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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공의 미학(美學)

축구 11. 역대 월드컵 경기의 골 득실 특징

by 박인권

축구 11. 역대 월드컵 경기의 골 득실 특징

1930년 우루과이 대회부터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역대 월드컵 전(全) 경기(960경기)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첫째, 22차례의 월드컵에서 벌어진 경기별 득점 현황의 종류는 모두 33가지라는 점. 둘째, 이를 무승부 경기와 양 팀 간의 골 득실 유형으로 구분한 카테고리로 묶으면 10가지로 압축된다는 점. 셋째, 역대 월드컵에서 한 팀이 한 경기에서 넣은 최다 골은 10골이라는 점. 넷째, 한 경기 최다 골은 12골이라는 점이다. 100년(1930~2022)의 세월 동안 축적된 1,000경기에 가까운 표본(총 960경기)에서 추출한 통계 기록이라 실증적 지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11-1.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월드컵  원년 대회 포스터.jpg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월드컵 원년 대회 포스터. 제1회 월드컵은 만국 공용어, 축구의 국제화를 선언한 상징적인 대회였다.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10개 카테고리별 월드컵 경기 골 득실 유형(1930~2022)

▲무승부 경기(5)=0-0, 1-1, 2-2, 3-3, 4-4

▲1점 차 경기(5)=1-0, 2-1, 3-2, 4-3, 6-5

▲2점 차 경기(5)=2-0, 3-1, 4-2, 5-3, 7-5

▲3점 차 경기(4)=3-0, 4-1, 5-2, 6-3

▲4점 차 경기(4)=4-0, 5-1, 6-2, 7-3

▲5점 차 경기(4)=5-0, 6-1, 7-2, 8-3

▲6점 차 경기(2)=6-0, 7-1

▲7점 차 경기(1)=7-0

▲8점 차 경기(1)=8-0

▲9점 차 경기(2)=9-0, 10-1


2점 차 경기에서 나타난 7-5가 한 경기 최다 골(12골) 기록이며 9점 차 경기인 10-1은 한 팀이 한 경기에서 넣은 최다 골(10골) 기록이다. 7-5경기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8강 결선 토너먼트 오스트리아 7-5 스위스) 때, 10-1경기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조별리그 3조 헝가리 10-1 엘살바도르) 때 나왔는데 둘 다 유일한 기록이다. 한 경기 11골은 10-1경기를 포함해 6-5, 8-3 세 차례다. 6-5경기는 1938년 프랑스 월드컵(토너먼트 1회전 브라질 6-5 폴란드)에서, 8-3경기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조별리그 2조 헝가리 8-3 서독)에서 작성됐다. 한 경기 10골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때 수립된 7-3경기(조별리그 2조 프랑스 7-3 파라과이)다.


11-2. 1930년 7월 30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센테나리오 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의 제1회 월드컵 결승전 장면..jpg

1930년 7월 30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센테나리오 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의 제1회 월드컵 결승전 장면. 후반 23분 우루과이의 산투스 이리아르테가 팀의 세 번째 골인 역전 결승 골을 터뜨리고 있다. 우루과이가 4-2로 승리하며 초대 월드컵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예상 밖의 골 득실 사례

일반적인 예상과는 동떨어진 사례도 발견됐다. 우선 월드컵에서 숱하게 벌어졌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3-3 무승부 경기가 아주 드물었다. 3-1경기가 68회(7.1%), 3-0경기가 57회(5.9%), 3-2경기가 42회(4.4%)인 데 비해 3-3경기는 고작 6회(0.6%)에 불과했다. 160경기를 치러야 겨우 3-3 경기 하나를 볼 수 있다는 말이라 뜻밖이다.


4점대 승부도 특이하다. 3-3경기처럼 4-3, 4-4 경기도 귀했다. 4-3경기는 세 차례(0.3%), 4-4경기는 두 차례(0.2%)뿐이다. 4-1경기(31회, 3.2%)와 4-0경기(24회, 2.5%), 4-2경기(17회, 1.8%)가 4-3, 4-4경기보다 훨씬 많았다. 아무래도 양 팀 모두 엇비슷한 수준으로 3골 이상의 다득점을 올릴 확률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뜻일 것이다.


5점대 승부는 4점대 승부보다 더 적었다. 5점대 승부의 가장 많은 유형은 5-2경기로 9차례(0.9%) 벌어졌다. 5-0과 5-1경기는 나란히 7차례(0.7%) 열렸고, 두 팀 모두 다득점이 필요한 5-3경기는 단 한 차례(0.1%)였다.


11-3.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조별 라운드 2조 한국과 헝가리의 경기 장면. 한국 대표팀이 헝가리에 0-9로 참패했다..jpg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조별 라운드 2조 한국과 헝가리의 경기 장면. 한국 대표팀이 헝가리에 0-9로 참패했다.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1-0(182회, 19%) 승부가 눈에 띄게 많은 가운데 2-1(153회, 16%), 2-0(112회, 11.7%), 1-1(89회, 9.3%), 0-0(76회, 7.9%) 다섯 유형 경기의 총합이 역대 월드컵 전체 경기의 64%(612회)를 차지한다는 점도 골의 희소성이 특징인 축구의 정체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월드컵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기별 득점 유형

월드컵 경기에서 얻은 경험칙을 반영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득점 형태를 추적하면 이렇다.

▲무승부 경기=5-5, 6-6, (7-7, 8-8, 9-9, 10-10)

▲1점 차 경기=5-4, (7-6, 8-7, 9-8, 10-9)

▲2점 차 경기=6-4, (8-6, 9-7, 10-8)

▲3점 차 경기=7-4, (8-5, 9-6, 10-7)

▲4점 차 경기=8-4, (9-5, 10-6)

▲5점 차 경기=없음, (9-4, 10-5)

▲6점 차 경기=8-2, 9-3, (10-4)

▲7점 차 경기=8-1, 9-2, (10-3)

▲8점 차 경기=9-1, 10-2


11-4. 축구의 묘미인 골이 한 골도 터지지 않은 0-0 경기는 역대 월드컵에서 76차례나 벌어졌다..jpg

축구의 묘미인 골이 한 골도 터지지 않은 0-0 경기는 역대 월드컵에서 76차례(7.9%)나 벌어졌다. 0-0 무승부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덴마크-튀니지 경기 장면. ⓒTasnim News Agency •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괄호 안의 경기 스코어는 100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득점 유형의 조건, 즉 한 경기 최다 골은 12골이라는 경험칙에 반하는 것이라 제외했다. 또 한 팀이 한 경기에서 11골 이상 기록한 적이 없는 점도 고려한 결과다. 결국 지금까지는 없었지만 앞으로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질 개연성이 있는 새로운 득점 유형은 12가지(5-5, 6-6, 5-4, 6-4, 7-4, 8-4, 8-2, 9-3, 8-1, 9-2, 9-1, 10-2)로 정리할 수 있다.


잠깐,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 볼 게 있다. 22차례의 월드컵 대회에서 나타난 10개 카테고리별 득점 유형과 상관없이 한 경기 최다 골(12골)과 한 팀이 한 경기에서 기록한 최다 골(10골)의 기준만 고려한다면 10-0경기가 출현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100년 동안 10점 차 경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지만 경기당 득점 유형에 기반한 경험칙에 따라 추정한다면 10-0경기의 탄생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차피 10개 카테고리도 960경기의 골 득실 유형을 반영해 큰 테두리로 묶은 결과라 10-0경기가 현실로 이뤄진다면 10점 차 경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저절로 하나 더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11-5. 한 경기에서 11골이 터진 1938년 프랑스 월드컵 브라질과 폴란드의 토너먼트 1회전 경기..jpg

한 경기에서 11골이 터진 1938년 프랑스 월드컵 토너먼트 1회전 브라질과 폴란드 경기. 브라질이 6-5로 승리했다.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내년에 열리는 2026년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3개국(캐나다, 멕시코, 미국)에서 공동 개최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쓰게 된다. 그 어떤 종목보다도 무작위성의 원리가 변화무쌍하게 작동하는 축구의 특성상 100년 동안 나오지 않았던 낯선 유형의 경기 스코어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위에서 제시한 예시 중 다른 유형은 몰라도 5-5경기나 5-4경기는 향후 월드컵에서 벌어질 만한 개연성이 있지 않을까. 혼자만의 상상이다. 가장 최근 대회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 경기 8골(조별리그 잉글랜드 6-2 카타르)이 한 차례, 한 경기 7골이 두 차례(조별리그 스페인 7-0 코스타리카, 16강전 포르투갈 6-1 스위스) 나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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