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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어른 잘못인지, 무례한 십 대 잘못인지

구불구불 험하디 험한 비탈길을 걷고 있다.

by 여토

이쯤 되면 사춘기의 부모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전생에 무슨 대역죄를 지었을까,

살면서 무슨 잘못을 그리 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는지 과거 자신의 삶을 곱씹어보고 반성해 본다.


아이가 가출한 지 삼십 분쯤 지났을까 학원 원장님이 마침 큰아이 도착확인을 물으신다.

지금 닥친 상황에 멘붕이 되어 멍하니 있다가 받은 문자에 있는 그대로 가출 상황을 알렸다.

원장님이 아이랑 연락이 닿아 전화를 주셨다.

가출한 게 아니고 헬스장 갔는데 엄마가 오해한 거라며 둘러댄단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소리가 울려서 아파트 계단 같단다.

계속 문자를 보낸다.

왜 원장님한텐 쳐 일러바쳐서 지랄이냐고 부모에게 막말을 쏟아낸다.

##(사는 도시)를 뜰 테니 찾을 생각 하지 말란다.


생각해 보니 아이는 이런 반항을 지인들에겐 안 들키고 싶었을게다.

그래야 돌아갈 곳이 생기고 다시 반성할 텐데 동네방네 소문만 낸 꼴이니 아이입장에서 충분히 엄마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 엄마는 큰아이가 부모를 거부하니 누구라도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던 찰나 연락이 먼저 와서 경찰보다 낫겠다 싶어 말씀드렸던 건데 그런 마음을 큰아이가 알 리는 없다.

그리고 한 시간이 좀 지나니 들어왔다.

고맙다.

반갑다.

그리고 뒷날 노트를 찢어서 휘갈기며 두 세문장을 적어 방문에 붙였다.

당분간만 말하고 싶지 않아요. 반성할 시간을 주세요


메모를 보는 순간 안도가 되었던 아빠와 엄마는 피식 웃음이 나와 서로 마주 보며 사랑스러운 글귀를 몇 번이나 확인한다.

그래, 다행이다.

반성할 시간ᆢ

메모로 표현ᆢ

모든 게 감사하다.


작년 추석이었던가

유학 가기 전이다.

시댁 큰 조카가 오랜 취업준비 끝에 공기업에 취직이 되어 큰아이에게 용돈을 주었다.

작은아이는 아직 폴더폰이라 큰아이에게 동생주라며 같이 넣어주어서 집으로 올라오던 차 안에서 동생몫은 주라고 했더니 그럴 수없단다.

분명 동생에게 줄 몫이 있는데 그마저 욕심을 내어 엄마 아빠가 한편이 되어 그건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조언했으나 그렇게 자꾸 말하면 죽고 싶어 진다며 말 걸지 말라고 한다.

차 안 공기가 싸해졌다.

동생은 자주 있는 일인 듯 포기하는 투로 필요 없다고 한다.

그걸 떠나 욕심을 부리며 약속을 안 지키는 모습에 안타까운 엄마는 더 얘기하고 싶었으나 아빠의 만류에 더 이상 얘길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내 휴대폰 하는 큰아이는 차에서 인터넷이 안되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차가 많이 밀려 중간에 지방도로로 빠져 선물 받은 쿠폰으로 카페에 들어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때가 4시 반쯤 되었나 보다.

쉬고 다시 열심히 올라와 밤 10시쯤 도착했다.

늦은 11시 즈음 벨이 울렸다.

경찰 두 분이다.

***(아빠이름)씨 댁인가요?

###(큰아이이름)이란 아이 있나요?

##이가 4시 반쯤에 네이버 지식창에 자살하는 법을 물어서 방문했습니다

아이 안전한지 들어가 확인하겠습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잠시 부모와 분리해서 상담하겠습니다.


경찰 한 분은 부모와 경위설명하고

또 한 분은 아이방에서 아이와 얘기 나눈다.


그리고 내일 상담자 전화 아이에게 갈 테니 가능시간 물어본다.


아이도 놀라고 부모도 놀란 그날밤은 길었다.


아이는 3일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빠는 출근 전 큰아이방 앞에서 아빠 다녀오겠다 인사하고 퇴근하면 아빠 왔다 인사하며 곁에 가족이 있음을 늘 느끼게 해 줬다.


주말엔 끼니때마다 안 나올걸 알면서도 밥 먹자고 얘기하며 소외되지 않게 밖에서 말을 걸어준다.

민망해 안 나오나 싶어 밥 먹으러 나올 수 있게 다 같이 나가주면 아무도 없을 때 먹고 들어간 흔적에 부모는 안심하며 기뻐한다.

늘 대답 없는 아빠의 대화지만 통한건지 3일 만에 나와서 울면서 미안하다고 엄마를 안는다.

그때엔 순수함이 남았던 건지 부모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건지ᆢ

그때부터 일탈이 시작이었던 건지ᆢ


가출ㆍ담배ㆍ술(중2, 중3 때 먹은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자살협박남발ㆍ남자( 만난 남자와 헤어진 후 통장에 계속 18원을 입금시키며 입금자에 협박내용 보낸 사건)

더 남은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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