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풍속사(風俗史)

2. 버스 통학(通學)과 자전거 통학 (下) 자전거 통학

by 박인권

버스 통학(通學)과 자전거 통학 (下) 자전거 통학


#최초의 자전거 통학

자전거 통학은 중학교 2학년 1학기 초 처음 시작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중학교 때는 자전거보다 버스를 많이 탔고 고등학교 때는 버스보다 자전거를 많이 탔다. 자전거 통행로가 따로 없어 대로변을 따라 버스와 택시 눈치를 봐가며 조심스레 이동해야 했는데 때로는 위험천만한 곡예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나온 중학교는 1922년에 개장한 대구 지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 바로 옆에 있었고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교까지는 버스로 환승 1회에 걷는 시간까지 포함해 30분 이상 걸렸다. 자전거를 이용해도 시간은 비슷하게 소요됐으나 학교 주변이 시장통이라 차들로 뒤엉킨 복잡한 도로 사정 때문에 몰고 다니려면 신경을 바짝 써야 했다.


2학년 봄, 몇 번 자전거를 몰고 나갔다가 혼쭐이 난 이후로 주로 버스로 통학했다. 어쩌다 한 번씩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 터라 중학 시절 자전거 통학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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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유용한 통학 수단이었던 자전거. ⓒPARK IN KWON


#버스보다 자전거 통학을 선호한 고교 시절

자전거 통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집에서 고등학교까지는 자전거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로는 20분 남짓인데 버스 정류장에서 교실까지 걷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30분은 잡아야 했다. 버스보다 자전거를 선호한 것도 등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나뿐 아니라 자전거로 통학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학교 운동장 한구석에 길게 이어진 자전거 거치대가 따로 있었다.


#오가는 길과 사이클용 자전거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평지에서 출발해 꽤 긴 내리막길을 거쳐 다시 평지로 이어졌다. 길의 특성상 등굣길보다 하굣길이 당연히 더 힘들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내가 탄 자전거는 핸들 모양이 황소 뿔처럼 생긴 사이클용이었다. 변속기어가 달려 있어 일반형보다 빠르고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기어의 힘을 이용할 수 있었다. 타이어의 지름도 일반형 자전거보다 커 가속도가 붙으면 쌩,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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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충격에 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졌던 옛날 자전거와 달리 요즘 자전거 타이어는 두껍고 튼튼한 데다 바큇살과 림의 품질도 우수하다. ⓒPARK IN KWON


등굣길은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내려가는 속도감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고,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 동안 힘겹게 올라가야 하는 하굣길은 고통스러웠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엉덩이를 쳐들고 좌우로 몸을 흔들면서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언덕 중간 지점 훨씬 못 미쳐 허벅지 근육이 땅겨오는 통증을 참을 수 없어 내려서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학교 급식(給食) 서비스가 없을 때라 다들 도시락을 싸 다녔다. 밥과 반찬이 든 도시락 가방은 책가방과 함께 자전거 뒷바퀴 위 거치대에 고무줄처럼 탄력 있는 끈으로 흔들리지 않게 질끈 동여맸다.

자전거 통학이 일상화되다 보니 등굣길에 이런저런 사고가 터져 속을 끓이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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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뒷바퀴 위에 설치된 거치대. 사람을 태우거나 물건을 실을 수 있다. ⓒPARK IN KWON


#등굣길 에피소드


*에피소드 1. 타이어 펑크

등굣길 자전거 사고 중 가장 흔한 사례는 타이어 펑크였다. 70년대 사이클 자전거 타이어의 품질을 지금 기준으로 평가하면 조악(粗惡)한 수준이었다. 두께가 얇고 무딘 충격 흡수력에 내구성이 떨어져 사소한 이물질(利物質)의 공격에도 펑크가 나기 일쑤였다. 그때 자전거 폐(廢)타이어는 나름의 쓸모도 있었는데 유도선수들이 나무에 묶어 당기는 힘과 손아귀 힘을 기르는 데 사용했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에 유도부가 있었고, 같은 재단의 상급 학교는 유도 명문 고교였다. 안병근(84 LA 올림픽)과 이경근, 김재엽(이상 88 서울올림픽) 등 3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중학교 때 고교 유도부 선수들은 날마다 학교 운동장 나무에 폐타이어를 묶어 잡아당기는 훈련을 하곤 했었다.


타이어가 펑크 나면 여러 가지로 골치 아팠다. 펑크 난 자전거는 페달의 힘이 타이어에 전달되지 않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고 무리하게 몰다가는 자칫 타이어의 틀을 형성하는 림까지 손상될 우려가 있었다.


자전거 수리점에서 펑크 난 타이어 부위를 때우거나 내려서 끌고 가야 했는데 둘 다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문을 연 자전거 수리점을 찾기가 어려웠고 학교까지 손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자니 하세월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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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대리점 바깥에 쌓아 놓은 폐타이어. ⓒPARK IN KWON


자전거를 길바닥에 두고 갈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낑낑대며 씨름하다 보면 일찍 셔터 문을 올린 자전거 수리점을 만날 때도 있는데 아주 운이 좋은 경우다. 타이어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하굣길에 찾을 요량으로 자전거를 맡기고 버스를 타든 지 옵션은 둘 중 하나였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소요 시간은 비슷했다. 이럴 때 나는 대개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는데 천만다행으로 아슬아슬하게 등교 시간에 맞춰 학교 정문을 통과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타이어 펑크는 하굣길에도 자주 일어났지만, 시간에 쫓기는 등굣길과 달리 느긋하게 수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면 그만이었다. 자전거 수리점에 들릴 때마다 손가락으로 타이어를 눌러 공기압을 확인한 뒤 공기주입기로 바람을 빵빵하게 채워 넣었다.


그때 자전거 공기주입기는 자동차 주유할 때 손잡이를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발판을 밟고 양 손잡이를 힘껏 아래로 밀었다 당겨 올리기를 반복해 공기를 집어넣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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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앞이나 인도(人道)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 ⓒPARK IN KWON


*에피소드 2. 나뒹군 책가방과 기어 체인 이탈

뒷바퀴 위 거치대에 맨 책가방과 도시락 가방끈이 풀려 땅바닥에 나뒹구는 일도 있었고 기어 체인이 벗겨져 페달이 헛도는 경우도 심심찮았다. 가방을 묶은 끈이야 새로 매면 그만이고 헝클어진 기어 체인도 손에 기름이 좀 묻을 뿐이지 금방 수습할 수 있었으나 여차하면 지각이라 전속력을 다해 자전거를 몰아야 했다.


에피소드 3. 택시 기사의 적반하장(賊反荷杖)

지금과 달리 어리숙한 시절이라 있을 수 있었던 씁쓸한 에피소드 하나가 기억난다. 친구 중 한 명이 하굣길에 자전거를 끌고 학교 근처 건널목을 건너던 중 보행신호가 끊기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서두르는 택시와 아주 가볍게 살짝 부딪힌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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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살 수 있고 수리할 수도 있는 자전거 대리점. ⓒPARK IN KWON


보행신호를 무시한 택시가 자전거 앞바퀴를 약하게 치었는데 지금 같았으면 운전사가 내려 백배사죄할 일이지만 그때 그 아저씨는 외려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억지를 부려 친구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운전기사는 운전석 창문을 내린 채 친구를 향해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더니 부리나케 줄행랑을 쳐버렸다.


그때 친구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데 기세등등한 운전기사의 악다구니에 지레 겁을 먹고 얼굴이 하얘지는가 싶더니 충격에 뒤틀려 수리가 불가피한 자전거 앞바퀴만 걱정스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1979년 봄 어느 날 벌어진 황당한 일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그 친구는 자전거 통학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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