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는 어떤 내용일까?

나를 톨스토이에 입문시킨 작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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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 가정에 대한 소설, 그 이상


안나 카레니나는 단순히 '가정에 대한 소설'로 소개하기엔 너무나도 방대한 작품입니다. 처음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우기도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서사의 중심에 있는 안나와 레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가정이 해체되거나 연합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좇게 됩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외적인 감각에 대한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인물들의 생각의 흐름을 세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이에요. 톨스토이는 모험이나 극적인 서사보다는 대화와 독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철학을 자유롭게 녹여냈고요.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레빈 – 삶과 철학의 탐구자

레빈은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삶과 사상은 톨스토이의 철학을 반영하는 듯했어요. 저자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톨스토이 또한 러시아 귀족이자 시골 지주 출신이었고, 레빈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레빈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톨스토이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두 가지 주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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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시아 귀족과 농민이 대지를 지키는 이유


레빈은 자신의 땅을 경작하며 농민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는 농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농기구와 농법을 연구했는데요.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농민들의 태도에 종종 좌절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그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지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마치 고대의 베스타 신녀처럼 어떤 불을 지키도록 임명받기라도 한 듯 살아가고 있군요."



2.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책의 초반에서 레빈은 무신론자로 등장합니다. 그는 이성적인 사고에 따라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형의 죽음과 아들의 탄생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시작과 끝을 직접 목격하면서, 결국 신앙의 길을 걷게 됩니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그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 것이죠.

레빈은 유물론적 철학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농민들의 삶에서 답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단순한 욕망을 넘어,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던 그는 한 일꾼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돼요.


"그분은 영혼을 위해 살지요. 그분은 하느님을 기억합니다."
"어떻게 하느님을 기억하나? 영혼을 위해 사는 것이 어떤 건데?"
"누구나 알듯, 진리에 따라,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지요..."


안나 – 사랑과 절망의 초상


남편과 아들을 떠나 부유하고 매력적인 내연남을 선택한 안나는 끝없는 불행과 자책에 시달립니다. 결국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 그녀는 기차에 몸을 던지며 생을 마감하는데요. 그녀는 레빈이 깨달은 진리, 즉 '자신의 필요를 넘어, 진리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깨달음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결과, 그녀의 삶은 불행으로 귀결되었어요.

이런 면에서 보면, 안나 카레니나는 강한 교훈성을 지닌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안나의 이야기를 단순히 '가정을 버린 여인의 몰락'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녀의 서사는 죄에 빠진 인간의 '절망'을 강조하며, 한때 그녀가 가졌던 삶의 기둥들을 되찾으려 몸부림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안나가 몰래 집으로 돌아가 아들을 만나려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아이와 스스로 이별해야 했던 어머니의 절망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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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료쟈! 나의 귀여운 아기!" 그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그의 포동포동한 몸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엄마!" 그는 자신의 온몸을 그녀의 팔에 닿게 하려고 그녀의 팔 아래로 파고들었다….

"엄마, 예쁜 엄마, 사랑하는 엄마!"…

"세료쟈, 사랑하는 나의 아들." 그녀는 말했다. "아버지를 사랑해야 해. 아버지는 나보다 훨씬 훌륭하고 좋은 분이란다. 난 아버지에게 죄를 지었어. 너도 어른이 되면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거야."

"엄마보다 좋은 사람은 없어!" 그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으로 외쳤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잡고 긴장 때문에 부들부들 떨리는 두 팔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어제 가게에서 그토록 큰 사랑과 슬픔을 안고 골랐던 그 장난감들을 미처 꺼내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숙소로 가져오고 말았다.’


안나의 이야기는 가정을 버린 여인의 단순한 몰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로 인한 깊은 절망을 그려냈어요. 그녀의 비극은 레빈의 희망적인 결론과 극명하게 대조되며, 두 인물의 서사는 이 소설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결국,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과 욕망, 도덕과 자유,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깊이를 지닌 이 소설이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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