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_이미예 장편 소설>이 내게 남긴 이야기
과거의 이겨낸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나를 그려보면서 책을 읽었다. 그런 경험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 책 속에서 '9. 익명의 손님께서 당신에게 보낸 꿈' 이 꿈을 보고 '꿈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에게...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겠다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내게 들려줄 것 같은 말..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책 속의 이 꿈에서는 부부의 5살 어린 딸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가 떠난 후 '부부는 딱 아이가 누울 만큼의 자리를 습관처럼 남기고 누웠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 5살 딸아이는 부부에게 좋은 기억만 행복한 삶만 가지고 가게 해줘서 고맙다고 부부에게 꿈에서 이야기 한다. 꼬물이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나는 그 아이에게 꿈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그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회사 버스에서 내려 몇백명이 함께 걸어가는 그 길은 사람은 많지만 생각보다 많이 적막하다. 나는 때론 가면을 쓰고 때론 내가 봐도 또라이인 나의 존재를 드러내며 버텨갈 오늘을 준비하며 고개를 떨구고 누구와도 눈 마주치지 않고 건물까지 간다. 내 능력을 시험하는 사람들과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인정에 무심하고 싶으면서도 목말라하는 내 자신의 민낯을 본 지 3년쯤... 그만하고 싶었고 보이지 않은 상처에 난 표정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또 내가 가진 것을 놓기 싫어 회사를 관두지도 못하는 겁쟁이 었던 내가.. 선택한 것은 임신이었다. 그때 그즈음에는 한 때 아기를 너무 예뻐했고 아이와 함께 웃는 가정을 머릿속으로 항상 그렸던 그런 나는 없었다. 그저 육아휴직이란 명목으로 도망가고 싶었던 나만 있었다.
꼬물이가 왔다. 사진 속 꼬물이는 너무 작은 누에고치 같았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반갑다고.. 나는 회사에 기쁘게 알렸고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으며, 더 이상의 야근도 없었다. 속이 안 좋아 입덧도 심해지고.. 그때서야 뱃속에 생명이 있음을 조금씩 느껴갈 무렵.. 그날도 회사에서는 일 년 안의 단기 프로젝트에 투입되었고 임신한 나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므로 별 부담 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배가 조금 아팠지만..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에 갔던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산부인과의 응급실 문을 울면서 두드리던 내가 지금 머리에 스쳐간다.. 아직 완전히 떠난 거라 장담할 수 없다고, 조심하시다가 이틀 뒤 보자는 그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도.. 난 알고 있었다. 멍하니 집에 와 다음날 회사에 가지 말란 남편의 말에도 이상하게 회사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비워도 될 만큼의 일을 조용히 정리하고.. 오후가 되어 가보아야겠단 말을 하고 집으로 나섰다..
그다음 날이면 병원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배를 조금 쓰다듬어 보았다. 꼬물꼬물 그 초음파에 보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꼬물이란 이름을 지었던 것을 떠올려본다. 왜 그렇게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해서 꼬물이를 만들었는지 죄책감이 왔지만 그런 게 아니라고 부정해 본다. 그때서야 내게 꼬물이가 온 순간부터 엄마가 된 축복이 함께 왔음을 알았다.
다음날 알고 들어간 진료실이었다. 그때 난 작은 희망이라도 있었을까... 선생님은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를 하신다. '젊으니까.. 누구의 잘못도..'와 같은.. 눈물이 맺혀 고개를 드니 선생님이 말을 멈추신다. 흐느끼며 진료실을 나오니 산모들이 말을 멈춘다.
꼬물이가 갔다. 그 심장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네가 아닌 나를 위해 너를 세상에 초대해서 미안해. 이 것을 차마 너무 오랫동안 인정하지 못해 이 말도 못 해줬네.. 사실은 정말 너무 소중했어.. 사랑해.."
너무 좋은 아기였기에 너무 좋은 동생을 엄마에게 머지않아 보냈음을 안다.
'슬퍼하지 않고 소중하게 키워달라고 행복하게 만나자'라고 말할 것을 안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남겨질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기 마련이지"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보면, 떠나는 자신은 안중에도 없단다. 그저 남은 사람들이 괜찮기를 바라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가는 건 그런 것인가 보더구나"
_<달러구트 꿈 백화점 p277> 중에서...
꼬물이는 떠났지만, 내게 소중한 동생을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남아있는 엄마가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보냈음을 느낀다... 고맙다...
** 이 이야기를 남길 수 있게 해주신 이 책의 이미예 작가님께 감사 드립니다.