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는 일상에서 쌓인다.
유치원이 끝나고 수, 목은 꼭 놀이터를 가는 놀이터데이로 아이들과 정했어요.
그래서 수, 목이 되면 밖에서 2시간정도 놀이터에서 흠뻑 놀다오는데요.
지난주 수요일,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꽤 크게 다쳤어요.
사고는 항상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내가 조심해도 남이 잠시 부주의하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크고 작은 다침은 항상 경험하게 되는데요.
놀이터에서도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요.
이때, 엄마가 아이에게 해줘야하는 말은 어떤걸까요?
저도 당일에는 아이가 많이 다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때의 말을 하길 잘했다고 느끼고 있어요.
상처가 난 아이 자신이 가장 불편할텐데도
아이는 자신의 상처를 볼 때 마다 기분 나빠하지도, 속상해하지도 않거든요.
제가 어떤말을 했는지 혹시 궁금하실까요?
놀이터에서 다친 아이가 가장 듣고 싶은 말
지난 주 수요일, 아이가 가방을 맨채 급히 놀이터로 뛰어갔어요.
유치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나봐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만나자마자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서로 깔깔거리며 웃고 반가워하더라구요.
유치원에서 헤어진지 10분도 안되었는데, 어쩜 저리 재밌을까 싶었어요.
킥보드를 타는 친구들은 킥보드를,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은 자전거를 가지고 놀이터 한바퀴를 신나게 돌더라구요.
그 모습을 확인하고 저도 의자에 앉아 유치원 지인들이랑 안부인사를 나눴어요.
아이는 아이의 세상에서,
그리고 엄마는 엄마의 세상에서 서로를 지켜봐주는 것이 저와 아이가 정한 놀이터의 룰이거든요.
✅ 아이 놀이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다.
✅ 아이는 스스로 해결할 힘이 있다.
이게 저와 아이가 정한 놀이터 룰이예요.
아이는 마음껏 놀다가 필요한게 있을 때 저에게 옵니다:)
그런데 유치원 지인들과 안부인사를 하자마자 아이가 얼굴을 부여잡고 엉엉 울면서 옵니다.
옆에는 3학년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하준이를 데리고 오고 있더라구요.
놀란 마음에 얼른 뛰어갔어요.
아이 얼굴을 보니 코쪽에서 피가 뚝뚝 흐리고 있었어요.
저도 정말 많이 놀랐지만, 크게 놀란 내색을 하진 않았어요.
그런 제 모습을 아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이 얼마나 다쳤는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엄마가 너무 놀라면 아이가 더 불안해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어쩌다 이렇게 다쳤어?"
"누가 이랬어?"
"무슨 일이야?"
라는 말보다 가장 먼저 해주었던 말은,
많이 놀랐겠다.
이 말과 함께 아이를 꼭 안아주었어요.
그리고 상처를 찬찬히 살펴봤어요.
하준아, 엄마가 살펴보니까
상처가 많이 심한 것 같지 않아.
괜찮아.
눈을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나서 하준이와 옆에 있는 3학년 아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어요.
둘과 주변의 말을 종합해보니,
하준이가 킥보드를 타고 가고 그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정면으로 부딪쳤더라구요.
하준이는 자전거를 보고 멈췄고, 그 아이도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멈춰지지 않아서 그대로 부딪쳤다고 하더라구요.
그 아이에게 물었어요.
미안하다고 사과했을까?
그 애는 제 말을 듣고 하준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나로 인해 누군가가 다쳤다면 저는 반드시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서 그 아이의 엄마도 오셨어요.
아이의 엄마에게
저도 제가 상황을 정확히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우선 아이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킥보드와 자전거가 부딪쳤는데
자전거 속도를 줄이지 못한 것 같아요.
그 아이의 엄마는 제 말을 듣고 하준이의 상처를 보고도,
아, 아이도 킥보드를 타다 부딪친거죠?
그럼 서로 잘못이 있는거네요.
미안하다고 했으면 됐네요.
속이 부글부글 끓었네요.
하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잘잘못을 따지거나, 그 엄마에게 제대로 사과를 받거나, 그 아이를 나무라거나, 그 엄마에게 치료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에게 이 일로 분노를 심어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삶의 태도는 쌓이고 있어요.
다친 아이를 옆에 두고, 만약 제가 이 엄마와 이 문제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면
아이 마음엔 '아. 다칠땐 이렇게 해야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내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태도에 대해 생각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저도 속상한 제 속을 달래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치료했어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하고 싶다면,
아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말해주기
병원에 가니 다행히 찰과상이라고 해요.
찢어지지 않아서 꿰매지 않아도 되고, 상처를 잘 소독하고 약을 잘 발라주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아이와 저도 함께 안심했어요.
아이는 코에서 피가 나는데도 웃으면서 놀이터 가서 더 놀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이 말을 들으니, 다행이다. 싶었어요.
어휴, 그런데 아이 상처를 볼 때마다 저도 정말 속상하더라구요
집에 도착해서 아이와 함께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 솔직한 마음도 전해주고요.
하준아,
엄마도 하준이 상처를 보니까 정말정말 속상하다.
엄마 진짜 마음은 하준이를 다치게 한 그 형을
혼내주고 싶고,
형 엄마에게도 뭐라고 하고 싶어.
그런데, 엄마가 오늘 그러진 않았지?
그렇게 하는게 맞았을까?
하준이 생각을 어때?
하준이도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라구요.
밖에서는 침착해보였던 엄마가 집에와서 자기에게 속상하다고 하고, 그 형도 혼내주고 싶다고 하고, 그 엄마한테도 뭐라고 하고 싶다는걸 들으니 하준이 표정이 순간적으로 편안하게 풀리더라구요.
엄마도 이런 생각하는구나. 라고 느끼는 것 같았어요.
놀이터에서는 언제든 사고가 날 수가 있어.
내가 조심해도 상대방이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지.
그런데, 오늘 그 형도 일부러 하준이를
다치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
우린 그걸 아니까,
미안하다고 사과했을 때 받아들인거야.
오늘 많이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놀이터에서도,
병원에서도 씩씩하게 해낸 하준이가
엄마는 정말 자랑스러워.
놀이터에서 언제든 사고는 날 수 있어요.
앞으로 아이의 삶에 그런 일이 정말 많겠죠?
그 아이도 일부러 하준이를 다치게 한 것도 아니에요.
그 부분을 사과했다면, 이제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의 문제만 남은 것 같아요.
그걸 똑같이 응수해야하는 분노로 받아들일지,
그걸 토대로 내가 나아가야할 태도로 적용할지.
아이는 저와의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이해했고, 받아들였어요.
상처가 나서 매일 소독하고 밴드를 붙이고, 일주일동안 씻는게 불편했지만 그게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상처를 볼때마다 속상해하지도 않구요.
아이에게 이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흘려버린 문제가 됐어요.
그리고 저또한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면,
내 아이의 실수로 누군가가 다쳤다면 마음다해 도와주리라. 라는 것이었어요.
아이가 다친게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 이번에 또 절감했네요.
아이는 이렇게 다쳤어요.
지금은 딱지가 떼지고 분홍색 상처만 남아있어요.
새살이 돋으며 아이의 마음도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아이는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라는 것, 우리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건 바로 우리라는 것.
저는 놀이터에서 다친 아이를 보고 이 세가지를 기억하려고 노력했어요.
태도는 일상에서 쌓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태도는 아이가 나아갈 길을 밝혀줄 방향이 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