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둥근 공의 미학(美學)

축구 10. 경기별 득점의 유형

by 박인권

축구 10. 경기별 득점의 유형


#무승부와 1점 차 승부가 많은 이유

축구는 골을 더 많이 넣어야 이기는 경기다. 그러나 골을 넣기란 쉽지 않다. 다른 종목에 비해 무승부 경기와 1점 차 승부가 많고 다득점이 어려운 이유다. 엇비슷한 전력의 팀끼리 붙었을 때도 그렇고 전력 차가 크지 않은 팀끼리 대결했을 때도 무승부로 끝나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양 팀 다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0-0 경기도 많고 1-1 또는 2-2로 끝나는 경기도 많다. 1-0 또는 2-1로 끝나는 1점 차 승부가 가장 흔하고 2-0이나 3-1처럼 2점 차 승부도 자주 볼 수 있다.


무승부 경기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걷고 달리는 기능에 최적화된 발로 시작해서 발로 끝나는 축구 경기에 작용하는 여러 변수 때문이다. 축구는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효율적인 도구인 손을 사용할 수 없고 손보다 대응 능력과 유용성이 훨씬 떨어지는 발로 공을 다루고 차는 근원적인 특성상 의외성이 두드러지는 종목이다. 의외성은 곧 예측 불가의 변수를 낳고 이 때문에 이변이 속출하는 것이다. 의외성은 또 기대 심리를 부추기고 경기 결과에 대한 무수한 전망의 원인이기도 해 축구만의 관전 포인트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은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연장 후반 7분 결승 골을 터뜨린 마리오 괴체의 활약에 힘입어 독일이 1-0으로 승리하며 통산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Danilo Borges/copa2014.gov.br Licença Creative Commons Atribuição 3.0 Brasil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실력과 골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축구 경기에서 나타나는 변수의 공통점은 실력과 골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가령 강팀이 약팀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실력이 뛰어난 공격수가 항상 골을 터뜨린다는 전제도 성립하지 않는다. 팀 전력과 팀 성적, 개인 기량과 골의 기대치가 일치하지 않는 셈인데, 통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동등한 확률로 발생하는 무작위성(無作爲性), 즉 우연성이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골임을 확신한 키커의 유효 슈팅을 골키퍼가 몸을 날려 쳐낸다거나 골문 안으로 굴러가던 땅볼 슛이 골대에 맞고 나온다거나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벽을 뚫고 날아가던 공이 크로스바를 맞히는 바람에 득점에 실패하는 일은 축구 경기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골이나 다름없는 절호의 기회도 골키퍼의 선방(善防)과 골대나 크로스바에 막히면 다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볼 점유율이 높은 것과 승리 방정식은 하등의 관련이 없고 유효 슈팅의 수와 골과의 연관성도 비례하지 않는 것이 축구다. 모두 다 우연성의 원리가 작동한 결과다.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여러 차례의 기회를 잡더라도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끝날 수 있는 것이 축구고, 경기 내내 수세에 몰리다가도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할 수 있는 것도 축구만의 특징이다.


우연성에서 비롯되는 의외성, 이변은 축구에서 종종 볼 수 있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이 월드컵 조별리그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조기 탈락하는 사례도 잊을만하면 일어난다. 이변에서 자유로운 스포츠는 없겠지만 유독 축구에서 더 자주, 더 혹독하게 뜻밖의 승부가 쏟아지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연성에 지배되는 경향이 큰 종목의 특성 탓이다. 축구 경기의 우연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공을 다루는 신체 부위가 손이 아닌 발이라는 점과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발은 손보다 우연성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그렇더라도 기량이 우수한 선수가 다수 포진한 강팀일수록 그렇지 못한 팀에 승리할 가능성도 그만큼 큰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역대 월드컵의 득점 유형별 분석

역대 월드컵에서 벌어진 경기의 득점 유형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부터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된 두 차례(1942, 1946)를 제외하고 월드컵은 모두 22번 열렸다. 역대 월드컵에서 벌어진 경기는 총 960경기다. 모든 경기의 골 현황을 개인적으로 분석한 결과 승부 타입은 모두 33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너먼트의 승부차기는 무승부로, 초창기 월드컵 때 시행된 재경기는 재경기 결과만 집계)


월드컵 경기의 득점 유형은 무득점 무승부인 0-0에서 시작해 1-0, 1-1, 2-0, 2-1, 2-2, 3-0, 3-1 … 4-1 … 5-2 … 6-1 … 7-0 … 8-0은 물론 9-0도 있고 심지어 10-1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드컵 경기의 득점 유형을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무승부 경기, ▲1점 차 경기, ▲2점 차 경기, ▲3점 차 경기, ▲4점 차 경기, ▲5점 차 경기, ▲6점 차 경기, ▲7점 차 경기, ▲8점 차 경기, ▲9점 차 경기 등 모두 10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무승부 경기(0-0, 1-1, 2-2, 3-3, 4-4)와 1점 차 경기(1-0, 2-1, 3-2, 4-3, 6-5), 2점 차 경기(2-0, 3-1, 4-2, 5-3, 7-5)는 각각 다섯 가지로, 3점 차 경기(3-0, 4-1, 5-2, 6-3)와 4점 차 경기(4-0, 5-1, 6-2, 7-3), 5점 차 경기(5-0, 6-1, 7-2, 8-3)는 각각 네 가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6점 차 경기(6-0, 7-1)와 9점 차 경기(9-0, 10-1)는 두 가지로, 7점 차 경기(7-0)와 8점 차 경기(8-0)는 한 가지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테고리별 득점 유형은 1점 차 경기(381회, 39.7%)가 10경기 중 4경기의 비중으로 압도적이었으며 무승부 경기(209회, 21.8%)와 2점 차 경기(199회, 20.7%)가 10경기당 2경기꼴로 나타나 뒤를 이었다. 3점 차 경기(99회, 10.3%)는 10경기 중 1경기꼴로 벌어졌다. 다득점 경기인 4점 차 경기(33회, 3.4%)와 5점 차 경기(20회, 2.1%)부터는 예상대로 비중이 현저히 감소했다. 6점 차 경기부터 9점 차 경기까지는 모두 1% 미만 대로 드러났다. 역대 월드컵 경기의 8할 이상(789회, 82.2%)이 1점 차 경기와 무승부 경기, 2점 차 경기 중 하나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는 연장 혈투 끝에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프랑스를 꺾고 통산 세 번째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을 결정지은 곤살로 몬티엘의 승부차기 장면. 3-3 무승부는 역대 월드컵을 통틀어 여섯 번밖에 나오지 않은 희귀한 기록이다. 3-3 무승부로 끝난 월드컵 결승전은 처음이다. ⓒSebas • https://www.youtube.com/watch?v=1M0K_A8nrjs – archive.org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가장 두드러진 득점 유형, 1-0 승부의 의미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두드러진 득점 유형은 단 한 골로 승부가 판가름 난 1-0(182회, 19%) 경기였다. 10경기 중 2경기가 1-0 승부인 셈인데 이는 곧 축구에서 골을 넣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입증하는 실증적 지표가 아닐 수 없다. 2-1(153회, 16%) 경기도 1-0경기 다음으로 많이 펼쳐졌다. 1-0경기와 2-1경기가 역대 월드컵 전 경기의 34.9%(335회)를 차지한다. 한 경기당 3골 이내의 1점 차 승부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월드컵 결승에서 1-0으로 승부가 끝난 경기는 모두 세 차례(1990 이탈리아 월드컵 서독 1-0 아르헨티나, 2010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 1-0 네덜란드, 2014 브라질 월드컵 독일 1-0 아르헨티나).


짐작은 했으나 축구 경기의 특성 중 하나인 희박한 골 성공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0-0 무득점 무승부 경기(76회, 7.9%)는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월드컵 경기의 33가지 승부 유형 중 전체 4위에 오를 정도로 빈번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무승부 경기 중 한 골씩 주고받은 1-1(89회, 9.3%) 경기와 두 골씩 넣고도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2-2(36회, 3.8%) 경기까지 포함하면 월드컵 전 경기의 2할(201회, 20.9%)을 넘는 수치다. 1994년 미국 대회에서 월드컵 사상 최초로 승부차기로 우승을 가른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경기는 무득점 무승부로 끝난 유일한 월드컵 결승전이다.


2점 차 경기 중 2-0(112회, 11.7%) 승부도 1-0, 2-1 경기 다음으로 비중이 높아 월드컵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승부 유형임이 밝혀졌다.


무승부 경기 중 3-3(6회, 0.6%)과 4-4경기(2회, 0.2%), 1점 차 경기 중 4-3(3회, 0.3%)과 6-5경기(1회, 0.1%)는 모두 1% 미만으로 비중이 미미해 역시 다득점의 지난함과 관련이 깊은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는 연장 혈투 끝에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프랑스를 꺾고 통산 세 번째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3-3 무승부로 끝난 월드컵 결승전은 카타르 대회가 처음이다.


#역대 월드컵 경기 득점 유형별 순위(총 960경기 대상)

*1위=1-0(182회, 19%) *2위=2-1(153회, 16%) *3위=2-0(112회, 11.7%) *4위=1-1(89회, 9.3%) *5위=0-0(76회, 7.9%) *6위=3-1(68회, 7.1%) *7위=3-0(57회, 5.9%) *8위=3-2(42회, 4.4%) *9위=2-2(36회, 3.8%) *10위=4-1(31회, 3.2%) *11위=4-0(24회, 2.5%) *12위=4-2(17회, 1.8%) *13위=6-1(11회, 1.2%) *14위=5-2(9회, 0.9%) *15위=5-0, 5-1(이상 7회, 0.7%) *17위=3-3(6회, 0.6%) *18위=6-0, 7-0(이상 5회, 0.5%) *20위=4-3, 7-1, 8-0(이상 3회, 0.3%) *23위=4-4, 6-3, 9-0(이상 2회, 0.2%) *26위=5-3, 6-2, 6-5, 7-2, 7-3, 7-5, 8-3, 10-1(이상 1회, 0.1%)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둥근 공의 미학(美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