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만 하는 것
그(쇼펜하우어)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흔히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라고 말하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기에 그는 자기 삶의 중심에 놓여야 할 한 가지, 즉 ‘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도서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어제 언니와 카톡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요즘 언니는 웹툰을 본다고 한다.
시간이 잘 간다고 나에게도 추천을 해줬다.
그러면서 시작된 얘기는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야 한다는 데 대한 나의 부담과 언니가 받아들인 자신의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시간이 안 가서 시간을 때우며 살면 안 된다고 했을 때 언니는 “몰라, 이번 생은 배렸어.”라고 말하며 자신은 게으르고 의지도 없다며 “하고 싶은 게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우리의 공통점이 ‘하고 싶은 게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자 이것도 유전인가, 경험이 부족해서인가, 잠시 생각했다.
그 말끝에 언니는 “근데 많이들 그러고 살아.”라고 덧붙였다.
자신만 그런다 함 슬픈데 그러지 않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말과 함께.
“어찌 보면 이리 무료하게 사는 게 내가 원하는 거겠지.”라며 자신의 그러한 삶도 기꺼이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언니는 평생을 그저 회사 집 하며 살아왔으니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도통 모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장녀로 살아온 삶의 무게가 언니를 이토록 무료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몇 해 전,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나를 보며 한 친구는 “야, 꼭 뭘 해야 해? 핸드폰도 보고 그냥 늘어져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자신도 하루 종일 핸드폰 보고 게임한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라는 그녀의 태도에 내심 놀라며 정말 그래도 될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난 게으르고 늘어지게 살면서 마음은 늘 조급하고 불안하게, 친구가 보기에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보였겠지만 그 누구보다 게으르고 불안에 몸서리치며 살았다.
지금도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유용한지, 하고 싶지 않아도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억지로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배우고 익히며 생산적인 일을 해야지만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요즘의 내 삶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하고 싶은 것은커녕 뭘 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그저 해야만 하는 것들을 의무와 책임감으로 겨우겨우 무장하고 하루하루를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