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수다
12월 6일, 학기 마지막 펀프라이데이다.
시작을 앞두고 엄마들과 모여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오늘은 고등학생들이 경찰서로 봉사활동을 가는 날이라 대화는 자연스럽게 경찰 이야기로 흘렀다.
한 미국인 엄마는 최근 교통경찰에게 잡힌 일화를 얘기하며 아이들에게 미국 경찰과 케냐 경찰의 다른 점을 설명해야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함께 차에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들은 경찰에 대한 이미지를 스스로 심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이들도 경찰은 우리를 갈취하는 사람일 뿐 그들에게서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랬기에 엄마는 미국에서는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경찰을 찾아가 꼭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며, 경찰이 차를 세우면 절대 도망가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또 한 엄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은 봉투에 천 실링씩 넣어놓고 다니며 경찰이 잡을 때마다 봉투를 주고 빨리 통과한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한 엄마가 방금 생각났다는 듯 한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며 매우 놀랐다는 표정으로 계엄령 사건에 대해 물어왔다.
어쩐지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 엄마들은 우리도 정말 놀랐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한 엄마가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어떤 사람들은 딥페이크인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영어로 계엄령(martial law)이라는 단어를 알게 될 날이 오다니…
우리는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았으며 정치 얘기를 할 때는 간간이 ‘Crazy’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했다.
그동안 어디를 가나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뿜뿜이었는데 오늘 그 자부심에 살짝 스크래치가 생겼다.
*뒷이야기
지난번 펀데이에 본의 아니게 팝콘 마스터가 된 나는 학교 아이들에게 색다른 팝콘맛을 선보이고 싶었다.
집에 아이들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팝콘에 라면 스프를 살짝 섞어서 준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잘 먹었던 기억이 났다.
학교에서 파는 팝콘에는 보통 소금만 뿌리는데 오늘은 한국의 매운맛도 보여주려 학부모 회장의 컨펌을 받기 위해 샘플을 만들었다.
준비해 간 팝콘을 내놓으며 약간 매운맛인데 컨펌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들이 먹어보고 맛있다며 모두 찬성해 주었다.
한국 음식을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자꾸 찾게 된다.
오늘도 한국 제품(마이쮸, 초코파이)이 제일 먼저 동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