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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원 Apr 24. 2023

Do you wanna dance with me?

"Mmmm. This is so tasty. I love it!”


스탠포드에서 보낸 30일 가운데 즐거운 일들이 많았지만, 특별히 나를 행복하게 했던 건 밥 먹는 시간이었다. “와, 이 소고기 왜 이렇게 맛있어? 또 받아와야겠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평범한 미국 음식일 뿐이지만, 아직 맥도날드와 KFC 정도밖에 모르던 22살 나에게 기숙사 식당은 마치 빕스 샐러드 바처럼 느껴졌다. “하하, 진원 또 먹으러 간다. 얘는 세상에서 제일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일 거야.” “맞아, 진짜 웃겨. 아, 벌써 8시 40분이다. 슬슬 수업 들으러 가자.” 

ALC의 오전 시간은 American Language & Culture라는 프로그램의 이름에 걸맞게 영어 수업과 미국 문화에 대한 강의로 이루어졌다. 1교시는 Effective communication 수업으로 말하기 및 발표 훈련을 했다. 한 번은 무작위로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15초 동안 생각한 후 2분 동안 발표를 하는 impromptu speech를 했다. “Um… So…” 다른 친구들이 떨면서 발표를 하는 것을 볼 때, 그래도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 차례가 되니 똑같이 말문이 막혀서 등 뒤로 식은땀을 줄줄 흘릴 뿐 한마디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아씨… 쪽팔려 죽겠네.’  


2교시에는 젠더, LGBTQ, 이민자 등 미국에서 뜨거운 화두인 사회적인 주제들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 번째 수업에서였을까, 우리는 사회 계급에 대한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다. “자유주의 시장 경제에서 사람들은 정말 동등한 기회를 갖는 걸까요?” 강의를 진행하던 선생님은 이런 화두를 던지고, 팀별로 모노폴리 게임(블루마블과 비슷한 보드게임)을 시켰다. 단, 무작위로 계급을 정해서 처음 시작할 때 받는 돈에 차별을 주었다. 가난한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투자의 기회가 많지 않기에 더 소극적으로 땅을 살 수밖에 없어 수입이 적었고, 결국에는 대부분 파산하여 게임을 마쳤다. ‘그저 이론으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놀이로 배우니까 더 재밌고 마음 깊이 와닿는구나!’ 이런 창의적인 수업들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스탠포드 학생들이 너무 부럽게 느껴졌다.


“Today, we are visiting Google!” 


오후에는 특별강연, 봉사활동, 그리고 기업 탐방 등 수업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하루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를 방문했는데,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다. 구글에서 일하는 ALC 선배가 우리를 안내했는데, 구글이 유명 셰프들을 고용하여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말에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스탠포드 식당이 빕스면 여긴 신라호텔 인가?’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그는 어린이집, 세탁 서비스, 셔틀버스 등 수많은 서비스를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며 “구글에 오시면 일상생활의 잡다한 일들은 저희가 다 케어해 드립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돼요”라고 했다. 와… 정말 이곳이 꿈의 직장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수업이나 구글보다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었다. ALC 프로그램 2주 차에 우리는 버스를 대절하여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 야구장까지는 스탠포드에서 2시간 정도 거리였기에, 버스 안에는 떠드는 사람도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내 옆에 앉았던 스탠포드 여학생이 말했다.


“Hey, Jinwon. Do you wanna dance with me?”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는 멍해졌다. 

“뭐라고? 장난치지 마.” 

“왜? 춤추기 싫어?”

“아니, 진심이야? 난 좀 부끄러운데.”

“그래, 알았어. 헤이, 브라이언. 같이 춤출래?”

“오, 그래? 좋지!”


이게 무슨 일인지 내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두 스탠포드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달리는 버스에서 무반주로 말이다. 둘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다른 학생들은 하나 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버스는 축제가 되었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 나는 재밌으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스탠포드 애들은 부끄러운 게 없나? 춤이 추고 싶으면 버스 안이든 어디든, 음악이 있든 없든 그냥 출 수 있는 건가? 하.’


사실 한 달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스탠포드 애들이 다른 아시아 학생들보다 더 똑똑하다거나 잘났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다르다고 느낀 점 한 가지는, 조심스럽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아시아 학생들과 다르게, 스탠포드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 매우 충실하고 자기표현에 아주 적극적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스탠포드 학생 중에 3학년에 올라가는 알버트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벌써 3번이나 전공을 바꿨다고 했다. 그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정말 기계공학을 좋아하는 걸까? 스티브 잡스가 얘기했던 것처럼, 나도 내가 사랑하는 일을 찾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며, 스탠포드에서의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열흘을 남긴 우리에게는 개별 프로젝트가 남아 있었다. 개별 프로젝트는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도서관에서 찾은 자료와 설문 조사를 통해 연구한 결과를 다른 학생들 앞에서 20분 동안 발표하는 ALC 프로그램의 백미였다. 나는 어떤 학술적인 주제보다도 함께 참가한 친구들에게 가장 큰 흥미를 느꼈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좀 더 알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런 질문에 도달했다. ‘각 나라에서 엘리트라고 불리는 이 친구들은 과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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