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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생존을 넘어서는 무언가

폭식장애 심리상담 - 내가 내 부모가 되어주기

by 이로울리
가장 아끼고 소중한 딸이 있다고 한 번 상상을 해보세요.
너무너무 사랑하는 귀한 딸이예요.
그런 딸을 바라보는 부모 입장이라고 생각을 해보세요.
그리고 다시 그 딸이 지금 본인이라고 생각해보시고 그 부모입장을 한 번 상상해보세요.
가장 사랑하는 그 딸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사 년간의 연애를 끝내고 돌아선 이유는 웨딩 꽃장식을 했던 결혼식장에서 어떤 모르는 분이 축가를 부르며 영상으로 틀어놓았던 뮤직비디오에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

노래는 Jax의 'like my father'이라는 곡이었다.

나는 내가 결혼하면 나에게 잘해주는 남자를 만나야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뮤직비디오를 보며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는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구나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아주 당연한 것이었지만 나는 왜 그것까지 고려하지 않았을까.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화가 나고 이건 납득할 수 없었다.

내가 꾸역꾸역 참아가며 맞춰가는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생 외롭더라도 내 아이에게 엄마가 될 나에게 이렇게 못하는 남자를 아빠로 만들어주고 싶지는 않았다는 강렬한 열망이 들었다.

그 열망은 단칼에 연애를 끝내게 만들었다.


Jax의 Like my father 뮤직비디오 중에서




그런데 왜 나는 내 아이는 생각했으면서 내가 부모가 되어서 내 아이가 나라고 생각했을 때,

그렇게 나를 아껴주지 못했을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이다.


내가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너무나 귀한 딸이 있는데 그게 나라고 생각해보라는 미션을 주었고,

고민해보고 있던 최근에 상담선생님은 내가 나의 부모가 되어 돌봐주라고 했다.


가장 사랑하는 그 딸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니가 좋아하는 거 하고 살아.

다른 사람들 신경쓰지 마.

사람들 만나기 싫으면 만나지 마.

그 시간 아껴서 니가 좋아하는 조용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책 읽으면서 시간 보내.

다른 사람들 평가에 너무 기분이 좌지우지 되지 마.

그거 잠깐이야.


그리고 삶은 소중해.

니가 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

남들 다 아파트 산다고 너의 목표가 꼭 아파트 아니어도 돼.

니가 너를 돌보면서 살아.

매 순간 재밌고 행복하고 무엇보다 여유롭고 차분하게,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



내가 이런 말을 나에게 해준다는게 너무 놀랍다.

나를 가장 아끼는 미래의 내가 나를 바라본다면 이런 말을 하는구나...

이건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말인데 이 말들은 마음 속에서 튕겨져 나왔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도 나는 괜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괜찮았던게 아니었던걸까?

이게 지금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인 문제 같은데...

시대적으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부모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다들 자기 생존에 바빠서...

생존이라는게 너무 급급했기 때문에 생존 이외에 모든 것들이 배제되어 지적 자본과 정서적 자본을 물려줄 것이 없었던 부모의 세대는 아니었을까...

돈과 생존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사회적 자본이 있는 것처럼 정서적인 자본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시대에 들어온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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