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걸어 나온다.
반혼수 상태인 그의 걸음걸이는 어제 보았던 좀비 드라마 ‘워킹데드’를 연상시킨다.
엄마로 보이는 여자의 한 마디에 좀비는 눈을 치켜뜨고 어눌하지만 꽤 불손한 태도로 그녀에게 달려든다.
여러 번 물렸지만 아직까지도 면역력이 없는 여자는 금세 전염되어 아이와 같이 눈을 치켜떴다.
보균자인 아이의 여동생은 눈치를 살피며 뒷걸음질 쳐 방으로 달아났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역시 잠이 덜 깬 모습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한 남자가 있다.
항체를 가진 남자는 속으로 ‘또 시작이구만’ 하며 모자의 암투에 별 타격감 없는 모습으로 “왜 그래”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암막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으로 다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