데도 맞게 왔다고 말했는데, 우리에게 혼날까 봐 그런 것이라는 걸 알았다.
오늘에서야 잘못 주문한 게 맞다고 이실직고했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매우 깨끗한 새책이라 본전 생각이 저절로 나서 4천 실링(4만 원)의 가격표를 붙였는데 전혀 매력적인 가격이 아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그것의 가격과 사용 횟수에 따라 내려놓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옆에서 물건을 팔던 남자아이들이 이 책에 완전 푹 빠져버린 게 아닌가.
L은 아까부터 저 아이들이 책을 매우 사고 싶어 했는데 부모들이 안 사주는 것 같다, 어차피 보지도 않는데 본전생각하지 말고 싸게 천 실링(만원)에 팔라고 해서 고민했다.
물건은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그 목적대로 사용된다.
본전 생각이 난다 해도 본전은 찾을 수 없다.
몇 초간의 고민 끝에 천 실링으로 가격을 낮췄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은 천 실링에 그 책을 사줬고 두 형제는 머리를 맞대고 책을 열심히 보았다.
드디어 주인을 찾았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선생님들이 많다.
5월 말이면 학기가 끝나니 그때까지 짐을 정리해야 하다.
선생님들이 가지고 나온 갖가지 물건들은 그녀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어떤 선생님은 가구까지 가지고 오셨는데 우려대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
오후 2시 마감인데 1시부터 파장분위기였다.
사러 오는 사람은 없고 파는 사람들뿐이었다.
정말 많은 물건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새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남은 물건들은 어떻게 될까?
짐을 다시 옮겨야 하는 주인들이 어째 물건의 시중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 나의 판매 목적은 소진이 목적이었기에 나눔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고 음식 판매를 통해 약간의 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나, 아주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