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를 읽고
(2)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A. 자유는 형이상학의 대상이다
'스스로에게는 자기 의지에 따른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각 행동도 역사적인 의미에서 보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의 모든 과정과 연관되어 있고 태초 이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전쟁과 평화의 에필로그와 부록을 보면, 톨스토이가 가장 깊이 고민했던 주제가 바로 '자기의지와 필연의 관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들이 주도하는 전쟁'에 대해 쓰지 않았어요. 나폴레옹의 천재성도, 쿠투조프의 노련함도 (비록 후자를 칭송하긴 했지만) 살육과 승리,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말하자면, 톨스토이는 영웅주의적 역사관을 비판한 거였어요.
'"그것은 위대하다!" 역사가들이 이렇게 말하면 그때에는 이미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고 '위대함'과 '위대하지 않음'만 존재할 뿐이다. 위대함은 선이고 위대하지 않음은 악이다.... 따뜻한 털외투로 몸을 감싼 나폴레옹은 파멸해 가는 동료들뿐 아니라 자신이 이곳까지 끌고 온 사람들 (그의 생각에 따르면)까지 버리고 고국으로 물러나면서 이것은 위대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의 영혼은 평온하다.'
톨스토이는 절대적 자유의지를 믿지 않았어요. 대학살이 한 사람의 독창성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는 생각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폴레옹의 가장 큰 실수들이 어떻게 그의 가장 큰 승리로 이어졌는지, 또 그의 가장 세부적인 전략들이 어떻게 패배로 이어졌는지를 썼어요. 쿠투조프조차 자기 계획을 실현하지 못했을뿐더러, 그 실현 가능성조차 믿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톨스토이는 인간이 자유롭게 행동한다고 믿는다 해도, 역사는 그러한 행동들이 결국 더 거대한 운명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했어요. "만약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가 단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어떤 역사 법칙도, 역사 사건에 대한 어떤 관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는 절대적 필연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의 결정론적 철학이 그가 끝까지 사수한 기독교 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성경은 인간이 죄를 범할 것인가에 대한 자유의지를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반드시 일어나야 할 일'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으니까요.)
'인간에게는 저마다 두 가지 측면의 삶이 있다. 하나는 그 관심이 추상적일수록 더 자유로워지는 개인적 삶이고, 또 하나는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법을 불가피하게 따라야 하는 불가항력적이고 집단적인 삶이다.'
'자유 자체는 형이상학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것을 필연 법칙이라고 부르듯 우리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을 자유라고 부른다. 역사의 입장에서 자유는 우리가 인간의 삶의 법칙에 관해 아는 것을 제외하고 남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 대한 표현일 뿐이다.'
B.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거부한다는 것
결국,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자유로운가, 자유롭지 않은가'가 아니라, '내가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가'입니다. 현대 사회는 첫 번째 질문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깁니다. 절대 자유의지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에요. 우리는 '더 나다워지기 위해', '나의 소망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나에게 더 귀 기울이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해요. 하지만 인간은 자유라는 환상에 현혹되어 왔습니다.
안드레이 볼콘스키는 타인을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중요하게 여겼던 인물이었어요. 그는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에게 죄를 지은 이들, 자신이 업신여겼던 이들을 증오할 자유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그는 변할 수 없고 거부할 수도 없는, 그러니까 포기할 자유가 없는 사랑을 깨닫게 돼요.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주는 기쁨에 대해 말합니다.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사랑으로도 가능해. 하지만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사랑으로만 가능하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느꼈을 때 그런 기쁨을 맛보았던 거야.... 인간의 사랑으로 사랑할 때는 그 마음이 사랑에서 미움으로 옮겨 갈 수 있어.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변할 수 없지. 죽음도, 그 무엇도 그것을 깨뜨릴 수 없어.'
톨스토이가 자유와 필연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할 자유'라고 말했던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가질 수도, 운명을 피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사랑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능력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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