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트립 둘째 날 - 열기구이야기)
여행을 가기 전 사람들은 갑바도기아에서 열기구를 탈 것인지에 대해 서로 물었었다. 금액은 환율에 따라 변동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저렴하지는 않았고 타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떠도는 말이 3대가 덕을 쌓아야 탈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나같이 별생각 없던 사람도 타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열기구를 타기 위해서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야 했고 피곤했던 나는 고민했다. 열기구는 굳이 갑바도기아가 아니어도 파묵칼레에서도 탈 수 있었고 금액은 더 저렴했다. 그래도 원조는 갑바도기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뭔가를 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하자는 쪽으로 맘을 먹기로 했는데 마음먹었다고 해서 병(결정장애)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벌룬을 갑바도기아에서 탈지 파묵칼레에서 탈지 고민이라고 하니 남편은 단번에 ‘당연히’ 갑바도기아에서 ‘무조건’ 타야 한다고 말한다. 하… 정말 땡기지는 않지만 나중에 바보라고 한소리 들을 것 같아서 타기로 결심했다.
한 주전 한국에서 다른 팀과 튀르키예에 다녀오신 분의 정보에 의하면 그때는 열기구 비용이 390불이어서 다들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파묵칼레에서 타셨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200불만 내면 되었다.
모닝콜에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가지고 있는 두툼한 옷을 모두 꺼내 겹겹이 입고 로비로 향했다. 차를 타고 열기구 탑승 포인트에 이르니 이미 부풀어 오른 풍선부터 대기 중인 것까지 다양한 무늬와 크기의 열기구들이 떠오르기 위해 준비되고 있었다. 열기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또 장관이다. 많으면 300개가 넘게 떠오른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때는 200개 정도가 떠올랐다.
열기구를 타기 위해서는 높은 바구니를 넘어 타야 하는데 계단이나 사다리 같은 건 없다. 혼자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넘어야 하니 몸이 불편하거나 연로하신 분들은 타고 내리기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가장자리로 자리를 잡아야 풍경과 함께 독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열기구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 각 네 칸으로 구분되어 있어 한 칸에 3~4명이 탈 수 있다. 착륙 시 착지자세를 해야 하는데 만약 모르는 사람과 탄다면 공간이 좁은 관계로 몸이 매우 밀착되므로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를 태운 열기구는 하늘로 하늘로 떠올랐다. 오직 열기만으로 떠오를 수 있다니 신기했다. 온기는 이렇게 무거워 떠오를 수 없을 것 같은 것도 떠오르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 같은 것도 했다.
먼동이 터오고 햇살이 기지개를 켜는 순간의 눈부심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경이로운 솜씨에 다시 한번 경탄하게 되었다. 그렇게 열기구는 높이 떠올랐다 땅에 닿을 듯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열기구가 착륙한 포인트에는 무알콜 샴페인이 준비되어 있었고 벌룬에서 찍은 사진을 50유로에 팔고 있었다. 우리는 일정이 바빴으므로 부랴부랴 숙소로 향했다.
*덧붙이기
벌룬을 타지 않는다면 아침 일찍 택시를 불러 타고 벌룬을 볼 수 있는 포인트로 가면 된다. 그곳에서는 알록달록 높고 낮게 떠 있는 벌룬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암괴석의 풍경을 한눈에 담고 싶은 분들은 벌룬 타는 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