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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공의 미학(美學)

축구 12. 역대 월드컵 대량 득점 경기

by 박인권

축구 12. 역대 월드컵 대량 득점 경기


#월드컵 게임당 평균 골

문득 궁금했다. 월드컵 경기의 게임당 평균 골은 몇 골이나 될지. 수작업으로 직접 정리한 22차례의 월드컵 대회 경기 자료를 하나씩 다시 들여다봤다. 추적 결과 역대 월드컵 통산 960경기에서 터진 골은 모두 2,712골이었다. 게임당 평균 2.83골. 한 경기에서 3골 이상 나오기가 힘들다는 뜻인데 역시 축구 경기에서 다득점의 가능성이 적다는 방증일 것이다.


참고로 역대 월드컵 중 경기당 평균 최소 골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의 2.19골이었다. 52경기에서 기록된 골은 총 114골에 불과했다. 지역 방어와 공격진과 수비진 사이의 공간을 촘촘하게 유지하는 극단적인 압박 축구를 강조한 전술의 유행 탓이다. 경기당 평균 최다 득점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 작성됐는데 무려 5.39골이었다. 16개 팀이 참가해 26경기에서 총 140골이 터져 나왔다. 1990년 대회보다 두 배 반이나 높은 압도적인 수치다.


역대 월드컵 경기에서 나타난 33가지의 득점 유형 중 상위 1위~10위(1-0, 2-1, 2-0, 1-1, 0-0, 3-1, 3-0, 3-2, 2-2, 4-1)의 총경기 수는 846회로 월드컵 통산 960경기의 88.1%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이다. 그러나 상위 1위~10위 경기의 게임당 평균 득점은 2.36골에 그쳐 월드컵 평균 2.83골보다 0.47골이 적다. 이는 곧 나머지 23가지의 득점 유형이 일어난 114경기에서 다득점과 대량 득점이 쏟아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12-1.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준준결승 스웨덴-쿠바 경기.jpg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준준결승 스웨덴-쿠바 경기. 쿠바 골문을 일방적으로 두들긴 스웨덴이 8점 차(8-0)로 이겼다.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한 팀이 6골 이상 터뜨린 경기

그런 점에서 역대 월드컵에서 한 팀이 6골 이상을 터뜨린 대량 득점 경기는 흥미를 끌 만하다. 대량 득점 경기의 유형은 모두 14가지나 된다. 6-0경기(5회)를 비롯해 6-1(11회), 6-2(1회), 6-3(2회), 6-5(1회), 7-0(5회), 7-1(3회), 7-2, 7-3, 7-5(이상 1회), 8-0(3회), 8-3(1회), 9-0(2회), 10-1(1회). 대량 득점 경기의 총합은 38회로 무려 298차례나 골망을 흔들었다. 게임당 평균 7.8골이 터진 것이다. 월드컵 평균인 2.83골의 2.8배에 이르는 수치다.


시대별 대량 득점 경기의 빈도는 1950년대가 13회(34.2%)로 가장 높았다. 월드컵 초창기인 1930년대(7회, 18.4%)와 합하면 전체의 절반(20회, 52.6%)이 넘는 대량 득점 경기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22경기 94골, 게임당 평균 4.27골), 1954년 스위스 월드컵(26경기 140골, 게임당 평균 5.39골), 1958년 스웨덴 월드컵(35경기 124골, 게임당 평균 3.54골) 등 1950년대의 월드컵 기록을 종합하면 총 83경기에서 358골이 터져 게임당 평균 득점이 4.31골로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한 시대였다.


12-2. 1938년 프랑스 월드컵 토너먼트 1회전 브라질-폴란드 경기장면.jpg

1938년 프랑스 월드컵 토너먼트 1회전 브라질-폴란드 경기 장면. 11골이나 주고받는 승부를 펼친 끝에 브라질이 6-5 한 점 차로 이겼다. 한 경기 11골은 역대 월드컵에서 단 한 번 나온 기록이다.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시대별 대량 득점 경기는 1960년대가 1회(2.63%), 1970년대 4회(10.5%), 1980년대 3회(7.89%), 1990년대 2회(5.26%), 2000년대 2회(5.26%), 2010년대 3회(7.89%), 2020년대는 3회(7.89%)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0년대 이후 6차례의 월드컵에서도 8회(21%)에 걸쳐 대량 득점 경기가 펼쳐졌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대회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만 세 차례(16강전 포르투갈 6-1 스위스,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 6-2 이란, 조별리그 E조 스페인 7-0 코스타리카) 작성됐다.


각국 대표 선수들의 해외 무대 진출에 따른 팀전력 향상과 지도력이 검증된 외국인 감독 영입을 통한 선진 축구의 도입으로 본선 진출국 간의 전력 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역시 축구는 의외성의 종목이다. 그런데도 카타르 월드컵의 게임당 평균 득점은 2.69골(64경기 172골)로 역대 월드컵 게임당 평균 2.83골보다는 0.14골이 적다.


12-3.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조별 라운드 2조 서독-터키와의 플레이오프 장면.jpg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조별 라운드 2조 서독-터키와의 플레이오프 장면. 서독이 7-2로 크게 이기고 8강에 올랐다. 스위스 대회에서는 4개 조 1, 2위 팀이 8강에 진출했는데 각 조 2, 3위 팀의 승점이 같으면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러 승자를 가렸다.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월드컵 본선 진출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부터 32개국으로 늘어났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까지 32개국 체제가 유지된 이 시기의 게임당 평균 득점은 2.54골(총 448경기 1,136골)에 불과하다.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스페인 6-1 불가리아전을 포함한 9차례의 대량 득점 경기만으로는 총 448경기나 되는 게임당 평균 골을 높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카타르 월드컵을 뺀 대회별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64경기 171골 게임당 평균 2.67골, 2002년 한일 월드컵이 64경기 161골 게임당 평균 2.52골, 2006 독일 월드컵이 64경기 147골 게임당 평균 2.30골,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64경기 145골 게임당 평균 2.27골,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64경기 171골 게임당 평균 2.67골,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64경기 169골 게임당 평균 2.64골이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대폭 확대된다. 경기 방식도 종전의 32강 조별리그 16강 토너먼트에서 48강 조별리그 32강 토너먼트로 변경된다.


12-4. 1978년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리오 켐페스(맨 왼쪽)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결승 골을 터뜨리고 있다..jpg

1978년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리오 켐페스(맨 왼쪽)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결승 골을 터뜨리고 있다. 연장전 끝에 3-1로 승리한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첫 우승을 차지했다. 6골로 득점왕에 오른 켐페스는 골든볼도 수상했다. 아르헨티나는 8강이 겨룬 조별리그 B조 세 번째 경기에서 페루를 6-0으로 완파했다.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대량 득점 경기의 끝판왕

월드컵 대량 득점 경기의 끝판왕 혹은 완결판은 한 팀이 10골과 9골을 기록한 10-1, 9-0경기다. 지금까지 등장한 역대 월드컵 960경기의 맨 꼭대기에 있는 두 경기를 넘어서는 대량 득점 경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10-0경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10-3경기를 앞으로의 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와 같은 터무니없는 기대 말이다.


기록은 언젠가는 깨진다거나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스포츠계의 격언에 따른다면 그런 기대를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겠다. 그렇더라도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우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경기라 쉽사리 꿈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10-1경기는 40여 년 전(1982년)에 벌어졌고, 9-0경기는 70년 전(1954년)과 50년 전(1974년)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유럽과 남미의 맹주들이 여전히 국제축구 질서를 지배하는 가운데에서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의 분전이 깜짝쇼 이상으로 두드러지고 있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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