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팅 중 과부하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름 주의.
글을 안 쓴 지 두 달이 넘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고 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시작’이라는 단어다.
그동안 한국을 다녀왔고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케냐로 돌아왔다.
바깥보다 집 안이 더 춥지만 외투하나 걸치면 문제없다.
그러나, 참 할 게 없다.
누군가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곳이 한국이라고 했는데 케냐는 돈이 있어도 쓸 곳이 별로 없다.
(내가 돈이 많다는 소리가 아니라 인프라를 얘기하는 거다.)
몇 달 전에 시작한 나의 미니멀 라이프는 장기 프로젝트로 5년 안에 완성하는 것이다.
이 시기는 두 아이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으로 결혼이 내 인생의 2막이었다면 아이들이 독립하는 시점이 인생 3막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 균열이 생기려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마음의 균열이다.
갈피를 잡지 못한 마음이 이리저리 흩어져서 불안 초조 걱정 두려움이라는 생각의 가지가 엉키고 설켰다.
이럴 때 나는 쇼핑질을 한다.
한국 방문 기간 동안 나에게 던져진 화두는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였다.
어디서 어떻게 살 것 인지는 아이들이 독립한 후 우리 부부의 삶을 고민하는 것이고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는 내 마음가짐이다.
이번에 유독 어르신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래서 고민이 깊어졌다.
맘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려운 마음이 든다.
마지막 하나는 10대부터 했던 고민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정말이지 하고 싶은 게 없고 재주랄 게 없다.
제대로 된 취미도 없다.
나이 먹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하고 있다.
몇 번에 걸쳐서 남편에게 내가 뭐 하면 좋을지, 20년 동안 나를 보았으니 무엇을 잘할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제시했다.
그때 이 상황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무엇을 얘기해도 상대방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댔었다.
이제는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되었다.
그제야 남편과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에게는)
결국 나중에 남편은 화까지 냈다.
그럴 만도 하지.
넌 생각만 너무 많아.
뭐라도 해!!
나는 뻘쭘해져서 삐친 척을 하고 방으로 휑하니 들어가 버렸다.
글을 쓰지 못하는 동안 글을 좀 읽었더니 의기소침해져서 글도 더 쓸 수가 없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나를 막아서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무수히 많은 잘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나를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